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극우와 종교적 광신이 합세해 국가 권력 장악하면?

道雨 2025. 5. 29. 09:39

극우와 종교적 광신이 합세해 국가 권력 장악하면?

 

 

 

민주주의 파괴에 전쟁·학살 폭주 이스라엘

“유대 부족이 민주 부족을 제압"

가자 폭격 600일…5만4056명 학살

유대 정착민 공동체 "가자는 종교 전쟁"

"이스라엘·가자서 반전 움직임 싹 터"

 

민주주의 헌정 질서 파괴, 그리고 브레이크 없는 전쟁과 학살.

종교적 광신과 결합한 극우 세력이 국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 벌어지는 끔찍한 광경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라고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는 봤다.

퓰리처상 3회 수상자인 그는 '방금 이스라엘서 목격한 점멸 신호'란 뉴욕타임스 27일 자 칼럼에서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1일 예루살렘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2025. 05. 21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 왜 폭주?
극우와 유대 광신 세력 결합 탓

 

네타냐후 정권은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10·7 기습 공격과 인질 억류에 대한 보복을 구실로, 약 600일 동안 가자지구에 대한 무자비한 살육 작전으로, 이날 현재 주민 5만4056명을 학살했으며, 전혀 끝낼 낌새가 없다.

그동안 인근의 레바논, 시리아와 예멘 반군 후티 공격, 그리고 이란과의 전쟁도 불사할 태세를 보여왔다.

안으로는 '전시 체제'를 명분으로, 사법부 무력화, 언론 자유 제한 등 이스라엘의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현 이스라엘 정권은 2022년 11월 당선된 우파 리쿠드당의 네타냐후 총리가, 유대교 근본주의 정당인 '종교적 시오니즘당'의 대표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의 힘)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토안보부 장관 등 유대교 광신 세력과 손을 잡고 전방위로 폭주하고 있다.

 

* 이스라엘 시민들이 수도 텔아비브에서 가자 전쟁 종식과 하마스 억류 인질 석방을 요구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권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5. 05. 17 [AP=연합뉴스] 

 

 

 

네타냐후, 브레이크 없는 전쟁·학살
싹 트는 이스라엘 내 반전 움직임

 

그러나 이스라엘 안에서 반전 움직임이 싹 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프리드먼은 최근 이스라엘을 다녀왔다며 "좌파에서 중도, 우파 일부까지 더 많은 이스라엘인이, 이(가자) 전쟁의 지속은 도덕적, 외교적, 또는 전략적으로 이스라엘에 재앙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점멸 신호를 봤다"고 전했다.

이런 반전 움직임은 하마스에 억류된 모든 이스라엘 인질이 귀환한 이후 본격화할 걸로 예상했다.

 

중도의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는 하레츠 기고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는 현재 목적도, 목표도, 분명한 계획도, 성공 가능성도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썼다. 올메르트는 "우리가 지금 가자에서 하는 것은 무차별적, 무제한적, 잔인하고 범죄적인 민간인 학살인 섬멸 전쟁이다"라면서 "그렇다, 이스라엘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파 리쿠드당 소속의 전쟁 옹호론자이지만, 예비군 동원령 발동 권한 확대에 반대한 탓에 크네세트(의회) 외교국방위원 자격이 정지된 아미트 할레비도 현지 신문 인터뷰에서 "이 전쟁은 사기다. 그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속였다"면서 이스라엘은 "20개월 동안 실패한 계획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하마스 파괴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 왈라 알-킬라니(사진 중앙)가 26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숨진 어머니와 오빠가 안치된 가자시티의 알-쉬파 병원에서 오열하고 있다. 2025. 05. 26 [AP=연합뉴스]

 

 

 

"제정신이면, 민간인과 싸우거나
취미로 아기들을 죽이지 않는다"

 

좌파에서는 이스라엘의 자유주의 연합인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다시 제정신인 나라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면,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따돌림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 제정신인 나라는 민간인을 상대로 싸우지 않고, 아기들을 취미로 죽이지 않으며, 주민들의 축출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골란은 네타냐후 정권을 향해 당장 멈추고, 휴전하고, 인질을 돌려받고, 가자에는 국제 및 아랍의 병력을 배치하며, 하마스의 잔당 문제는 나중에 처리하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프리드먼이 보기에, 갈수록 더 많은 이스라엘인이 전쟁 반대로 돌아서는 건, 가자 민간인 사상자의 증가 때문만은 아니고, 사회 전체가 전쟁으로 무너져 내린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하레츠의 군사 분석가 아모스 하렐은 "증가하는 (병사들의) 자살로부터 해체되는 가족, 무너지는 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 징후들이라면서 "(네타냐후) 정부는 이러한 상황 전개를 그냥 무시하고, 그 대신 승리의 약속들을 퍼뜨린다"라고 지적했다.

