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아들,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글

道雨 2009. 6. 12. 18:12

 

* 아들 공진이가 곧 결혼을 할 예정이다. 날짜도 정해졌고, 예식을 올릴 곳도 예약이 완료되었다.

주례를 모시지 않고 결혼식을 하기로 했고, 대신에 양가의 부모가 아들과 며느리(딸과 사위)에게 당부하는 말을 하기로 했다.

 

 

 

 

       아들,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글

 

 


먼저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의 아들과 며느리의 결혼식에 참석해주신 하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곱게 잘 길러주신 딸 혜정이를 여러모로 부족한 저의 아들과 혼인하게 해주신 사돈어르신과 사부인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신랑인 공진이 아버지이자 신부인 혜정이의 시아버지로서, 그리고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이 두 사람에게 두 가지 당부의 말을 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온갖 사물들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달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에는 나 혼자 저절로 된 것이 아니요, 멀리는 조상님들의 은혜로부터 가까이는 부모, 형제, 친척들, 이웃들, 그리고 삶의 지혜와 지식의 길로 이끌어준 스승님과 선후배들, 직장 동료 및 여러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를 아프게 한 사람조차도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니,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하며 길가에 굴러다니는 연탄재에도 감사하고, 산길을 걷다가 발에 채이는 돌부리에도 험한 길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주니 고맙다고 노래하던 시인들처럼, 이 세상 모든 사물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라는 것입니다.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니, 함부로 대하지 말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달라는 것이 첫 번째 당부입니다.


두 번째 당부의 말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힘들고 어려운 일들(고난)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축복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흔히들 인생을 먼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비유하곤 합니다. 먼 바다를 항해할 때는 좋은 날씨도 있겠지만, 험한 날씨를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강한 비바람과 높은 파도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러한 것에 대비하여 대양을 항해하는 배들은 항상 배 아래쪽에 무거운 것을 싣고 다닙니다. 이러한 짐을 바닥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바닥짐은 배의 연료를 좀 더 소모하기 때문에 비경제적일 수도 있지만, 험한 파도에 배가 뒤집혀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통은 바로 배의 바닥짐과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바닥짐이야말로 풍랑에 배가 뒤집혀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니 축복이 되는 것입니다.

날씨도 바뀌듯이 사람의 삶에도 좋은 날과 힘든 날이 번갈아 찾아올 것인데, 힘이 들 때는 늘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바닥짐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견디어 이겨내라는 것입니다.


좋은 일들은 누구라도 다 즐겁게 받아들이고 또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힘든 일, 좋지 않은 일들도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들이 나의 바닥짐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하고 어려움도 잘 풀릴 것입니다.



항상 모든 사람들과 사물에 대하여 감사하면서 살고, 힘든 일들은 바닥짐이라 여기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살기를, 아버지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새로이 첫발을 내 딛는 두 사람에게 당부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신랑신부의 일가 형제자매들과 직장 동료, 친구들 등 젊은 청춘 남녀들이 많이 자리하였는데,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분들은 조속히 마음에 드는 분들을 만나 좋은 인연을 만들기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하객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