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자료, 기사 사진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세계 7대 우주강국 진입했다

道雨 2022. 6. 21. 17:23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세계 7대 우주강국 진입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고흥=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이 독자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 2차 발사가 성공해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21일 오후 5시10분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발사된 누리호가 고도 700km 궤도에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를 올리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4시 정각 발사됐으며, 정남향으로 비행하면서 127초 후 1단 분리, 233초 후 페어링 분리, 274초 후 2단 분리 등의 절차를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897초 후인 오후4시14분57초께 고도 700km에 도달해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했고, 70초 후엔 무게 1.3t의 위성 모사체 분리에도 성공했다. 이후 오후 4시42분쯤 성능검증위성과 남극 세종기지간 첫번째 접속이 이뤄졌다.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는 이같은 정보를 분석ㆍ확인한 결과 기체가 정상적인 궤도로 비행하면서 각 단ㆍ페어링ㆍ위성 분리 및 궤도 진입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해 '최종 성공'을 확정지었다. 앞으로 성능검증위성은 23일부터 조선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KAIST) 등이 제작한 큐브 위성을 차레로 사출할 예정이다.

이번 2차 발사는 당초 지난 15일 예정됐지만 강풍으로 하루 연기됐다가 21일로 재차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지난 15일 오후 누리호 기체 이송ㆍ기립 후 진행된 점검 과정에서 1단 엔진 산화제 탱크 충전량 계측 센서 이상이 발견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자칫 1~2단 분리 등 '대수술'이 필요하면 한 달 이상 연기될 상황이었다. KARI 기술진 등은 긴급 점검 결과 센서 핵심 부품 교체만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수리한 후 21일로 발사일을 재확정해 이날 결행했다. 누리호는 75t급 액체 엔진부터 추진제 탱크, 발사대 구축ㆍ운용, 엔진 클러스터링 등의 설계, 제작, 시험, 운용 등 모든 기술을 KARI와 300여개 민간 업체들이 참여해 직접 개발했다.

누리호는 1.5t의 실용 위성을 저궤도(600~800km)에 올릴 수 있는 중형 액체 엔진 로켓이다. 전세계적으로도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일본, 인도 등 6개국만 보유한 능력이다. 이스라엘ㆍ이란ㆍ북한도 우주발사체가 있지만 300kg급으로 비교가 안 된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합작이었던 나로호(KSLV-Iㆍ2013년 성공 발사) 개발을 전후로 완전한 독자 우주 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10여년 만에 성공을 거뒀다. 예산 1조9572억원이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우주개발프로젝트'였다. 정부는 앞으로 누리호 기체 4기를 더 만들어 발사해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진전된 기술로 차세대 발사체를 만들어 독자적 달 탐사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 과정에서 발사체 개발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과 산업체 역량 강화를 통해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걸맞는 국내 우주 산업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KARI 관계자는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해 국가 우주 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

 

韓우주로켓 아이러니...정작 도움준 건 美 아닌 러시아였다

 

누리호 개발 비망록-러시아와 협력 속에 성장한 한국형발사체

*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기능을 지닌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쏘는 첫 사례다. [사진공동취재단]  

 

* 대전 항공우주연구원 조립동 1층에 보관 중인 나로호 1단 로켓엔진. 러시아어로 모형이라고 적혀있지만, 러시아 우주기업 흐루니체프의 추력 210t 첨단 다단연소사이클엔진 그대로다. [사진 항공우주연구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수장고에는 한ㆍ러 우주개발협력을 상징하는 붉은색 돌 하나가 보관돼 있다. 2007년 러시아 연방우주청 장관이 한ㆍ러 우주장관 회담을 위해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했을 때 가져온 ‘기념품 돌’이다. 러시아 우주개발의 장을 연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의 가가린 발사대 아래에서 채석했다고 한다.

