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수십억 쓰고 0%, ‘박근혜 교과서’의 참담한 실패

道雨 2017. 2. 17. 10:43




수십억 쓰고 0%, ‘박근혜 교과서’의 참담한 실패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할 연구학교 신청학교가 겨우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신청 마감을 15일로 닷새 연장하면서까지 독려했는데도 결과는 0%에 가깝다. 교육 현장으로부터 철저하게 거부당한 사실상의 사망선고다.


신청한 경북의 두 고교마저 정상적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교육부 지침은 ‘교원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연구학교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경북교육청이 이 제한을 임의로 풀었다.

한 학교는 학교운영위에서 5 대 4로 통과시켰으나 다른 학교는 이마저도 거치지 않고 교장이 직접 신청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연구학교 운영 결과를 반영해 내년부터 기존 방침대로 국·검정 혼용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을 억지요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입법을 통해서든 정권교체에 의해서든 국정교과서가 폐기될 운명임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교과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타조가 모래밭에 머리 파묻듯 현실을 외면하는 궤변에 불과하다.


‘박근혜 교과서’의 실패는 처음부터 예견됐던 바다. 착수 동기부터 대통령의 아버지 미화 욕심에서 비롯됐으니, ‘박정희 미화’‘친일파 책임 축소’ 등 편향 교과서가 될 운명이었다.

복면 집필과 밀실 심의의 주역들 역시 뉴라이트 사관의 특정 연구모임에 편중되는 등 편향적으로 꾸려졌으니 필연적인 결과였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 등 임시정부의 법통조차 부정하는 반헌법적 괴물 교과서가 생명력을 가질 리도 없었다.

대통령 임기 안에 국정교과서를 만들어내겠다는 욕심에 제작 기간까지 무리하게 앞당겨 결국 오류투성이의 불량품이 탄생했다.

대통령뿐 아니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를 떠받들고 밀어붙인 영혼 없는 교육부 관료들의 책임은 간과할 수 없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국정교과서가 국민에게서 철저히 거부당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간의 잘못을 국민에게 고백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수십억 혈세를 낭비하면서 수년간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교육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상식과 순리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존 검정 교과서 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 2017. 2. 17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82953.html?_fr=mt0#csidxfcaa75628390a529366c7f72a4e7a44







 경북 오상고 학생들의 국정교과서 채택 반대 시위.
  경북 오상고 학생들의 국정교과서 채택 반대 시위.
ⓒ 오마이뉴스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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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세 학교 가운데 하나인 경북 오상고는 왜 하루만에 신청을 포기했을까? 

대부분의 언론은 이 학교 학생과 교사들의 반대가 원인이었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 요건 안 되는 오상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학생들의 반발이 철회를 이끈 동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교조가 협박해서 연구학교 취소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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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7일자 <조선일보>는 "전교조 몰려와 협박당한 학교 '국정교과서 취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오상고가 전교조 등 외부 단체 압박과 교내 일부 교사·학생의 반발을 이유로 신청을 철회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신문의 이런 주장은 지난 10일 담화문 발표에 나선 이준식 교육부장관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 장관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소위 전교조'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학교에 압박을 가하는 등 학교 현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실패의 이유를 전교조에 떠넘긴 것이다. 

<조선일보>와 교육부의 '삼각패스'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로선 국정교과서 실패의 책임을 전교조에 떠넘기는 것이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오상고는 경북교육청에 "교원동의율은 거짓이었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외부의 압박으로 인해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포기한 게 아닌 것이다. 

 경북 오상고가 경북교육청에 낸 연구학교 운영계획서 예시. 이 계획서는 경북교육청 서식에 따라 기자가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해본 것이다.
  경북 오상고가 경북교육청에 낸 연구학교 운영계획서 예시. 이 계획서는 경북교육청 서식에 따라 기자가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해본 것이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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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81%의 교원동의율'이 허위보고였다는 기사를 보고 오상고에 소명을 요구했다"면서 "그랬더니 그 학교에서 동의율이 거짓이라고 그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결국 증거를 대지 못하고 학교운영위(학운위) 결과로 철회하기로 했다는 공문을 16일 오후 5시 35분에 받았다"고 전했다. 

경북교육청은 16일 <오마이뉴스>의 "오상고 부장교사 내부고발 동의율 81%? 허위보고" 등 언론보도 뒤 오상고에 "교원동의율 81%를 증명하는 문서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교원 의견조사를 벌이지 않은 이 학교가 소명 문서를 교육청에 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오상고는 거짓 보고한 사실을 실토했다. 공문서 허위 작성을 자백함에 따라, 이 학교 교장과 교감은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또 이 학교는 지난 15일 연구학교 마감 시한까지 학운위를 열지도 않은 채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학운위를 열지 않고 연구학교를 신청하기는 경북항공고도 마찬가지다. 

이는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이 전국 중고교에 보낸 '2015 개정 역사과 적용 방안 연구' 지침을 어긴 것이다. 교육부는 이 지침에서 "초중등교육법 제32조에 따라 학운위의 심의(사립학교의 경우 자문) 후 응모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명시했다. (관련 기사 : 국정 연구학교 신청 2개교, 학교운영위 열지 않았다)

이에 대한 언론과 국회의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15일 경북교육청에 "연구학교를 신청한 사립 3개의 고교가 학운위 자문을 거쳤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북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학운위 회의록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연구학교 포기 원인은 거짓말과 절차미비

경북항공고는 17일 늑장 학운위를 열기로 했다. 경북교육청은 "늦게라도 학운위 자문을 거친다면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이 교육청은 이 학교의 학운위가 끝나는 시각을 기다려 이날 오후 6시쯤에서야 연구학교 심의 결과를 교육부에 보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절차미비에 따라 당연히 연구학교 신청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불참 방식으로 학운위를 무산시킨 경북항공고 학운위원 9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