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전문자료)

아마인(亞麻仁)은 한약재다

道雨 2011. 5. 31. 11:47

 

 

 

            아마인(亞麻仁)은 한약재다
아마인은 피부질환 등 치료에 중요한 약재
“대한약전에서 결코 삭제해서는 안된다”

 



아마인(亞麻仁)은 대한약전 수재품목으로 아마과(Linaceae)에 속하는 아마 Linum usitatissimum Linne의 잘 익은 씨이다. 아마는 중앙아시아 원산의 1년초로 예부터 이집트와 터키 등에서 중요한 섬유자원과 약용자원으로 재배되어 왔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재배한 일이 있었다. 

아마인을 한의학에서 약재로 사용한 역사는 아주 오래된다. 송나라 때의 도경본초(圖經本草)에 “亞麻子, 味甘, 微溫, 無毒. 八月上旬採其實用. 治大風疾”이라고 처음 수재된 이래 養血祛風과 潤燥通便의 효능이 있어서 痲풍, 皮膚乾燥, 瘙痒, 脫毛, 瘡瘍濕疹, 腸燥便秘 등을 치료하는데 매우 중요하게 사용해온 약재이다. 

아마인의 주 치료 질환인 大風疾과 痲풍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치료가 거의 힘들어 天刑으로 일컬어진 나병(한센병)을 의미하는데, 아마인이 나병과 같은 惡瘡 치료에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아마인의 養血祛風 효능이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아마인은 한의학에서만 중요하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도 건강식품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마트에서도 아마인을 판매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것은 아마인에 리놀렌산, 리놀레닌산, 올레인산, 팔미틴산 등 불포화 지방산과 마그네슘, 칼륨, 비타민 B군, 단백질, 아연 등 유용한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반면,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함량은 적기 때문에 건강에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식품 쪽에서 아마인의 효능에 대한 예찬은 끝이 없다. 

아마인에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하여 머리가 좋아지고, 리그난이라는 식물성 에스트로젠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머릿결과 피부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대장에서 유산균이 리그난을 만나면 항암물질 역할을 하여 암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아마인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트리고, 뇌졸중을 예방하는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마인을 식품으로 마구 먹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천하 명약이라도 마구 먹다보면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아마인에는 linustatin과 neolinustatin 등의 청산배당체(시안배당체)라는 독성 물질이 있어 다량 복용할 때는 두통, 구토, 설사, 복통, 호흡곤란, 전신경련 등의 중독 작용이 나타난다. 

청산배당체는 맹독성인 청산에 당이 결합된 물질로 배당체로 존재할 때는 독성이 매우 약하지만 섭취했을 때 장내에서 가수분해되어 시안화수소산(HCN)이라는 맹독 물질로 바뀌게 된다. 

아마인의 청산배당체를 하루에 800mg 이상 섭취하면 중독을 일으키는데, 아마인 하나에 청산배당체가 약 13mg이 들어 있다하니 60알 이상을 먹게 되면 중독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청산배당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열처리를 해야 한다. 

청산배당체는 아마인뿐만 아니라 은행, 도인, 행인 등에도 함유되어 있는데, 행인과 도인은 150℃에서 30분 이상 가열시 95% 이상의 amygdalin이 제거되고, 아마인은 200℃에서 2시간 이상 가열시 85% 이상의 linustatin과 nleolinustatin이 제거된다고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청산배당체뿐만 아니라 유용한 성분까지 파괴되므로 열처리에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에 식품으로 수입되는 아마인은 캐나다 등지에서 특수하게 열처리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한의학에서 중요하게 사용해온 아마인이 청산배당체의 독성 때문에 자칫 대한약전에서 삭제되어 한약재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상황에 처해졌다. 

