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글

내가 이경태 원장에게 보낸 답글 (2003. 7. 19)

道雨 2007. 6. 16. 00:24
 

@ 2003년 7월 19일, 내가 이경태 원장에게 보낸 답글


오늘 아침 신문 사회면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뭔가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원장님이 제게 같은 내용으로 글을 주셨습니다. 글을 보내지 않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책을 하고 사회를 원망하고 또 그녀에 대한 비난을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녀들과 동반자살한 엄마, 아버지 일 돕다 부자가 함께 질식사한 사연, 그리고 열차 속의 묻지마 살인사건 등, ...


그런데 저는 그 엄마를 비난하기 보다는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나 복지정책을 비판하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자신도 이런 구조 속의 일원에 불과하고..

남편은 실직하여 가출하고, 빚 독촉 전화에 허덕이면서, 아픈 아이의 병원비조차 없는,

초등하교 1학년인 큰 딸의 수영장 현장학습비를 주지 못한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저도 10여년 전에 한의대 다닐 적에 유서를 미리 써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겨레21'에서 유서 쓰기 운동을 벌인적도 있지만, 그것하고는 별개의 것이죠. 그럴만한 의식도 갖지 못하던 때이니까요.

그냥 갑작스런 사고로 나와 집사람이 동시에 유언도 하지 못하고 죽게 되었을 때를 가상하여 썼던 것입니다. 주로 집안의 경제 사정과 아이들의 장래문제를 적어 놓았던 것이었죠. 시신 기증도 포함되고...

그 내용을 편지봉투에 넣어서 집안 문 위 천장 가까이 매달아 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사하는 와중에 없어져 버렸지만,...

그때 저는 아이들(유서를 쓸 당시에 아마 큰 애가 10살 미만이었을 것으로 생각됨)을 꽃동네에 맡기고자 했던 생각이 납니다. 친척집에 맡기기도 뭣하고 남아 있는 재산(전세금과 예금 등)을 꽃동네에 기부하고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는 그 곳에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어쨌든 어제 그제와 같은 사건들을 들으면 마음이 우울해집니다. 어떤 단체에서 도와달라고 했을 때 내 어려운 핑계를 대고 거절하던 것이 생각나서 더욱 마음을 쓰리게 합니다. 그런 전화통화를 하고 나면 마음이 우울해집니다.


'無財七施'라.  저의 부족한 점을 콕 찌르는 말인 듯 여겨집니다. 생각은 그러하면서도 실천이 잘 안되죠.

 

 


                                寶王三昧論(보왕삼매론)



  1. 몸에 病(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病(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病(병)으로써 良藥(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2.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4. 수행하는 데 魔(마)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魔(마)가 없으면 誓願(서원)이 굳게 되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모든 魔軍(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園林(원림)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8. 공덕을 베풀려면 果報(과보)를 바라지 말라. 果報(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덕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10. 억울함을 당해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본분을 삼으라' 하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