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발' 세 사령관이 한남동으로 불려갔다는데…
"김용현, 방첩사 수방사 특전사령관 비밀 회동"
8월초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으로 소환 왜?
방첩사령관, 윤석열·김용현과 같은 충암고 출신
수방사령관은 김용현 9사단 시절 사단장 아들
영화 '서울의 봄' 소환…'하나회'와 비교되기도
(2024년 9월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 오전 질의 중)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
후보자, 질문입니다. 대답하세요. 최근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죠?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입구에서 경호처 직원의 안내로 불러들여서 무슨 이야기 했습니까? 계엄 이야기 안 했습니까? 내란 예비음모로 비칠 수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박선원 의원님 말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여러가지 선동적인 말씀을 하시는데, 이 자리는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라 청문회 그야말로 듣는 자리입니다. 이런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거짓선동하고 정치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일 국회 국방위원회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과 김용현 후보자가 주고받은 문답이다. 청문회 첫 질의자로 나선 박 의원은, 대통령경호처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으로 방첩사령관(옛 기무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을 호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4일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 의원이 언급한 '한남동 공관'은 김 후보자가 사용한 한남동 대통령경호처장 공관을 의미한다. 이 공관은 원래 해병대사령관 공관이었지만,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경호처장 소관으로 넘어갔다.
문제가 되는 '한남동 공관 회동 의혹'은, 이곳 경호처장 공관에서 김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인 8월 초, 방첩사령관과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을 만났다는 내용이 골자다. 회동 참석자들은 한남동 모처에서 경호처 차량으로 갈아타는 방법으로, 공관 출입기록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민주당은 파악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박 의원이 던진 여러 의혹들에 대해 '정치선동'이라고 반발했지만, 명확하게 한남동 회동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지 않은 만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김 후보자와 수도권 3개 부대 주요 사령관의 회동이 실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도 되지 않은 경호처장이 주요 사령관들과 만났다면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시기적으로도 여러 의심을 낳는다. 회동 의혹이 제기된 시기는 민주당에서 계엄 언급이 나오기 전이다. 민주당에서 처음 계엄이 언급된 것은 지난달 18일 전당대회에서였다.
회동 의혹이 제기된 시점 이후 정치권에서 계엄설이 불거진 점을 미뤄볼 때, 이들 사이에서 계엄 내용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들 사령관은 실제 계엄 하에서 상당한 역할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계엄 시 방첩사·수방사·특전사 역할
한남동 회동 의혹에 등장하는 방첩사령관과,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은 모두 계엄 국면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보직이다. 이들의 역할은 과거 계엄 대비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정치권에선 계엄으로만 표현하고 있지만, 이번에 언급되는 '계엄'은 야권이 제기하는 대통령 '탄핵'과 정반대에 있는 개념으로, 성격상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계엄, 즉 '친위 쿠데타'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2017년 탄핵 정국에 대비해 작성된 기무사의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2급 비밀 해제)은 여러모로 참고가 된다.
2017년에 작성된 67쪽 분량의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에 따르면, 방첩사령관(당시 기무사령관)은 합동수사본부장(합수부장)이 된다. 합수부장은 10·26 당시 전두환이 맡았던 보직이다. 계엄사령부직제령 제7, 제8조 등에 따라 합수부장은 검찰과 군검찰, 국가정보원, 경찰, 군사경찰, 방첩사 등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을 전방위적으로 조정·통제하며, 내란·외환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에 대한 수사권을 민간인까지 확대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제와 사이버범죄 수사도 합수부장 관할이다.
또한 합수부는 집회 및 시위 주동자 등 계엄법 위반 사범을 색출 및 사법 처리하고, 야당이 재적의원 과반 수로 계엄 해제를 시도할 경우 반정부 정치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을 집중 검거함으로써 국회 의결 정족수가 미달하도록 유도하는 임무도 맡는다. 아울러 계엄사의 보도검열단과 별개로 언론대책반도 가동해 계엄에 유해하거나 공공질서를 위협하고 군 사기를 저하한다고 판단되는 보도를 통제할 수 있다. 언론 보도뿐 아니라 각종 공연과 미술, 영상, 인터넷, SNS도 모두 통제 대상이다.
대통령 친위 부대 성격의 수방사령부(수방사), 공수부대를 거느리고 있는 특전사령부(특전사)는 실제 치안유지와 무력행사를 하는 핵심 부대다. 과거에도 수도경비사령부(수방사 전신)와 특전사 공수부대는 위수령과 비상계엄 발령 당시 실제 투입된 전례가 있다. 2017년 계엄 문건에서도 이들 부대는 중요 역할을 담당한다.
2017년 계엄 대비계획 문건에 따르면, 비상계엄 시 계엄사령부를 설치할 최적의 장소로 수방사 내 B-1문서고를 명시하고 있어, 수방사는 계엄 하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계엄사를 방어하는 제1부대가 된다.
2018년 위수령이 폐지되기 전엔 서울지역 위수령 발령시 수방사령관이 위수사령관이 되고 수방사 1경비단이 청와대를 방어하도록 계획했던 만큼 대통령실의 친위 부대 역할도 할 수 있다. 수방사는 특임대대를 가지고 있어 경호작전과 대테러작전 등이 가능하다.