한약재로서의 아마인은 생 것인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독성에 노출되기 쉽고, 무엇보다 한의학에서 사용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대한약전에서 삭제하여야 겠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독성 때문에 정작 금지되어야 할 식품에서는 열처리를 하면 안전하다는 이유로 허가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첫째로 생 것인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라면, 아마인 못지 않게 청산배당체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은행이나 행인, 도인도 사용할 수가 없어야 하는데, 아마인만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아마인의 독성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의사의 판단에 의해 적절한 용량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의학에서는 아마인을 散劑, 즉 생 것인 상태로도 복용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전탕이라는 열처리를 거쳐 복용하고, 특히 피부질환의 경우에 외용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청산배당체의 독성 때문에 사용하여서 안된다는 것은 아마인의 치료효과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둘째로 동의보감이나 방약합편의 처방에 아마인이라는 약재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마인이 수입되어 한의원에서 사용된 일이 없기 때문에 대한약전에서 삭제하겠다는 사람들은 아마인에 대해 좀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마인은 송나라 때의 도경본초(圖經本草)에 처음 수재된 이래 매우 중요하게 사용된 약재이다. 

나병을 비롯한 악성 피부질환과 탈모 등의 질환에 아마인은 필수적으로 사용되었으며,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시중에서 쉽게 구하여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 동의보감이나 방약합편 처방에 왜 아마인이 없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아마인이 호마자(胡麻子), 대호마(大胡麻), 호마인(胡麻仁)이라는 이명을 갖고 있어서 처방에 사용될 때는 대부분 호마자나 호마인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호마자 혹은 호마인이라는 약재명은 부지기수로 나타난다. 

우리는 호마자나 호마인을 참깨로 생각하기 쉬운데, 참깨는 흑호마(黑胡麻), 흑지마(黑芝麻), 흑지마(黑脂麻) 혹은 흑임자(黑荏子)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동의보감이나 방약합편에 나타나는 호마자 혹은 호마인은 참깨보다는 아마인인 경우가 더 많다.


아마인은 養血祛風과 潤燥通便의 효능이 있어서 痲풍 , 皮膚乾燥, 瘙痒, 脫毛, 瘡瘍濕疹, 腸燥便秘 등을 치료하고, 참깨[흑호마]는 補肝腎, 益精血, 潤腸燥의 효능이 있어서 眩暈眼花, 耳鳴耳聾, 鬚髮早白, 腸燥便秘 등을 치료한다. 

鬚髮早白이나 腸燥便秘는 공통의 효능이지만, 아마인은 養血祛風의 효능이 강하여 피부질환에 뛰어나고, 흑호마는 肝腎과 精血을 보하는 작용이 뛰어나다. 그러므로 처방에서 호마라는 약재명이 있으면 이것이 아마인인지 참깨인지 구별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동의보감의 피부 은진(은疹)을 치료하는 호마산(胡麻散), 대풍창(大風瘡)을 치료하는 취선산(醉仙散), 환기산(煥肌散), 가미고삼환(加味苦參丸) 등에 배합되어 있는 胡麻는 모두 아마인이다. 반면에 참깨는 대부분 肝腎과 精血을 보하는 처방이나 단방에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용법에서 찌거나 볶아 먹게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가 있다. 

아마인이 처방에서 호마라는 이름으로 사용된 문헌 근거는 많다. 청나라 때 장로(張로)가 편찬한 본경봉원(本經逢源)에 “亞麻 性潤, 專于解散風熱濕毒, 爲大麻風必用之藥. 故醉仙散用之.”라고 하였다. 동의보감의 醉仙散에 배합된 호마가 아마인임을 알 수가 있다.

또한 실제로 1980년대 이전에 임상하신 분들 중에는 호마라는 이름으로 유통된 약재가 참깨가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아마인이라는 이름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당호마(唐胡麻) 등의 이름으로 사용하였었다. 

그러다가 한약재 규격화 등이 확산되면서 당호마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던 아마인이 점차 사라지고 참깨가 호마라는 이름으로 정착하면서 결과적으로 한의사들이 아마인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아마인은 오래 전부터 한의학에서 사용되어 오던 약재이며, 피부질환 등의 치료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약재이므로 대한약전에서 삭제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청산배당체의 독성 때문에 식품으로 유통되는 것이 금지되어야 할 판에 식품으로는 버젓이 인정되면서 내내 사용해오던 한약재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면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고 하겠다.

< 이영종 교수(경원대학교 한의과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