한국 우주발사체 개발의 역사 속에는 열강의 정치외교적 변혁과 이로 인한 우연ㆍ아이러니가 얽혀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0년 가까이 ‘한미동맹’(同盟)이란 긴밀한 관계로 묶여 지내왔지만, 정작 한국의 우주로켓 개발에 도움을 준 곳은 러시아 등 과거 미국과 냉전(冷戰)을 벌여왔던 옛 소련권 국가였다. 미국은 1987년 미사일 기술 통제체제(MTCR)를 창설한 이래 미사일 완성품은 물론 관련 기술과 부품의 국가간 거래를 막아왔다. 동맹국인 한국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미국의 적성국가였던 옛 소련권 국가들이 한국에 우주기술을 한국에 사실상 전수해 줄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말 공산권 붕괴와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대혼란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현재 ‘피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한국은 서방국가와 함께 우크라이나 편에 서 있다는 건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과학관에서 보관 중인 한ㆍ러 우주개발협력 상징 암석. 2007년 러시아 연방우주청 장관이 한ㆍ러 우주장관 회담을 위해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했을 때 가져온 ‘기념품 돌’이다. 러시아 우주개발의 장을 연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의 가가린 발사대 아래에서 채석했다고 한다. 최준호 기자

 

한국 로켓 개발의 역사는 멀리는 이승만ㆍ박정희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인 1958년 인천 고잔동 해안에서 한국 최초의 국산로켓이 시험발사됐고,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78년엔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을 본 딴 ‘백곰’(NHK-1)이 200㎞ 거리를 날았다. 우주를 목표로 한 본격적인 로켓 개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족 이후부터다. 1993년 발사된 KSR-I(Korean Sounding Rocket-I)이 그 시작이다. KSR-I는 1단짜리 과학로켓에 불과했다. 우주개발용이라는 목표는 있었지만, 실제 우주까지 올라가진 못했다. 고체연료를 쓴 로켓이었던 KSR-1은 관측용 장비를 탑재하고 최고 고도 39㎞에 77㎞의 거리를 190초 동안 비행했다. 1997년 발사에 성공한 KSR-2는 2단이었지만, 역시 고체로켓이었다. 추력이 KSR-I의 2배였던 KSR-2는 당시 151㎞ 고도까지 올라가 국내 최초로 우주 X선을 관측했다. 하지만 고체로켓은 사거리를 제한하는 한ㆍ미 미사일 지침 때문에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만한 우주로켓으로 발전할 수 없었다.

2002년 발사에 성공한 KSR-3은 1단에 불과했지만, 한국 최초의 액체연료 추진 과학로켓이었다. 추력 13t의 가압식 액체엔진을 달고 고도 43㎞, 거리 80㎞를 비행했다. 이때부터 러시아와 우주기술 협력이 시작됐다. 당시 항우연은 미국ㆍ프랑스 등 여러 나라와 협력을 추진했지만, 러시아 외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당시 러시아는 국가 핵심기술을 일부 팔아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광래 항우연 전 원장은 “당시엔 액체로켓 엔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러시아 켈디시연구소를 찾아 액체로켓 설계 기술을 자문받고, 또 완성한 13t 엔진을 러시아 니히마시연구소까지 가지고 가서 연소실험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래픽] 우리나라 발사체 개발 역사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다음 달 21일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처음 우주로 날아오른다. jin34@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KSR-3 다음이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KSLV-1) 나로호다. 1단엔 러시아에서 들여온 추력 180t의 최신형 안가라 엔진을, 2단엔 고체 킥모터를 달았다. 자력으로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해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당시 기술력으로서는 이루기 어려운 목표였다. 우선 우주 선진국의 로켓엔진을 이용해 발사체를 쏘아올려 관련 노하우를 쌓는 편이 지름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대신 항우연은 국가 프로젝트인 나로호와 별도로 30t급 엑체로켓 개발에 나섰다. 우주로켓 엔진의 핵심인 터보펌프와 연소실까지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하나의 완성된 엔진으로 개발할 수는 없었다. 당시 터보펌프 개발을 주도했던 김진한 항우연 책임연구원은“2007년엔 개발한 터보펌프를 시험하기 위해 러시아 니히마시연구소에 가져갔다가 폭발사고가 발생해 현지의 시험설비까지 타버리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21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75t 로켓엔진은 러시아의 액체로켓을 사실상 리버스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ㆍ역공학)한 결과였다. 누리호에 들어간 헬륨탱크는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제품이다. 조 전 원장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75t 액체로켓 엔진 개발에 들어가, 3년여만인 2018년 11월 누리호 시험발사체(KSLV-2 TLV)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릴 수 있었다”며 “짧은 기간 안에 독자 액체로켓과 발사체 체계종합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항우연 연구원들의 피와 땀의 결과이긴 하지만, 러시아 우주기술의 기여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흥=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