특전사령부는 예하 1·3·7·9·11·13공수여단과 707대대가 계엄 임무 수행군으로 편성되며, 서울 지역에 2개 특전 여단이 배치된다. 최정예 부대로 불리는 707대대는 중요시설 탈환작전시 투입된다. 이 외에 경기도에 9공수여단, 강원도에 3공수여단, 충청도에 13공수여단, 전라도에 11공수여단, 경상도에 7공수여단 등이 배치돼 전국의 중요시설을 방호하거나, 주요지역을 점령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방첩사령관과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는 국방부 비상대책회의 참석 대상이기도 하다. 국방부 비상대책회의는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합참의장, 육군총장,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국방부정책실장, 합참정보본부장, 합참 작전본부장, 군사보좌관 등 10명 정도의 최소한 인원으로 편성되며, 계엄 시행여부와 계엄의 종류(비상계엄, 경비계엄) 등을 결심한다.
이처럼 계엄과 관련해 주요 역할을 하는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이 평시에도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드문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들 주요 사령관이 국방부 장관 없이 실제 경호처장 공관에 모였다면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혹 키우는 김용현 인맥과 충암파
무엇보다 이같은 의혹을 키우는 것은 김 후보자의 군 인맥이다. 계엄 의혹, 그리고 이와 연계되는 한남동 공관 회동 의혹은 김 후보자의 학연, 근무연 등 사적 인연을 둘러싸고 더욱 증폭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1년 선배이자 육군 3성 장군 출신인 김 후보자는, 대선 경선 때부터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자문 역할을 하면서 정권의 실세로 통했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을 밀착 수행하는 경호처장을 하면서, 군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선 국방장관 위의 '국방상관'이라 불렸으며, 최근엔 전두환의 '하나회' 김관진의 '독사파'처럼 군내에 김용현의 '충암파' 이야기까지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번 한남동 회동 의혹에 등장하는 여인형 방첩사령관 역시 충암고 17기로, 김 후보자(충암고 7기)와 윤 대통령(충암고 8기)의 고교 후배다. 이른바 '충암파' 계보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김 후보자의 직접 인연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지만,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경우, 근무연으로 분류된다. 이 사령관은 충암고 출신은 아니지만, 김 후보자가 1991~1995년 9사단에 재직하던 시절 그의 사단장이었던 이규환 장군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계엄 의혹이 더해진다. 현행 계엄법상 계엄령은 국방부 장관과 함께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건의한다. 김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이 된다면, 김 후보자와 함께 충암고 12기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계엄 건의의 주체가 된다. 그리고 이들 장관 아래 충암고 출신으로 계엄시 합수부장이 될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근무연으로 이어지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이 계엄설을 키운다. 일각에선 여 사령관을 계엄사령관 역할을 맡는 육군총장으로 승진시킬 것이라는 전망까지 얹기도 한다.
대북 특수정보를 수집하는 담당하는 부대인 777사령부의 박종선 사령관도 충암고 19기로 계엄 의혹과 함께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 국방부 대변인 출신인 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지난 2일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777사령부는 북한과 관련된 특수정보를 취급하지만, 국내적으로 돌아섰을 때는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온 것처럼 통신을 전부 인터셉트(가로챔)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른바 '충암파'로 불리는 김 후보자의 충암고 인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충암파와 하나회, 그리고 서울의 봄
이렇다보니 부 의원 발언처럼, 한남동 공관 회동 의혹을 포함한 계엄 의혹은 영화 <서울의 봄>과도 비교된다.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12·12 쿠데타는, 10·26 사건으로 합수부장을 맡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현 방첩사령관)이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동원해 일으킨 군사 반란이다. 당시 최전방을 방어하고 있는 노태우의 9사단이 서울 중앙청을, 박희도의 1공수여단이 서울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점령하면서 쿠데타 세력이 승기를 잡았다. 당시 노재현 국방부 장관은 정승화 육군총장 공관에서 들린 총소리에 놀라 지휘통제도 없이 식솔만 이끌고 달아났다.
다만 당시 수방사의 전신인 수도경비사령부를 지휘한 장태완 수경사령관과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하나회가 아니었다. 실제 12·12 쿠데타는 장태완 수경사령관이 반발하고, 육본 명령을 받은 특전사 9공수여단이 서울로 출동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회 소속인 최세창 당시 3공수여단장이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고, 신윤희 수경사 헌병부단장이 장태완 수경사령관을 체포하면서 12·12 쿠데타를 막을 세력들이 힘을 잃게 된다.
계엄설이 회자되면서 '하나회'와 '충암파'가 비교되고 있지만, '2024년 버전'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보안사령관격인 방첩사령관 그리고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1979년과는 차이가 있다.
김용현, 여전히 명확한 답변은 없어
김 후보자는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관련 의혹에 대해 '정치선동' '정치공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 후보자 측은 한남동 공관 회동 의혹과 관련된 <시민언론 민들레>의 질의에 "해당 부대들(방첩사, 수방사, 특전사)은 대통령 경호작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경호작전 부대와 관련된 활동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엄과 연관시키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 측은 방첩사령관과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수도권 3개 부대 사령관과 만났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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