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물 관련

퇴계 이황이 스스로 지은 자신의 비문

道雨 2011. 1. 25. 19:00

 

 

 

           퇴계 이황이 스스로 지은 자신의 비문

 

 

"나서는 아주 어리석었고, 조금 커서는 병이 많았으니 중년에 어찌 배우는 것을 좋아하겠으며, 만년에는 어찌 벼슬을 탐하겠는가. 배움을 구하매 더욱 아득하고, 벼슬을 사양함에 오히려 거기에 구속되고 말았으니, 벼슬에 나가자니 난처하고, 마침내 물러나 숨기를 고집하였다.

나라의 은혜를 입은 것을 깊이 부끄러워하고, 임금의 은혜도 진실로 부끄럽다. 산은 높디높고 물은 끊임이 없는데, 첫 옷으로 한가로이 거닐며 여러 비방을 못들은 척하였다. 이제 나의 회포가 막히니 나의 패(佩)를 누가 구경할 수 있을거나.

고인을 생각하건대 비로소 나의 마음을 얻었으니, 오는 세상이 지금 세상보다 못할 줄 어이 알리요?

걱정 가운데 즐거움이 있고, 즐거움 가운데 걱정이 있으니, 자연의 조화를 타고 다함으로 돌아가니 어찌 다시 구할거나!"

 

 

 

 

 

* 위 비문의 내용은 『인생의 참스승 선비(이용범 지음)』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 차제에 '나 자신의 비문을 써본다면 어떠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의 여정이 비문으로 남길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었나 돌이켜보면, 아쉽고 부족하고 잘못한 것이 적지 않지만, 이제는 해 저물어가는 내리막길 조심하면서, 하나씩 짐을 벗어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한다. 

 

한편 지금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장(수목장 : 樹木葬)이 추세이다 보니, 비문을 남긴다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돌에 새긴 비석은 없이 할지라도, 내 자신에게 쓰는 비문 한 편 쯤은 남기고 싶다.

옛 선현들이 남긴 문집 등에 자신이 생전에 썼던 편지나 애도하는 글(弔文)들을 남긴 것이 적지 않듯이, 따로 문집은 내지 못하더라도 이 블로그에라도 써두고 싶다.

 

예전에 '유서 써보기'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에 덧붙여 '자신의 비문 써보기'도 한 번 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