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음악 관련

귀천 (좋은날 풍경 : 노랫말과 음악감상)

道雨 2008. 6. 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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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 천

                                               

                                                          -  시 : 천상병,    곡,연주,노래 : 좋은 날 풍경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어제(2008. 6. 7) 저녁 남포동에 있는 가마골 소극장에서 집사람과 함께 '염쟁이 유씨'라는 연극을 관람했다.

  며칠전 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연기가 눈에 들어갈 때'를 관람한 이틀 후였다. 우연히도 두 편의 배경이 모두 화장터와 장의사라는 죽음과 관련된 것이었다.

  연극에 대한 관람평은  추후에 쓰기로 하고, 어제 본 연극 '염쟁이 유씨'에서 중간에 배경음악으로, 바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흘러 나왔다.

  연극의 내용과도 연관되고, 잘 어울리는 시였기에 가슴이 찡하는 느낌을 받았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은 익히 들어본 시이지만, 이 시가 노래로 되어있었다는 것은 어제 처음 알았다.

 

  오늘 아침 벅스뮤직에서 '귀천'을 치고 찾아보니, 10여 곡이 나오는데, 같은 가사(천상병의 귀천)로 된 노래(곡은 각각 다르고 가수도 다르다)만 6곡이나 되었다. 그래서 여섯곡을 모두 들어봤는데, 그 중에서 내 마음에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노래가 '좋은 날 풍경'의 노래였기에, 구매하고 여기에 배경음악으로 실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또 이 글을 읽으며, 어제 연극에서 받았던 감동을 훗날에도 되새겨보고자 하는 뜻이다.

 

  차제에 아울러 천상병 시인의 '귀천'과 그의 생애를 더듬어보도록 한다.

 

 

 

 

                    천상병의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출전 : 시집 '주막에서'(1979)


** 해설

세 개의 연으로 이루어진 이 시의 매 첫 행에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죽는다는 뜻일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는다는 말 대신에 하늘로 돌아간다고 한데 이 시의 묘미가 있다.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도 없는 사람의 말투다. 두고 가야할 세상에 대해 미련도 집착도 없는 무욕(無慾)의 경지에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다.

하늘로 돌아가면서 그가 동반할 것이라고는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과 '노을빛'밖에 없다는 말에서도 이 세상의 모든 집착에서 자유로운 자의 달관을 보게 된다. 이승에서의 삶을 하나의 '소풍'에 견줄 수 있다면, 화자는 마치 하늘에서 잠시 귀양살러 온 신선과도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시를 신선 같은 삶을 산 자의 노래로 읽는 것은 잘못이다. 그의 삶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어지간히 괴로운 것이 아니었을까.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다음에 놓인 말없음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라. 아름다웠다는 말은 괴로웠다는 말의 역설처럼 들리지는 않는가.

그러나 괴롭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괴로웠다고 말하지 않는 데 이 시인의 미덕이 있다

 

 

 

***  천상병(千祥炳, 1930년 1월 29일 일본 효고현 ~ 1993년 4월 28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속세를 떠나 하늘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귀천(歸天)》으로 유명하다.

 - 생애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출생했으며, 1949년 마산중학교 5학년 때, 《죽순(竹筍)》 11집에 시 《공상(空想)》 외 1편을 발표했으며, 여러 문예지에 시와 평론 등을 발표했다.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했으며, 중앙정보부에 의해 과장된 사건으로 판명된 소위 '동백림사건'(1967년)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루었다. 친구 강빈구에게 막걸리값으로 5백원,1천원씩 받아 썼던 돈은 공작금으로 과장되었으며, 천상병 시인 자신도 전기고문으로 몸과 정신이 멍들었다. 그때의 처참한 수난을 천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젠 몇 년이었는가/아이론 밑 와이셔츠같이/(고문)당한 그날은...//이젠 몇 년이었는가/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네 사과 뼈는 알고 있다./진실과 고통/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이후 천시인은 여러 일화들을 남기는데, 1970년에는 무연고자로 오해받아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지인들은 갑자기 사라진 천시인이 죽었다고 생각, 유고시집《》를 발표하였다.

당시 시집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내 영혼의 빈터에/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내가 죽는 날/그 다음날.//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사랑한다는 것과의노래가/한창인 때에/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한 마리 새.//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나쁜 일도 있었다고/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새)

1972년 친구의 여동생인 목순옥 여사와 결혼한 천상병 시인은 1979년 시집 《주막에서》를 민음사에서 펴냈고,《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1984년),《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든다면》(1987년),시집 《요놈! 요놈! 요 이쁜 놈!》(1991년),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1993년)도 발표하였다.

말년에 그리스도교에 입문한 천시인은 하느님에 대한 소박하고 순수한 신앙을 보여주는 작품활동도 하였다.

"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대우주의 정기(精氣)가 모여서/되신 분이 아니실까싶다.//대우주는 넓다./너무나 크다.//그 큰 우주의 정기가 결합하여/우리 하느님이/되신 것이 아니옵니까?"(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

1993년 천시인이 지병인 간경화증으로 별세한 후, 유고시집《나 하늘로 돌아가네》,《천상병 전집》이 발표되었다.

2007년 5월 1일에는 천상병시인을 기념하는 제4회 천상병 예술제가 천시인이 별세하기 전, 10여년간 거주한 의정부시에서 열리기도 했다.

 

  - 출처 :다음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