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미국 의회 폭동과 코로나 참사의 배후

道雨 2022. 6. 28. 10:19

미국 의회 폭동과 코로나 참사의 배후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사주를 받았나. 요즘 미국 하원에서는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열기가 뜨겁다. 지난 9일 첫 공개 청문회는 2천만명 이상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패하자, ‘선거가 조작됐다’고 믿는 지지자 수천명이 상하원 합동 선거인증을 막기 위해 의사당을 점령했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등 5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였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의 브라이언 스텔터 기자는 저서 <속임수: 도널드 트럼프, 폭스뉴스, 그리고 위험한 진실왜곡>에서, 트럼프 시대의 양대 참사, 대규모 코로나 사망과 의회 폭동에 대통령과 <폭스뉴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는 보수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시청률 1위 뉴스 채널이다. ‘의견’이라는 핑계로 허위 정보까지 거침없이 방송한다. 폭스뉴스에서 입맛에 맞는 발언이 나오면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리고, 이를 다시 폭스뉴스가 받아서 보도했다. 이렇게 퍼진 허위 사실이 100만명 이상 숨진 코로나 참사와 의회 폭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폭도들이 의사당을 휩쓸고 있을 때,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대피 장소에서 뭘 해야 할지 머리를 쥐어짰다. 그는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했지만, 이제 모든 게 위험해졌음을 깨달았다. (…) 그는 트럼프가 폭도들을 멈춰주길 원했다. 그래서 트럼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에 전화를 걸었다. 폭스뉴스였다.”

스텔터에 따르면, 매카시는 먼저 대통령에게 전화했지만, 폭스뉴스에서 ‘록 콘서트’처럼 비춰주는 시위 장면을 ‘쇼 보듯’ 하던 트럼프는 귓등으로 흘렸다. 폭스뉴스가 매카시 인터뷰를 방송한 뒤에야, 트럼프는 ‘법과 질서’라는 앵커 멘트를 인용하며 ‘진정하라’는 트위터 메시지를 냈다고 한다.

하원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선 사기’ 주장은 딸인 이방카 등 측근조차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폭스뉴스 등을 통해 지지층에 급속히 퍼졌다. 공화당 의원인 리즈 체니 ‘1·6조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트럼프는 폭도들을 소집하고 조직했으며, 공격에 불을 댕겼다”고 비판했다.

스텔터가 조목조목 기록한 사실들을 보면, 미국의 코로나 참사 역시 트럼프와 폭스뉴스가 아니었다면 그토록 증폭되지 않았을 것임을 수긍하게 된다. 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 폭스뉴스는 의료 전문가 등을 동원해, ‘코로나는 최악의 경우에도 독감 정도일 뿐’이라며, 방역당국을 비웃었다. 트럼프는 이런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며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방역으로 경기가 가라앉으면 재선에 불리하다는 계산을 했다고 한다. 스텔터는 폭스뉴스 시청자와 비슷한 인구 집단에서 많은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용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언론의 본분을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트럼프라는 포퓰리스트 정치인과 폭스뉴스라는 선동적 언론의 조합이 낳은 비극은 우리 사회에도 경고음을 울린다.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고, 상대편엔 차별과 혐오를 퍼부어 지지층을 결집하는 정치인이 한국에도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자본 감시 등의 본분 대신, 사익을 위해 진실을 비트는 언론이 번성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정치인과 언론이 결탁하면, 무고한 생명이 희생될 수 있고, 안보가 흔들릴 수도 있으며, 경제질서가 왜곡되고, 민주주의가 위협당할 수도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지난 2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특강에서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탈진실’ 시대에는, 공론장으로서 언론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며 “가짜뉴스에 맞서는 제도 개혁과 일상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신뢰도를 높이는 언론 내부의 노력이 필수일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절실한 요소가 ‘독버섯 언론을 솎아내고 유익한 언론을 키우는’ 시민의 역할이다. 진지한 댓글로 좋은 기사를 격려하고 허위 기사 꾸짖기, 훌륭한 보도 소셜미디어 등으로 널리 알리기, 용돈을 아껴 정직한 언론 후원하기 등이 ‘일상적 실천’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정임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