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30조 비타민 산업, 그들은 ‘불안’을 파고든다…비타민을 끊어라

道雨 2022. 6. 28. 09:32

30조 비타민 산업, 그들은 ‘불안’을 파고든다…비타민을 끊어라

 

미 질병예방특별위, 비타민A·비타민E 보충제 반대
비타민A 폐암 위험 높일수도…84편 논문 메타분석

 

 

지난 21일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에서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가 암과 심혈관 질환, 사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베타카로틴(비타민A)과 비타민E 사용은 명시적으로 반대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베타카로틴은 폐암 위험을 높이고, 기타 유해한 효과와 관련된다고도 했다. 연구 결과는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사협회학술지(<JAMA>)에 실렸다.

질병예방특별위원회는 질병 예방과 근거 중심 의료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독립적 단체이지만, 공익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아 미국 정부에서 인적,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이번 연구는 84편의 논문을 메타분석했다. 메타분석이란 많은 논문의 데이터를 모아 재분석하는 방법으로, 표본 크기가 커져 오차가 줄고 검정력이 향상된다. 연구에 포함된 피험자 수가 무려 74만명이다. 어지간한 연구와 신뢰성을 비교할 수 없다.

 

이런 연구는 처음이 아니다. 2007년 덴마크에서 23만명을 메타분석해, 비타민제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된다.

 

그럼 이제 비타민과 보충제 시장이 타격을 받을까? 아닐 것이다. 비타민 산업 규모는 세계적으로 연매출 30조원, 우리나라는 300억~700억원 수준이다. 그 정도 돈은 스스로 생명을 갖게 마련이다. 알고도 양심을 파는 ‘전문가’들과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이비들이 온갖 장광설로 반박에 나설 것이다. 자본과 에스엔에스(SNS)가 결합된 세상에서 과학은 멀고 마케팅은 가깝다.

여기서 두가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첫째,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비타민을 먹는다고 건강에 도움이 될까? 가난한 나라에서 비타민 결핍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비타민제를 투여하는 데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의학적으로도 임산부나 소화흡수장애 환자에게는 비타민을 처방한다. 그러나 먹고살 만한, 심지어 비만을 걱정하는 사람이 따로 비타민제를 먹어야 할까? 대부분의 의사나 영양학자는 부정적이다. 모자라면 보충해야 하지만, 모자라지 않은데 더 먹는다고 좋을 것 없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지만, 배부른데 계속 먹으면 배탈이 난다.

둘째, 비타민 제제와 음식으로 섭취하는 비타민이 같을까? 과학적 연구는 비타민제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과 다르며,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실 그것은 상식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고기와 곡식에는 비타민 외에도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또한 음식을 먹는 것은 영양 섭취에 그치지 않는다. 보고, 냄새 맡고, 맛과 질감을 느끼는 것이 곧 삶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왜 비타민을 포기하지 못할까? “불안”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바쁘다. 항상 뭔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에 시달린다. 그 와중에 바쁘게 살던 누군가가 암이나 뇌졸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불안하다. 비타민이든, 홍삼이든, 프로바이오틱스든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기고 싶다. 불안한 사람에게는 뭔가를 팔기 쉽다. 돈을 쥔 자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항상 피곤하지? 집중도 안 되고, 의욕도 없지? 너 사는 걸 돌아봐.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햄버거, 저녁은 삼겹살에 소주…. 아이들은 어때? 뭘 먹는지나 챙겨봤어? 자, 널 위해 준비했어. 이거 한알이면 돼….”

이런 마케팅에 업계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다.

 

사람들은 비타민이 큰 부작용 없고, 값도 싸니 보험 드는 셈 치고 먹는다. 이번 연구로 비타민제가 효능은 없고 꽤 큰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 밝혀졌다. 분명한 부작용도 있다. 비타민을 위안 삼아 건강에 기울여야 할 노력을 외면하는 것이다. 건강한 음식을 골고루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담배를 끊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조절하며, 정기검진을 챙겨야 한다. 불안에 대처하는 법은 단 한가지, 미봉책을 버리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뿐이다.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