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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내 제사상에는 콩밥에 된장국을 올려다오

道雨 2011. 9. 10. 11:03

 

 

 

아들아, 내 제사상에는 콩밥에 된장국을 올려다오
 

 

 

이제 며칠 뒤면 추석이다.

추석날 아침에는 조상님들께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올리고, 그 음식을 후손들이 먹으며 복을 함께 나눈다.

 

그런데 여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지역마다 일부 다른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리지만 거의 대부분 엇비슷한 음식들이다.

 

부침개, 조기찜, 산적, 밤, 사과, 배, 곶감. 그리고 밥은 꼭 흰쌀밥이고, 국은 꼭 쇠고기미역국이다.

뭐, 옛날 분들은 흰쌀밥에 고깃국 먹는 게 소원이셨을 테니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만 보면 우리 식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음식은 또 없다.

 

맞다! 김치가 빠져 있다. 시원한 물김치가 있기는 하지만 매콤한 맛이 일품인 배추김치·열무김치는 올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빨간색이 귀신을 물리치는 색이라서 그럴까?

왜 우리의 전통 발효음식으로 항암효과까지 입증된 된장은 또 없는 걸까?

 

차례상과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 항상 같다 보니 명절마다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제수음식의 가격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당연하지 않은가?

온 나라 천만이 넘는 집에서 똑같은 음식을 찾으니 당연히 물가는 오르고, 올해처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에서는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과연 매일 똑같은 음식으로 차례상과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걸까? 그게 맞는 예절일까?

예절이란 예의와 범절의 준말이다. 다른 사람을 공경하는 예의를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예절의 상대성이다.

예절은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변화한다. 그러면서 예절이 이어지는 것이다. 구태여 과거의 예법을 현재에도 꼭 지키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물론 후손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편리함만을 추구하여 예절의 격식을 파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예절은 시대적 현실과 상황에 맞게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제사상 차리기이다.

제사 음식을 차리는 기본은 조상님이 평소 즐겨 드시던 음식과 드시고 싶어하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사를 지낸 뒤 그 음식을 후손들이 즐겁게 나눠 먹으며 조상을 기리고 복을 나누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후손의 입맛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제사상 차림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구태여 고추가 전래되기 전에 정해진 예법에 맞는 제사상 차림보다, 지금의 현실에 맞게 개선해서 차려도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제사상에 피자를 올리면 어떻고, 아귀찜을 올리면 어떤가?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셨고, 드시고 싶어하던 음식이라면 짜장면이라도 놓을 수 있다. 그게 오히려 진정한 효가 아닐까?

이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우리 물가도 조금이나마 잡히지 않을까?

 

미래에 태어날 아들아, 나중에 아비 제사상에는 콩밥에 된장국, 시큼한 배추김치를 올려다오!

 

< 김경성 충남 서산시 읍내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