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투쟁 나선 방심위 ‘민원사주’ 신고자들
*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공익신고자 공개 기자회견’이 열려 지난해 12월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방심위 직원들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친동생을 비롯한 가족·지인을 동원해, ‘윤석열 검증 보도’를 심의해달라고 ‘셀프 민원’을 제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류 위원장이 직접 심의를 진행해 뉴스타파 등 언론사들을 징계한, 이른바 ‘민원사주’ 사건의 공익신고자들이 25일 신원을 공개했다.
방심위 직원인 이들은 지난해 12월 권익위에,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권익위는 7개월 넘게 처리를 미루다,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없다며, 방심위로 돌려보내 ‘셀프 조사’를 하게 했다.
그리고 권익위는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신고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신고자들을 올해만 두차례 압수수색했다.
완전히 거꾸로 된 것이다.
결국 참다못한 신고자들이 이름을 밝히고, 공개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날 신분을 공개한 내부고발자는 3명이지만, 지난해 권익위 신고에는 149명의 직원이 함께했다. 방심위 전체 직원 220여명 가운데 대다수가 참여한 것이다.
국가기관의 장이 특정 언론사를 징계할 목적으로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스스로 민원을 제기하고, 이에 직원들이 이해충돌 우려를 지적해도 아랑곳 않는 등 조직 시스템을 허물어뜨리자,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직원 대부분이 함께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류 위원장을 비롯해 권익위와 경찰, 여당인 국민의힘까지 이를 ‘정보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고 역공세를 펼치고 있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참으로 뻔뻔하다.
내부고발자 3명은 이날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정황을 알게 된 계기와 내부고발 진행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지난해 9월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 보도에 “엄중히 조처하겠다”고 발언한 직후부터 유사한 내용의 민원이 갑작스레 빗발쳤고, 접수된 민원인의 전자우편 주소 등을 검색해보니 류 위원장과의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앞서 방심위는 21일까지였던 ‘민원사주’ 의혹 관련 조사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지난 20일 권익위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에서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사실상 ‘무기한’ 조사를 통해 사건을 덮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방심위원장은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를 징계하려고 지인들을 동원해 민원을 꾸미고, 직원들이 이를 권익위에 신고하자, 권익위는 오히려 신고자를 경찰에 넘기고, 경찰은 신고자만 뒤지고 있다.
법과 정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 2024. 9. 26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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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의혹 뭉개자…내부고발자 ‘공개 투쟁’
방심위 공익신고자 3인 신분 공개
“신고 뒤 돌아온건 경찰 압수수색, 류희림, 숨지 말고 조사 받으라”
국회·수사기관에 진상규명 촉구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내부고발한 이들이, 25일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류 위원장에 대한 방심위 자체 조사가 독립적이길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경찰이 신고자에 대해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압수수색 등 고강도 수사를 벌이자, “적반하장에 정면승부하겠다”며, 직접 나선 것이다.
방심위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류 위원장 사건을 넘겨받아 ‘셀프 조사’를 진행하다가, 최근 조사 기간 연장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 사주 의혹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계속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셈이다.
방심위 내부고발자 3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얼굴과 신분을 공개하고 “이제 익명의 신고자가 아닌 실명의 공익신고자로서 류희림씨의 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하겠다.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국회와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내부고발자는 지경규 지상파방송팀 차장과, 탁동삼 명예훼손분쟁조정팀 연구위원,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장이다.
이들은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정황을 처음 알게 된 계기와 내부고발을 진행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 보도에 “엄중히 조처하겠다”고 발언한 직후부터 유사한 내용의 민원이 갑작스레 빗발쳤고, 접수된 민원인들의 전자우편 주소 등을 구글로 검색해보니, 류 위원장과 이들의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탁 연구위원은 “민원인 가운데 류희림씨의 가족이나 지인이 섞여 있다는 건 직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한두명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다수가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은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방심위가 지난해 11월 녹취파일 인용 보도를 한 방송사에 내린 과징금 부과 결정은, ‘민원 사주’로부터 시작된 ‘과잉 심의’인 것으로 판단했고, 내부 문제 제기에 이어, 지난해 12월23일 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이어 방심위 구성원 70%에 해당하는 직원 149명은 지난 1월 실명으로 권익위에 민원 사주 의혹을 다시 신고했고, 언론현업·시민사회단체도 류 위원장을 업무방해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5조)에서는 제재 처분과 심의 등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 대해 사적 이해관계자가 직무와 관련된 사실을 알았다면 해당 업무 회피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권익위는 7개월 넘게 류 위원장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지 않다가, 지난 7월 ‘관련자들의 진술 불일치’를 이유로 이를 방심위로 넘겼다.
반면 같은 사건에서 류 위원장이 주로 제기한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 필요성이 있다”며 경찰에 이첩했다.
민원 사주 의혹이 불거진 뒤 당사자인 류 위원장은 “민원 신청인의 개인정보 유출은 중대 범죄행위”라며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처를 통해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규명해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수사·조사 초점이 공익신고 한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아니라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에 맞춰지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공적 기구의 구성원으로서 비리나 공익 침해 행위가 발생하면 신고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양심에 따라 외부에 알렸다”며 “하지만 돌아온 대가는 이어진 고발과 경찰의 수사, 권익위의 방관이었다. 공익신고에 도움을 주거나 엮인 정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료 직원들이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혐의와 관련해 방심위 직원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올해만 두차례 벌였다. 반면 권익위로부터 류 위원장 민원 사주 의혹 사건을 도로 넘겨받은 방심위는, 지난 20일 권익위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사건 송부 관련 기간 연장 통보’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23일 사건을 넘겨받은 지 두달 만에 조사 결과를 내놓는 대신에 ‘셀프 조사’를 ‘셀프 연장’ 한 셈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령(23조)에 따르면, 조사기관은 위반행위 신고를 이첩·송부받을 경우 60일 이내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권익위에 사유와 기간을 통보한 뒤, 이를 연장할 수 있다. 권익위에서 제동을 걸지만 않는다면, 사실상 ‘무기한’ 조사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방심위는 조사 기간 연장 사유 등을 묻는 한겨레의 질의에 “감사와 관련된 사항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방심위 내부고발자들은 “그냥 모르는 척 물러나거나, 민원인 정보이니 절대 언급조차 해선 안 된다고 물러섰어야 했느냐”며 “이제는 당당히 신분을 밝히고 모든 조사에 응할 테니, 류희림씨도 억울하다면 민원인을 가장한 가족과 지인들의 뒤에 숨지 말고 나와서 함께 조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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