집잡기 놀이
내가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모여 여러 가지 놀이를 했는데, 그 중에 ‘집잡기’라고 하는 놀이가 있었다.
두 개의 팀이 서로 자기 집을 지키고 남의 집을 빼앗는 놀이다.
놀이의 규정과 요령은 다음과 같다.
우선 두 개의 집을 정한다. 집은 전봇대나 나무, 기둥 등 홀로 서 있는 것은 모두가 될 수 있다. 단, 두 개의 집은 서로가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두 집의 거리는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거리 내에서 정한다.
모든 참석자를 두 팀(세 팀 이상으로 나눌 수도 있으나 통상 두 팀으로 한다)으로 나누고(한 팀에 최소한 2명 이상씩이 필요하니 양쪽을 합하면 4명 이상이 되어야 하며, 얼마든지 더 추가가 가능하고, 혹 한 명이 남아도 약하다고 생각되는 쪽에 덤으로 끼워주면 되니, 빠지는 사람 없이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놀이다), 각 팀의 대표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팀이 먼저 자기 팀의 집을 고른다.
집을 고를 때는 집 부근에 장애물 등(숨어있기 좋은 것들)이 없어서 상대편이 접근해 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곳이 더 좋다.
각 팀에서는 팀원을 공격조와 수비조로 적절히 나누는데, 공격조로 나갔다 돌아오면 보통 수비조와 교대를 한다.
공격조는 상대방의 집을 잡으러 가고, 수비조는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집을 지킨다.
상대방을 포로로 잡을 수도 있는데, 이는 자기 집을 늦게 떠난 사람이 자기보다 일찍 상대팀의 집을 떠난 상대편을 손으로 터치 했을 때 상대방은 포로가 된 것으로 조치한다. 포로는 자진하여 상대편의 진으로 가서 상대편의 집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포로를 잡은 선수는 포로를 잡아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포로 혼자만 가게하고, 자신은 계속하여 공격조로 활동할 수도 있다.
잡힌 포로들은 상대방의 집에 매달려 있어야하는데, 포로가 여럿일 경우에는 포로끼리 팔을 잡고 길게 늘어서서 자기편이 쉽게 구출할 수 있게끔 한다.
공격조는 상대방의 집주위에 접근하여 자기편 포로를 구출할 수도 있고 상대방의 집을 직접 공격하여 집을 빼앗을 수도 있다.
포로를 아무리 많이 잡아도 집을 빼앗기면 게임에 지는 것이기 때문에, 수비조는 포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집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수비조는 항상 상대방의 공격조보다 늦게 집을 떠나기 때문에, 상대방 공격조의 신체의 일부분을 터치하게 되면 잡을 수 있다. 터치된 포로는 자진해서 상대방의 집에 가서 자기편 포로들과 함께(또는 혼자) 매달려 있어야 한다.
공격조가 포로를 구출하는 방법은 포로의 몸(주로 손이 됨)을 터치하는 것이다. 일단 포로의 손을 터치하게 되면 터치된 포로와 함께 매달려 있던 다른 포로들까지 모두 구출되게 된다. 구출된 포로는 일단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임무(공격이나 수비)를 수행하게 된다.
공격조가 상대방의 집을 빼앗는 방법은 상대방 수비수에 닿지 않게 하면서, 상대방의 집을 터치하는 것이다.
공격조가 상대방의 집을 터치해서 빼앗게 되면, 포로의 숫자에 상관없이 게임은 끝나게 된다.
포로로 잡힌 숫자가 너무 많아서 공격조나 수비수가 모자랄 때는 상대편과 협의하여 동수의 숫자만큼 포로교환을 할 수도 있다. 포로교환을 할 때는 서로가 큰소리로 말하여 협의한 후 동시에 같은 숫자를 방면한다.
방면된 포로는 일단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집을 터치한 후 정상적으로 임무를 계속한다.
이 놀이의 핵심규정은 집에서 늦게 떠난 사람이 일찍 떠난 상대편보다 우세하다는 것이다. 골목에서 둘이 마주치면, 누가 늦게 떠나서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혼동되거나, 일찍 떠난 사람이 늦게 떠났다고 억지를 부릴 만도 하건만, 그런 일로 다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스스로 그 규정을 지켜야만 할 수 있는 놀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진한 어린아이들이라 속이는 짓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동네는 놀 수 있는 공간이 비교적 많았다. 골목, 산, 냇물, 기차길, 역전 앞마당, 그리고 집 앞의 마당 등등...
역전에 있는 전봇대와 우리집 앞에 있는 전봇대가 집잡기 놀이의 집이 되곤 했다. 어두워져서 거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될 때까지 집잡기놀이를 하곤 했다.
전철을 타고 지나갈 때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그 공간이 그립다. 그리고 함께 놀았던 그 얼굴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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