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성에 대해 되돌아 보게 만드는 또 하나의 걸작
- 영화 '아바타'를 보고
어제(2010. 2. 21) 저녁, 집사람과 함께 영화 '아바타'를 봤다.
그동안 주변에서 3D영화라 안경을 쓰고 본다는 둥, 재미있다는 둥, 관람인원이 괴물을 넘어 신기록을 세울 것 같다는 등, 칭찬 섞인 평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내 자신이 SF(공상과학)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지금껏 관람하질 않았었다.
그런데 아들(큰 아들인 공진이)이 영화를 보고 나서 좋게 느꼈던지, 우리들에게도 보라고 표를 두 장 예매하겠다고 하고는, 일요일 운동(축구)을 하고 나서 오는 길에 영화표를 가져왔기에 늦게나마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저께 집사람 생일(며칠 땡겨서 했다)을 맞아 아들들, 며느리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영화 아바타 얘기도 화제에 올랐다.
설 연휴 때 보문사에서 뵌 인태 스님(나의 누님이다) 말에 의하면,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내용이 뭔가 불교적이라고 하더라'라고 하였더니, 공진이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자기는 장자의 꿈 이야기(나비의 꿈)가 떠오르더라고 한다.
큰 아들인 공진이는 이 영화를 두 번 봤다고 한다. 한 번은 부산에서, 또 한 번은 남해에 근무하는 동료 의사와 함께 광주까지 가서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관람했다고 한다.
나는 '3D'니 '아이맥스'니 하는 것의 구분도 못하지만, 영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실감나게 보여주는 차원에서 다른가 보다.
우리가 어제 메가박스의 3D 디지털 영화로 본 것이 1만 3천원이었는데, 공진이가 광주의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볼 때는 1만 6천원 씩 주고 보았다고 한다.
많이 알려진 바와같이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 명료하였다.
값비싼 자원을 채취하려는 지구인과 자신의 근거지를 지키려는 판도라 행성 원주민과의 대결구도이며, 이러한 목적으로 원주민 사회에 보내진 일부의 지구인들이 원주민의 문화와 생활에 동화되어 원주민 편에서 싸우며 원주민들의 삶을 지킨다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영화 <1번가의 기적>, 예전에 TV에서 보던 <밀림의 왕자 타잔> 등이 연상되고, 외국영화 <늑대와 춤을>,<매트릭스> 등도 떠오른다.
지구인의 몸과 원주민의 몸 사이를 의식이 왔다갔다 하는 것은 장자의 꿈 속의 나비(영화 속의 원주민족 이름도 나비족이다)나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고, 개발자의 편에서 투입된 주인공이 원주민의 편에서 오히려 개발추진자들과 싸운다는 것은 '1번가의 기적'이나, '늑대와 춤을'과 닮았다.
그리고 영화 막판에 동물들이 떼지어 몰려와 위기에 빠진 주인공들을 돕는 것은 '타잔'과 다르지 않다.
함부로 살생하지 않고, 행성의 모든 식물들이 그물망과 같은 뿌리를 통해 같은 교감을 지니고, 사람과 동식물이 교감을 나눈다는 것은 어찌보면 연기사상(인연설)을 가진 불교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의 삼림이나, 자연과 생태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우리나라의 소위 4대강 사업도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요즘의 재개발(개발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는)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삶의 근거를 잃지 않기 위해 막강한 공권력이나 개발자들의 폭력과 맞서 싸워야하는 재개발지역의 주민들(특히 세입자들)이 무엇보다 더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보통 SF영화라면 주로 외계인과 싸운다든가, 혹성이나 혜성 등으로 인한 지구 멸망과 관련한 것들이 연상되었는데 ,아바타는 오히려 우리 주변의 현실문제(개발로 인한 갈등과 환경 파괴)를 공상과학이라는 소재를 빌려서 깊이 호소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가 기존의 공상과학 영화와 차별화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았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에 TV에서 일부분만 봤던 '아마존의 눈물'도 떠오르며, 재개발과 관련한 용산참사의 장면이 또 다시 어른거린다...
** 오랜 시간동안 입체화면을 보기 위한 안경을 쓰고 있느라 귀나 코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실감나게 펼쳐지는 전투장면이나 아름답게 구성된 자연환경을 감상하느라 두시간 반 가까운 시간이 지루한 줄 모르게 지나가게 되는 것은 3D영화가 가진 장점이라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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