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같은 증거, 정반대 해석... 항소심은 왜 윤석열 장모 '무죄' 선고했나

道雨 2022. 1. 26. 10:23

같은 증거, 정반대 해석... 항소심은 왜 윤석열 장모 '무죄' 선고했나

[해설] 책임면제각서 의도를 '면피 → 걱정'으로 판단... 모두 '동업자들만의 범죄'로

 

 

"병원 설립과 운영을 주도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

정반대의 결론이었다. 서울고법 형사 5부(부장 윤강열·박재영·김상철)는 2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의 불법요양병원 운영 및 요양급여 편취 등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1심에서 판단했던 모든 유죄 이유를 하나하나 무너뜨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과 같이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최씨가 2년간 22억 9천만 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범죄 행위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다는 이유였다. "국민 전체에 피해가 돌아가므로 죄가 중대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달랐다. 요약하면 '최씨는 범죄 사실을 몰랐다'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특히 최씨가 관련 사건 계약에 참여한 2012년 9월 이전인 2011년 8월 이미 주아무개, 구아무개 등의 동업자가 의료법을 위반한 협약을 체결한 정황을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계약 당일 당사자가 누구인지, 구체적 내용이 어떻게 되는 지 알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피고인은 주아무개 등과 동업 계약을 한 사실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1심에서 범죄 입증 근거로 활용된 증거와 정황들을 모두 거꾸로 무죄 근거로 삼았다. 

각서

"의료재단 탈퇴 후 그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우려되어 책임면제각서를 (동업자인) 주아무개로부터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각서를 요청했다는 사정만으로 병원 운영, 설립에 관여했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최씨가 의료재단 탈퇴 이후 동업자 주씨에게 요구한 '책임면제각서'에 대한 대목은 1심과 항소심의 가장 큰 시각 차를 보여준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업자 주씨의 범죄 전력을 열거하면서, 최씨가 각서를 요구한 것은 '걱정' 때문이지 '책임 회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업자) 주씨는 의료재단 이사장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엄아무개로부터 1억 5천만 원을, 구아무개와 공모해 김아무개로부터 2억 5천만 원을 편취해 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면서 "최씨는 이러한 행각들을 보고 법적 책임을 지게될까 염려되어 각서를 징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각서 자체를 '유죄 증거'로 본 1심의 판단과 전혀 다른 결론이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진정 관여한 사실이 없어 법적 책임을 질 염려가 전혀 없다면 굳이 동업자에게 작성과 교부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최씨가 불법 운영이 지속되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운영 중단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의 해명에 무게를 뒀다. "여러 사람에게 의료재단 이사장을 시켜준다면서 돈을 많이 받으러 다니고, (다른 이도)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해서 '이대로 있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 주씨에게 요구해 각서를 교부받았다"는 진술이다.



도장
 

 
최씨가 의료재단 설립에 참여할 때, 그 불법성을 인지했다는 사실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관련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발기인 대회 등 공식 절차 없이 불법으로 설립 허가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고 본 바 있다. 그 증거가 바로 개최되지 않은 회의에 최씨가 찍은 '도장'이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의록에 도장을 날인하고 서류를 전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서류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용되거나 허위로 신고된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재단의 설립을 가장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사위

항소심 재판부는 1심부터 최씨가 불법 요양병원 운영에 직접 가담했다는 주요 정황으로 언급된 '사위 취업'에 대해서도 '동업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사위 유아무개씨는 병원 개설 당시 2013년 2월부터 5월까지 월 490여만 원의 급여를 받고 해당 병원 행정원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자금 집행과 직원 채용 등 행정 업무를 주도한 건 주아무개와 그의 부인이 최종 의사결정을 한 것이고, (사위가) 행정원장으로 일부 직원을 선발한 사정만으론 피고인이 사위를 통해 병원을 운영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관련 사건 재판의 아래 최씨 진술을 인용하면서 유죄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업자 측 변호인 : "증인이 이사장이 된 이후에는 병원 운영에 적극 관여할 의도로 사위까지 고용해서 병원 운영에 관여한 것인가요?" 
최씨 : "예." 


