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예산 지원·집회 동원 MB기무사가 ‘최초 기획자’였다
2008년 9월 청와대 보고 문건에
“우호세력 관리·지지활동 유도해야”
이후 정부 지원 보수단체 26곳 급증
“우호세력 관리·지지활동 유도해야”
이후 정부 지원 보수단체 26곳 급증
이명박 정부 초기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정권 보위’를 위해 보수단체를 적극 지원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최초로 기획한 사실이 기무사의 청와대 보고 문건 등을 통해 드러났다.
기무사가 권력기관의 ‘온라인 댓글공작’을 처음 기획(<한겨레> 4월12일치 1면)한 것을 넘어, 예비역 단체 등의 ‘오프라인 맞불집회’까지 처음 기획한 셈이다.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기무사에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17일 <한겨레>에 공개한 문건을 보면, 기무사는 2008년 9월19일 청와대에 보낸 ‘주간보고’에서 예비역·보수단체를 ‘정부 우호 단체’로 설명하면서 “정부보조금 지원 확대, 정부 우호 세력 관리 및 지지활동 유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무사가 이 구상을 청와대에 보고한 시점은, 국가정보원이 공기업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보수단체 지원을 주선했던 2009년 4월보다 앞선다.
실제로 2008년 정부 지원을 받은 이른바 ‘군변단체’는 특전동지회 한 곳뿐이었지만, 기무사 건의 뒤인 2009년부터 꾸준히 늘어나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에는 27곳으로 급증했다.
기무사는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6월 청와대에 보낸 보고서에선 “(안보단체가) 지난 5년간 종북좌파 대응 및 국민안보 의식 고취를 위해 노력했다”며 광우병·4대강·자유무역협정(FTA)·제주해군기지 등 국가적 이슈에 정부 입장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지난 대선 시 보수세(력) 결집을 통해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며 “종북세(력) 대응 및 보수진영의 정부 후원 세력화를 위해 안보단체 관리에 관심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의원은 “기무사의 정치개입 디엔에이(DNA)를 확인시켜주는 문건”이라며 “이들의 정치개입 관성을 멈추는 특단의 조사와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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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박근혜 기무사, 우파단체 동원 기획부터 사후관리까지
기무사 ‘우파단체 지원’ 기획 문건
우호여론 조성 ‘비노출 특수팀’ 제안
‘광우병 촛불’ 뒤 10만명 맞불집회 등
예비역·보수단체 동원 방안 제시
청와대-안보단체 ‘핫라인’ 유지하게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때도
“100여개 단체 애국시민연합 계획
안보후원세력에 배려 여망” 건의
기무사 언급단체, 탄핵촛불 때 ‘맞불’
이철희 의원 “정치·선거 개입 않고
보안방첩 본연임무 충실하게 개혁을”
우호여론 조성 ‘비노출 특수팀’ 제안
‘광우병 촛불’ 뒤 10만명 맞불집회 등
예비역·보수단체 동원 방안 제시
청와대-안보단체 ‘핫라인’ 유지하게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때도
“100여개 단체 애국시민연합 계획
안보후원세력에 배려 여망” 건의
기무사 언급단체, 탄핵촛불 때 ‘맞불’
이철희 의원 “정치·선거 개입 않고
보안방첩 본연임무 충실하게 개혁을”
17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우파단체 지원’ 기획 문건은, 군사보안과 방첩을 담당하는 기무사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광범위한 정치개입에 나선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무사는 댓글공작을 통한 온라인상의 여론조작은 물론, 보수단체의 관제집회 동원까지 기획·제안한 것은 물론, 사후 관리까지 나섰다.
정보업무에 밝은 인사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국가기관 정치개입의 출발점은 기무사”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좌파, 체제전복 목표”…3단계 대응
기무사는 2008년 6월 온라인상에서 친정부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비노출 특수팀’을 운영해야 한다는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어 석달 뒤인 9월엔 예비역·보수단체 육성안을 내놨다. “(이들 단체를) 비영리 민간단체 자격을 부여하고”, “사업 대상 선정 시 우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 정부 우호 세력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2008년은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던 해다.
다음해인 2009년 1월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에선 이들 단체의 상세한 활용 방안도 밝혔다. 기무사는 문건에서 “북·좌파세력은 공히 ‘2012년 체제 전복(재집권)’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무사는 ‘2012년 체제’가 김일성 탄생 100주년, 대한민국·미 대선 시기라고 규정했다.
기무사는 ‘단계별 좌파 대응 방안’으로 보수인사를 활용한 언론 기고(1단계)→군변단체 동원한 기선제압(2단계)→맞불집회 등 총력대응(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기무사는 이런 활동을 주도할 수 있는 ‘예비역 핵심단체’로 애국단체총연합회, 충호안보연합, 재향군인회, 성우회, 해병대전우회, 특전동지회를 꼽았다.
이 가운데 충호안보연합은 기무사 전직 직원들의 모임이다. 기무사는 충호안보연합에 대해 “전국 조직망, 일사불란한 활동”, “온라인으로 정부 지지세 확산 역할(사이버 능력 구비)”이라고 소개했다.
■청와대-보수단체 ‘소통창구’
기무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와 예비역·보수단체 사이의 ‘소통창구’를 자임한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6월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안보단체 간 “핫라인이 유지”됐고 “국정운영 고비 시마다 (청와대가) 도움 요청”을 했다고 적시되어 있다. 또 이들 단체가 2012년 대선 때 정권재창출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기무사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안보단체와 ‘접촉’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고, “일 터진 뒤에 도와달라고 하면 그때는 늦음. 평소 교감 형성이 중요하다”는 이상훈 애국단체총협의회 상임의장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비서실장의 안보단체장 초청 또는 방문 △청와대의 안보단체 관리 업무분장 재검토까지 제안했다.
기무사는 나아가 “안보단체의 정부 지지 기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적극 관리”하겠다는 다짐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단체별 전담관 임명 △기무사령관이 주요 10개 단체 초청행사 주관 △지역별 126개 안보단체 지회 결성 유도 등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내놓았다.
■“대규모 동원 가능한 범보수단체 필요”
국가정보원의 2012년 대선개입에 대한 시민들의 규탄집회가 확산되던 2013년 7월, 기무사는 애국단체총협의회(애단협) ‘범보수단체 결성’ 움직임을 상세히 보고했다.
기무사는 당시 “종북세(력)이 8·15에 ‘50만명 규모의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획책”하고 있고, “북이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활동지침 하달 등 대중투쟁(을) 선동”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어 “보수세(력)이 종북세(력) 활동에 대응하고 있으나 대중 동원에 한계를 인식”했다고 토로하며, “대규모 인력동원이 가능한 새로운 범보수단체 결성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애단협 주도로 100여개 단체가 모인 가칭 ‘대한민국 애국시민연합’ 결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창립대회(8월19일)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상훈 상임의장이 당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 예산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기무사는 “종북세(력)의 촛불집회 대응을 위해 8월 중에 회원 10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민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며 “안보후원세(력) 역할에 매진할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여망한다”고 건의했다.
실제로 연합단체 결성을 주도한 애단협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경련으로부터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또 애국시민연합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가 거셌던 2016년 12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우리나라지키기 한마음 국민대회’라는 맞불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철희 의원은 “기무사가 정권을 보위하는, 대통령의 정무실장 노릇을 했는데, 보안을 담당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은폐가 가능했다”며 “기무사가 원천적으로 정치개입, 선거개입을 못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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