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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의 90만원 사건’, 그 뒤

道雨 2014. 12. 18. 16:51

 

 

          ‘최동원의 90만원 사건’, 그 뒤 
[김준의 벤치워머] 롯데가 FA 선수 모두를 잃은 이유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롯데는 팀의 FA 3명을 모두 잃었고, 다른 팀으로부터 1명의 FA도 영입하지 않았다(또는 못했다). 롯데를 떠난 3명의 선수 장원준(사진), 김사율, 박기혁은 지난 10년간 롯데의 주축 선수였다. 그들은 습관처럼 롯데라는 팀과 부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상한 점은 그들이 롯데가 제시한 금액보다 많은 돈을 받고 팀을 옮긴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사율과 박기혁은 롯데가 제시한 총액보다 고작 1억원이 조금 많은 돈에 KT와 계약했고, 심지어 장원준은 롯데가 제시한 총액 88억원보다 적은 84억원에 두산과 계약을 체결했다. 10년 넘게 뛰어온 팀과 도시를 떠나는 이유로는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프로야구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타이틀은 선수의 명예다.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타이틀은 돈 1억~2억원보다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최근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한 선수 사찰 문제가 도화선이 되었지만 결국 이것은 오랫동안 롯데 구단이 자초한 일이다.

 

2010년, 롯데의 이대호는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등극했다. 이대호는 이듬해 연봉 협상에서 7억원을 요구했으나, 롯데는 7천만원이 적은 6억3천만원을 고집했고, 연봉조정위원회는 롯데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유명한 ‘이대호의 7천만원 사건’이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을 세운 선수에게 7천만원을 구걸하게 만든 구단. 이듬해 FA가 된 이대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100억원을 제시한) 롯데를 떠나 일본으로 날아갔다.

 

1988년 시즌을 앞두고, 전해 14승을 수확한 최동원은 연봉을 동결하려는 구단에 90만원이 인상된 9천만원을 요구했으나 롯데는 옵션계약을 내세워 최동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른바 ‘최동원의 90만원 사건’이다.

돈 주고도 못 살 한국 야구 최고의 슈퍼스타에게 90만원을 주지 않으려고 자존심 싸움을 벌인 구단. 그것이 롯데다.

7천만원을 아끼려다 100억원으로도 이대호를 잡지 못했고, 90만원을 아끼려다 불멸의 에이스 최동원을 잃었다.

 

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을 저렇게 대우했으니, 다른 선수들은 나아가 살펴볼 것도 없다.

그런 역사를 가진 팀이 CCTV로 선수 사찰까지 하고 있었으니, 이런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가 되는 것이 선수 개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명예가 된다는 말인가.

 

프로야구팀은 그 자체로는 어떤 구단에도 수익사업이 될 수 없다. 결국 모기업의 홍보를 위해 운영되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과연 롯데 자이언츠를 통해 그룹 이미지를 개선했을까?

선수는 떠나고 싶어 하고, 팬들은 부끄러워하는 구단에 미래가 있을까?

CCTV 사건 이후 전면 교체된 롯데의 프런트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다.

 

김준 사직아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