 

*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24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모형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머리 위에 슬리퍼가 올려져 있다. 2025. 05. 24 [AFP=연합뉴스]

 

 

 

가자 폭격 600일…5만4056명 학살
프리드먼 "가자에도 반전 움직임"

 

한편, AP 통신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25일 밤 가자시티 다라즈 지역의 파미알제르자위 학교 단지를 공습해 최소 52명이 사망했다. 여기엔 수많은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있었고, 잠든 시간에 폭격하고 화재가 발생한 탓에 많은 어린이가 숨졌다. 또한 가자 북부 자발리아의 한 민가에서도 폭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일가족 16명이 숨졌다.

 

이에 하렐은 "많은 폭격은 실제로는 하마스 리더들을 암살하려는 시도이며, 종종 그들이 가족과 함께 있을 때다. 이들은 더는 자기 집이나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보통 민간인 수천 명과 함께 붐비는 텐트 캠프에 있다"며, 이스라엘군의 가자 폭격이 대규모 민간인 살상을 초래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네타냐후 정권은 연일 하마스 잔당 섬멸을 구실로 가자를 전방위로 폭격하고 있다. 생존한 이스라엘 인질 20여 명의 생명은 그런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자세다.

이에 프리드먼은 "네타냐후 연합 내의 종교적-민족주의적 멤버들이 기본적으로 전쟁 중단 땐 그를 실각시키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프리드먼이 보기에, 이스라엘에서뿐 아니라 가자에서도 반전 움직임이 싹 트고 있다. 그는 최근 몇 주 벌어진 하마스 반대 시위에 가자 주민 48%가 지지했다는 라말라 소재 팔 정책·설문조사 센터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뒤 "많은 이스라엘인이 리더들의 덫에 걸려 있다고 느낀다면, 많은 가자인도 똑같이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로 가자에서 최종적으로 총성이 멈출 때, 이스라엘 리더 일부는 심판에 직면할 것이고, 하마스 리더들도 오명 속에서 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3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포럼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있다. 2025. 05. 13 [로이터=연합뉴스]

 

 

 

유대 종교-민족주의-정착민 공동체
"가자 전쟁을 종교 전쟁으로 간주"

 

프리드먼에 따르면, 아랍 전체의 정치적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는 "개혁된 팔레스타인당국(PA)을 갖춘 두 국가 해법"이지만, 네타냐후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봤다. 유대교 광신 세력의 노골적인 압박에 네타냐후가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프리드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내부적으로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많은 미국 유대인조차 이스라엘에서 초정통파와 종교-정착민-민족주의 공동체가 얼마나 크고 강력하게 성장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많이 가자를 '하나의 종교 전쟁'으로 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종교-정착민-민족주의 극우에 대해 아브람 부르그 전 의회 대변인은 "비비(네타냐후)는 사실 그들의 졸개이지 진정한 플레이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부르그는 "당신이 그들에게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평화 관계를 맺으라고 말하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메시아(구세주)가 곧 올 거라고 말할 것이다. 당신이 시리아와 평화 관계를 맺으라고 말하면, 그들은 유대 민족이 '대이스라엘'의 일부인 시리아를 이미 소유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당신이 국제법을 지키라고 말하면, 그들은 성서의 율법을 말할 것이다. 당신이 그들에게 하마스를 말하면, 그들은 아말렉(성서 속 이스라엘인의 적)을 말할 것이다"라고 개탄했다.

 

* 이스라엘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사진 오른쪽) 20일 국립묘지인 예루살렘의 헤르츨 언덕(Mount Herzl)에서 열린 전사 장병 장례식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2025. 05. 20 [EPA=연합뉴스]

 

 

 

"오늘날 이스라엘의 진짜 분열은
유대 부족과 민주 부족 사이에"

 

종교-국가 관계 전문가인 부르그는, 오늘날 이스라엘의 진짜 분열은 "보수와 진보 사이"가 아니라 "유대 부족과 민주 부족 사이"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런데 유대 부족이 지금 이기고 있다. 만약 시온주의가 원래 종교적 유대주의에 대한 세속적 민족주의의 승리였다면, 오늘의 사태는 민주주의를 제압하고 종교-국수주의적 유대주의가 부활한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프리드먼은 네타냐후가 법원과 "딥스테이트"(모든 법치 수호 기관)를 무력화하는 이유는 "스스로 수많은 부패 혐의에서 벗어나고, 권력과 돈을 민주적이고 온건한 이스라엘 중도에서 정착민과 초정통파로 옮기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가 초정통파는 가자 전투에서 면제해주고, 정착민은 오늘은 서안, 내일은 가자를 합병하도록 허용하는 한, 그 집단은 네타냐후 연합이 계속 집권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봤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