당시 최씨는 "제가 의도치 않게 병원 이사장직을 맡게 되니까. 저는 2억만 주면 손떼겠다고 했는데 그 돈을 안 줘요. 그래서 그러면 이 병원을 제대로 운영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사위를 보내 본 것"이라는 진술도 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취업 사실만으로 운영에 가담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위의) 근무 기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행정원장에 근무한 사정만으로 병원의 자산이 합리적 이유없이 유출되거나 사실상 병원의 운영 수익을 배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판결 직후 상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의료재단 형해화에 관한 기존 대법원의 판결과도 배치되고, 주요한 사실관계를 간과한 것을 판단된다"며 "실체 진실에 부합하는 판단이 내려지도록 상고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씨 측은 무죄 판결에 따른 압류 취소 신청 등 추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검찰 수사팀을 저격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정치인이되고 중요한 사람이기 이전에, (사건) 기록들을 순수한 눈으로 봤다면 (오늘) 재판부 판단 그대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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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장모 무죄 판사·변호인 '고대 동문+연수원 동기+5년 함께 근무'

 

"재판 공정성 논란 차단 위해 회피 신청했어야"


불법 요양병원 개설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76)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던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모두 뒤집히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 이름 일부를 따서 요양병원 이름을 짓고, 최씨 큰사위가 병원 행정원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 1심에서 유죄 근거가 됐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그렇더라도 병원 개설·운영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만 달리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때문에 원칙적으로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도 사실관계에 대한 원심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심 판단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항소심 재판장과 최씨 변호인 중 한 명이 대학 동문이면서 사법연수원 동기, 같은 법원에서 내리 5년을 함께 근무했던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예규 등은 이럴 경우 재판장이 사건을 회피하도록 하고 있지만,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다. 이런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검찰 역시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 사건은 지난해 8월 항소심이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1심부터 사건을 맡았던 손경식 변호사가 주로 담당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가 최씨의 보석를 허가한 직후인 지난해 9월24일, 최씨 쪽은 판사 출신인 유남근 변호사 등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 2명을 추가 선임했다. 이들은 선임 뒤 주도적으로 변호인 의견서와 변론요지서, 증거자료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유남근(53) 변호사는 재판장인 서울고법 윤강열(56) 부장판사와 고려대 법대 동문이다. 300명이 채 되지 않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1992년부터 2년간 함께 공부했다. 두 사람은 2012~13년 수원지법에서 함께 근무했다. 2014년 2월 정기인사 때 함께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겨 2017년 2월까지 3년 더 근무했다. 유 변호사는 2020년 변호사가 됐다.

대학부터 사법연수원, 수원지법·서울중앙지법 등 두 사람 인연이 최소 7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공정성 시비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윤 부장판사가 이 사건을 회피하거나 법원이 재배당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은 2016년 재판부와 변호인이 일정한 연고 관계가 있으면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교 동문 △대학(원) 동기 △사법연수원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동기 △같은 시기 재판부 또는 같은 업무부서 근무 △기타 업무상 연고나 지연·학연 등이 있는 경우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역시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재판장이 개인적인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의 선임으로 재판 공정성에 대한 오해와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으며, 법원 역시 이 경우 재배당을 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도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 또는 피고인이 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고, 법관 역시 이런 사유가 있다고 사료한 때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관련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차은택씨 사건은 재판장과 변호인 중 한명이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로, 2019년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은 재판장과 변호인이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각각 재배당된 바 있다.

게다가 윤강열 부장판사는 윤석열 후보와도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선을 앞두고 국민 주목도가 높은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배당 논의를 하든 회피 신청을 하든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했어야 한다. 재판부가 사실에 입각한 재판을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외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사법부는 재판을 공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 시각에서 공정한 재판을 했다고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공보판사는 “해당 변호인이 선임되기 전 이미 공판준비기일과 1회 공판기일을 진행한 상태였다. 기일을 한 차례 진행한 뒤에는 재배당을 하지 않는 것이 내부 지침이다. 기일이 진행된 뒤 연고 관계를 이유로 재배당을 하게 되면, 일부 변호인들이 재배당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재배당 또는 회피 신청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은 “수사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공소유지를 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항소심 재판 진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유남근 변호사는 정작 취재진이 몰린 선고일 당일에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