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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영구정지한 핵발전소

道雨 2025. 6. 23. 09:40

박근혜 정부가 영구정지한 핵발전소

 

 

 

 “만약 26일 해체 승인이 나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7년 6월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된 이후 8년 만에 본격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 1호기 해체와 관련한 한 언론 기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오는 26일 8년 만에 성안된 고리 1호기의 해체계획을 승인할지를 정하는데, 기사는 당시 한달 남짓 된 문재인 정부가 고리 1호기를 영구정지한 것처럼 써놨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핵발전소다.

 

 

또 다른 기사는 고리 1호기가 “2007년 최초 설계수명인 30년 운전을 마친 뒤 2008년 ‘10년간 계속 운전’을 승인받았지만, 2017년 6월 ‘탈원전 정책’하에 영구정지됐다”고 전했다. 2017년은 이미 승인받은 계속 운전 기간인 10년이 지난 시점이다. 수명이 다해 정지됐고, 이미 그보다 앞서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정지 결정된 것을, 마치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멈춘 것처럼 써놨다. 하지만, 역시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첫 상업운전 원전이자 영구정지 원전인 고리 1호기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니까 ‘탈원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문 전 대통령이 이미 예정돼 있던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는 ‘탈핵 선언’을 했을 뿐이다. 탄핵당하지 않았다면, 이 선포식의 인사말은 박근혜씨가 했을 것이다.

 

 

고리 1호기의 정지 결정이 내려진 건 2015년이다. 그해 6월12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소속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위원장인 윤상직 당시 산업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어, 한국수력원자력에 고리 1호기의 폐로를 권고하는 결정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이었고, 박근혜 정부의 초대 산업부 장관이었던 윤 전 장관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결정 다음해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부산 기장군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철저히 ‘친원전파’인 지금의 국민의힘 계열 정부와 정당이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당시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경제성, 안전성 모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국가에너지위원 상당수는 “경제성이 불확실한데다 최근 원전 비리로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영구정지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원전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계속 운전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고, 정부는 “경제성이 불확실하다”고 한 것이다.

고리 1호기에 이어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영구정지 결정된 월성 1호기의 경제성 조작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2023년 월성 1호기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산업부 한 국장급 공무원은 “고리 1호기와 비교했을 때, 월성 1호기는 경제성이 떨어지고 안전도 미흡했기 때문에 폐쇄 결정에 대한 배임 문제를 우려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배임 문제 우려는 월성 1호기가 아닌 고리 1호기의 폐쇄에서 제기됐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결정 과정이 월성 1호기 때보다 더 일방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친원전 언론들은 사실관계마저 뒤틀며 탈원전을 공격하기 바쁘다. 이성적이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고리 1호기를 정지하기로 한 결정엔, 불가피한 원전 해체를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말고도, 오는 2030년 이전 모두 10기나 되는 원전의 설계수명이 도래한다.

1970~1980년대 지어진 원전들이라 최신 안전 규정을 적용해 수명을 연장하기도 쉽지 않다.

 

국제원자력기구 원전정보체계(PRIS)를 보면, 전세계에 영구정지된 원전은 215개, 이 중 해체가 완료된 건 25기뿐이다. 대부분 잔류 방사능이 저감되기만 기다리고 있다(지연해체).

해체 기술이 필요하고 관련 산업을 키워야 한다. 언제까지 탈원전 공격이나 하고 있을 건가.

 

 

 

 

박기용 | 지구환경팀장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