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북풍’을 노리는 망상과 열린 사회의 적들

道雨 2022. 7. 22. 10:01

‘북풍’을 노리는 망상과 열린 사회의 적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점점 망상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20일 국민의힘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티에프(TF)’는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한 2명의 어민을 북송한 사건과 관련해 기상천외한 주장을 내놨다.

 

티에프 단장인 한기호 의원은 탈북자 증언이라며 “당시 16명이 살해됐다는 문재인 정권의 발표는 허위”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살인범으로 알려진 북송 어민 2명은 “김책시에서 탈북하려던 다섯가구의 주민 16명을 오징어배에 실어 남한으로 귀순시키려 한 인솔자”라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 보위부가 이들의 탈북 의도를 알아내자, 미리 배에 타고 있던 2명이 귀순한 것이라는 이상한 주장을 합리화하려 “다섯가구 중 일부는 사전에 탈북해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내놓았다.

 

 

한 의원의 주장은 사건이 발생했던 3년 전에도 탈북자들 사이에 떠돌던 뜬소문이었다. 실체가 없고 현실성도 결여돼 기각됐던 주장이 이제야 진실로 둔갑하는 현실이 기이하다. 길게 갈 것도 없다. 한기호 의원이 그 증언을 한 탈북자와 다섯가구 주민이 누구인지만 밝히면, 우리 언론은 사흘이면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 왜 못 밝히는가.

 

한 의원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북송 어민이 선량한 귀순자였다면, 당시에 5개 기관이 참여하는 합동심문에서 어떻게 이들을 살인자로 조작하고 모든 정보·수사기관이 입을 맞출 수 있었을까. 한·미가 공동으로 생산하는 특수정보를 통해 이미 이들을 살인범으로 판단했다는 정황이 왜 가짜이며,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정보 자산을 보유한 미국을 어떻게 속일 수 있었을까. 대답해보라.

이런 식으로 한 국가의 핵심 정보와 동맹의 공조까지 부정하면서 전 정권을 악마화하려는 망상은, 너무 심각해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한기호 의원은 2012년에도 한 방송에서 “종북의원을 가려낼 수 있다”, “옛날 천주교가 들어와 (신도를 가려내려고) 십자가를 밟고 가게 한 적이 있지 않냐”며,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비슷한 방법의 “전향의 사상 검증”을 주장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유로운 사상이 용광로 같은 공론의 장에서 낱낱이 분석되고 검증되는 민주공화정을 흔드는 자, 카를 포퍼가 말한 “열린 사회의 적”들의 그 행태는 변함이 없다.

 

이들은 한달여 전까지만 해도 2년 전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 월북자로 조작됐다”고 주장하다가, 막상 당시 특수정보와 수사 결과를 뒤집을 증거를 찾는 데 실패하자, 이번에는 동해로 정쟁의 초점을 옮겼다. 서에서 동으로 옮겨 다니며, 중세 마녀사냥풍의 북풍 놀이를 만끽하는 이들을 설치게 한 건 누가 뭐래도 대통령실이다.

 

열흘 전 강인선 대변인은 대한민국을 “헌법과 국제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다”고 선언해버린 셈이니, 만일 국제 인권기구나 국제형사재판소가 대한민국을 심판하겠다고 나서면 어쩔 것인가.

국제적 망신은 견딜 수 있다고 치자. 망상이 극언을 낳고, 그것이 다시 또 다른 정쟁을 유발하는 반문명의 대한민국이라는 어둠은 어떻게 감당할 건가.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은 규범의 진공이었다. 인간의 양심과 도덕과 법이 미치지 못하는 분단의 구석에서 생명이 사라진 안타까운 사건을 지금 다시 성찰하자고 하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지난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소홀함이 없었는지 되돌아보자는 데 나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를 악마화하면서, 공안으로 나라를 통치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지금은 민주공화정의 위기.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빼앗길지 모른다. 정부의 공적 가치가 사라지고, 공안세력에게 사유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

 

더 뼈아픈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안보책임자들이 외국에서 잠적해버리거나, 국내에 있더라도 자신의 변호에만 급급해하는 보신주의 행태다. 지난 5년 촛불정부는 이제 와 생각하면 신기루였다. 그렇게 민주주의와 평화를 말하던 기세 좋던 집권세력이 사라져버렸으니 말이다.

윤건영, 김병주 등 민주당 의원들이 힘겹게 저항하고 있으나, 정작 한국 민주주의에는 주체가 없다. 민주당이 이렇다면 시민들은 또 거리에서 촛불을 들어야 할 판이다.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