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감상문, 관람후기

<곁에서 그리고 멀리서>를 읽고

道雨 2009. 5. 5. 15:18

 

 

 

                            <곁에서 그리고 멀리서>를 읽고

 

 

 

 

 

 

어제 온 우편물 중에 책이 한 권 들어있었다. 

 

<곁에서 그리고 멀리서>라는 제목이 붙은 수필집인데, 군대 동기생인 박영희 대령이 쓴 것이다. 

 

약 10년 전, 부산 군수사에서 근무할 때, 초대를 받아 박대령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서재에 가득한 책을 보고 잠시 놀란 적이 있었다.

군인으로서의 투박한 이미지만 생각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강원도에서 연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부대에서 문집 겸 소식지로 만든 <참소리>를 읽어보라고 보내왔을 때, 거기 서두에 실린 박대령의 글을 읽어보고는 실로 문무를 겸비한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어제 보내온 이 책, <곁에서 그리고 멀리서>를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어보았다.

 

투철한 군인정신에 바탕을 두고, 지휘관으로서 예하 장병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려고 하는 마음이 가득하고,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나고 있다.

책의 서문과 뒷표지에 씌여진 그대로, 그의 두 아들(그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과 군대에서 만난 아들)에게 선물하는 책인 것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독서의 중요성, 불굴의 의지로 시련을 극복한 사람들 이야기, 좋은 생활습관 길들이기, 군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군대생활 자세, 자녀(주로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러가지 사례를 많이 들고, 자신의 경험과 주변(군대)생활 이야기로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으며, 초지일관 긍정적이고, 두 아들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채워져 있다.

 

 

 

 

내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글이 아주 마음에 들어 여기에 소개해 본다. 

이러한 것들은 진정 박영희 대령, 그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며, 군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갖기 어려운 것이고, 오로지 군인이기때문에 쓸 수있는 글이라고 사료된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살다보면 천만금의 금은보화보다 작은 조약돌이 더욱 귀해 보이고, 커피에 찌든 세련됨보다 된장국 뚝배기와 땀에 젖은 베잠방이가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나는 그들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그러나 이 아침의 맑고 깨끗한 산하와 빗방울에 젖은 잎새를 뛰어다니는 아기 청개구리 몸짓의 풍요로운 자연을 갖고 있다.


나는 그들처럼 넓고 좋은 집이 없다. 그러나 비 오면 비에 젖지 않고 눈이 오면 창밖을 보며,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조국이 준 나의 안식처가 있다.


나는 그들처럼 호기롭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러나 박일병의 해맑은 미소와, 김병장의 듬직한 자세, 이대위의 우직한 충정 속에,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뜨거운 조국애(祖國愛)가 있다.


나는 그들처럼 심오한 철학과 학식이 많지 않다. 그러나 6.25의 상처와 숱한 외침의 역사 속에 선열들의 고난과 아픔을 보고 비분강개하여 울분을 토하는 뜨거운 가슴과 진한 조국혼(祖國魂)이 있다.


나는 그들처럼 다양하고 많은 친구가 없다. 그러나 8월의 뙤약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며 진지공사를 하고, 입에서 단내가 물씬 나도록 유격훈련을 받으면서 국가와 이웃을 알고 끈끈하게 뭉쳐진 솔직 담백한 전우들이 있다.


나는 그들처럼 현란하고 고상한 취미를 못 가졌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조국의 내일을 위해 산과 들을 누비며 단련된 육신의 굳셈이 있다.


나는 그들처럼 화려하고 값비싼 옷이 없다. 그러나 항상 넉넉한 미소로 아내가 열심히 손질해 준 얼룩무늬 군복이 있다.


그러나 더 보람됨은, 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과 함께 조국 수호와 인류평화의 파수꾼이었음이 더욱 자랑스럽다.

                                                  

                                          - 본문 중에서 발췌한 것임

 

 

 

 

 

** 이제 얼마남지 않은 군생활인데, 비록 제대하더라도 영원한 군인일 수밖에 없는 박영희 동기생의 앞날을 축복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들이 많이 발표되기를 기대하는 바가 크다.

 

 

*** 마지막으로 예전에 내가 박대령에게 보낸 편지글을 덧붙이며, 문인으로서의 등단과 수필집 발간을 다시 한 번 축하하는 바이다. 

 

 

*   2002년 3월 5일, 내가 박영희 연대장에게 보낸 편지글

 

 

 

      박대령에게


 박대령이 보내준 소식지(참소리)를 잘 읽어보았네.

 받은 지 며칠 뒤에 시간이 나서 모두 읽어보곤 참 잘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

 소식지 뒤쪽의 연대장 핸드폰에 두 번인가 전화를 돌렸는데 연결되지 않아, 소식 전하기가 늦어졌네. 인터넷 주소라도 알고 있으면 간단히 적어 보낼텐데 알 수도 없고...

 아무튼 요즘 게을러져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아. 


 바로 얼마 전에도 동기생(예비역) 김상동선생이 보내준 학급문고지도 받아본 지 근 20여일 만에 읽어보았지. 요즘 여중생들의 학교생활과 친구관계 등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더군. 그러면서 이 친구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이렇게 두분(박대령과 김상동 선생)이 모두 자기 본분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장병들과 학생들에 대해 애정과 신뢰를 갖고 있는 것이 공통점인 것 같아.


 어쨌든 이런 훌륭한 두 분을 동기생으로 둔 나도 행운이겠지. 군문에서 또 교단에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 친구를 알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네.


 참소리(내 자판에는 아래 아가 없어 그냥 이렇게 쓰네)에서는 박대령의 글이 가장 인상깊고 또 잘 썼다고 칭찬하고 싶네. 그냥 글 솜씨로서가 아니라, 지휘관으로서 장병 모두를 생각하는 마음과 투철한 군인정신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 하더군. 나도 짧게나마 장교생활 했다고 하지만 자네의 그러한 투철한 정신에는 발끝만큼도 미치질 못하네.  그 다음으로는 연찬영 일병의 ‘어머니의 웨딩드레스’라는 글이 마음에 찡하는 것이 있더군. 마음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긍정적인 모습이 좋게 느껴지더군.


 박대령,

 항상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으이. 앞으로의 군 생활에도 영광이 계속되기를 빌며, 가족에게도 안부 전해주시고, 25주년 행사장(그 이전이라도 좋지)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네.


        2002년 3월 5일

                     해운대에서     오   봉  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