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석열 리스크-차기정부 최대 적은 자기 자신

道雨 2022. 5. 6. 11:12

윤석열 리스크-차기정부 최대 적은 자기 자신

 

 

 

 

 

국민 다수가 어떤 세력에게 권력을 쥐여줬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직접적 이해관계를 떠나 평등과 공정,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 자신들 이해관계를 가장 잘 대변해줄 것이라는 기대, 비호감이지만 다른 후보가 싫어 차악으로 선택한 경우, 이미지 정치에 포섭돼 멋모르고 표를 준 경우 등 여러가지다.

하지만 어떤 이유든 기분 내키는 대로 휘두르라고 권력을 준 것은 아니다. 국가권력이란 모두를 위한 공공의 권력이 돼야 하며 결코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의 시간은 불평등(특히 자산불평등)과 불공정(특히 내로남불)의 담대한 개혁 없이는, 신뢰의 회복 없이는 한국 사회가 전환 고개를 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기고 퇴장한다.

촛불연대가 해체되고 촛불이 꺼진 국면에서 그 반동으로 등장하는 새 권력은, 자기 취향에 따라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징발하고, 민간 호텔에서 역대 최대 비용이 들어가는 취임식 만찬을 연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큰 결함이 있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검찰개혁안을 차기 권력은 말 한마디로 깨어버리고, 가능하지도 않은 국민투표 카드까지 거론했다. 출범의 나팔 소리가 요란한 만큼이나, 고단한 삶을 사는 국민의 마음도 찌그러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터라 모처럼 말이 통하는 친구 P를 만나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부러워하는 맑은 눈을 가진 P는 엉뚱하게도 밑천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말인가. 차기 정부의 정치 밑천 이야기였다.

“영세자영업자도 얼마간 밑천이 있어야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차기 정부의 정치 밑천은 뭘까”, 자기 눈에는 그들의 밑천이 허전하다는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항쟁이 쥐여준 상당한 밑천을 까먹은 경우인데, 차기 정부는 어쩌다 권력을 얻어 애초에 밑천이 없거나 낡은 경우라는 것이다. 요컨대 한국 사회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P가 말하는 정치 밑천이란, 혐오와 차별로 갈라치기 하고, 장애인 시위를 비난하거나 검찰권력을 등에 업고 권력을 오남용하거나, 내 편 챙기기 또는 가진 자에 일방적으로 퍼주기 같은, 그런 퇴행적인 유가 아니다.

팍팍하게 살아가는 대중의 실제적 삶에 다가가, 그들의 삶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다수의 지지를 얻고, 국민 통합을 추구할 수 있는 준비와 바탕, 정치적 역량에 관한 것이다.

그런 눈으로 볼 때 차기 정부는 매우 취약하고 쉽게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약체 정부였다. 밑천 없는 약체 정부라. 친이계 인물들이 대거 포진돼 ‘2기 엠비(MB) 정부’라는 지적까지 받는 차기 정부 허점을 이렇게 콕 짚다니, 무릎을 쳤다.

나는 친구 P의 밑천론에 크게 공감한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지 말고 길게 순항할 수 있는 몇가지 조건들을 생각해본다.

첫째,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정권교체 열망이 매우 높았는데도 역대 가장 적은 표 차이로 승리했다는 사실 앞에 고개 숙이고 겸손해야 한다. 오만과 독선은 새 정부의 최대의 적이다.

둘째, 내로남불식 위선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조국 수사 때 가해졌던 것과 같은 잣대가 자신에게도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선택적 공정은 역풍을 부른다.

셋째, 권력의 도덕적 자기규율이다. 자기 안의 비리와 부패에 눈감는 내 편 정치는 한치 앞을 못 보고 자기 발등을 찍는 꼴이 된다. 공정과 상식을 내건 권력의 도덕적 정당성이 허물어진다.

넷째, 지배계급의 횡포에 대한 국가의 규율 능력이다. 경제적 지배계급에 나름의 국가자율성을 갖고 그 방종적인 자유와 횡포를 제어하는 규율력을 갖지 못하면 그들의 입맛대로 끌려간다. 무력한 연성권력으로 타락하며 삐끗하면 정경유착의 포로가 된다. 보수든 진보든, 한국은 물론 세계정치경제사가 일러주는 불후의 교훈이다.

다섯째, 공공성 가치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지지세력은 재벌 대기업과 불로소득계층의 동맹으로 보이지만, 국가는 결코 지배자들만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전반적인 국정운영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위의 나의 주문들은 부질없는 이야기가 될 성싶다. 최고의 경륜과 실력을 갖추었다며 지명된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교육부 장관, 외교부 장관, 법무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에 제기된 의혹들을 보면, 김앤장 고액 자문료, 론스타 사태 연루,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남편 찬스, 가족 찬스. 방석집 논문심사, 위장전입, 사외이사 등, 가히 ‘의혹의 백화점’이다.

공정과 상식은 삼키고 특혜와 내로남불을 재연하는 게 아닌가. 항간에는 공정 아닌 ‘굥정’이라는 말이 회자한다. 사퇴해야 할 인물이 어찌 교육부 장관 후보자뿐이겠나. 지명철회 해야 마땅한 인물들을 끝까지 청문회까지 끌고 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경제정책 기조는 어떤가.

추경호 기재부 장관 후보는 “기업 모래주머니 규제를 벗겨주겠다”면서, 규제완화와 감세, 친기업 이윤 주도 성장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라는 기조를 확실히 했다.

한덕수 총리 후보 또한 시종 재정건전성 기조를 강조했다. 이 기조는 종합부동산세 완화 및 다주택자 중과세 재검토,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예고하고 있는 인수위 국정과제에도 잘 드러난다.

정책실장을 없애는 등 대통령실 조직도 슬림화했다. 대신에 역시 기재부 출신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이 정책 조율을 하며 기재부 장관과 손발을 맞춘단다. 강력하고 유능한 책임정부 역량이 요구되는 대전환기에, 기재부가 확실히 주도권을 장악해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전방위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철 지난 불평등 성장 및 불로소득 성장 기조를 밀고 갈 기세라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50조원 손실보상 공약이 어떤 결말을 볼지가 자못 궁금한 관전 포인트가 됐다.

윤석열 당선자는 혐오와 차별로 갈라치기 하는 우파 포퓰리즘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상적으로 신자유주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을 열렬히 숭배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트럼프나 프랑스의 르펜과도 달리, 대중의 삶에 실질적으로 다가가려는 요소가 빠져 있다. 그러니 피플(대중) 없는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대중주의)’ 또는 ‘줄푸세 더하기 갈라치기’의 기조를 보인다. 그 때문에 손실보상 공약의 행방이 무척 궁금했다.

역시나 인수위가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이라는 타이틀로 내놓은 대응책을 보면, 손실보상법 시행 전의 코로나19 영업손실에 대한 소급 적용을 배제했고, 600만원 일괄지급은 차등지급으로 변질됐다. 손실보상의 구체적인 방안은 미뤄졌다. 취임식도 하기 전에 온전한 손실보상이라는 1호 공약을 폐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아무래도 차기 정부를 곤경에 빠트릴 최대의 적은 자기 자신이 될 것 같다.

새 정부는 어디로 가려는가, 과거인가 미래인가.

 

 

이병천 | 강원대 명예교수·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