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에 법원·언론까지 전방위로 뻗친 ‘세월호 사찰’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정보원이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법원·언론사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사찰을 벌인 정황이, 국정원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는 게 정부의 급선무인데, 오히려 진상을 은폐하고 사건의 파장을 축소시키는 데 급급했던, 당시 집권층과 정보기관의 반인륜적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일 공개한 국정원 문건들을 보면, 국정원은 참사 당일 ‘향후 수습 방안’으로 “민심·여론 관리→‘정부 책임론’으로 비화 방지” 등을 적시했다. “봉사활동을 했던 자총(자유총연맹) 안산지회와 단원경찰서, 안산시수습지원단 관계자들과 긴밀히 공조해, 유족 특이 동향 파악 및 건전 유족을 통해 좌파와 조직적 연계를 차단했다”는 내용도 있다. 처음부터 사고 수습·대처에는 관심이 없었고, 전방위적 사찰·공작에 나섰던 것이다.
세월호 관련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정치 성향과 전력 등을 사찰한 것은 충격을 더한다. 국정원 문건에는 ‘대법원, 세월호 재판 관련 광주지법 통제에 진력’ 등의 제목 아래, 법원 내부에서 개별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도 담겨 있다.
“간접적으로 지휘부의 우려를 전달하며, 다른 재판은 몰라도 이번 세월호 재판은 무조건 자신이 말한 대로 따라야 한다고 설득” 등의 내용이다.
‘사법농단’ 사건에서 임성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데, 이런 일이 더 광범위하게 벌어졌음을 짐작게 한다.
국정원이 사법부를 사찰하는 것이나, 사법부 안에서 재판 개입을 하는 것 모두 묵과할 수 없는 반헌법적 행위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정원 문건에는 “신문사들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중략) 보도 분량 축소 및 자극적 보도 자제 등을 요청받고 있다며 수용 방침”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방송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홍보수석실에서 더 광범위한 보도 통제를 시도했다는 얘기다. 정치적 이해를 앞세워 진실 보도라는 임무를 저버린 언론의 책임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런 문건들이 있는데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 청산 티에프(TF)’와 검찰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부실 조사와 수사였다.
사참위는 내년 6월10일까지인 조사 기간 동안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의 세월호 사찰 문제를 더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
아직도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세월호 관련 진실의 조각들을 끝까지 찾아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추궁도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 2021. 12. 3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21792.html#csidxf30ca02e8702b42bf0c800d137b96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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