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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장악’ 예고편 보여준 총경회의 참가자 징계

道雨 2022. 7. 25. 09:41

‘경찰 장악’ 예고편 보여준 총경회의 참가자 징계

 

 

 

전국의 경찰서장(총경)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는 회의를 열자, 경찰청이 이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현장 참석자 56명에 대한 감찰 및 징계에 착수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장 회의를 “부적절 행위”로 규정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에는 귀를 막더니, 이제는 인사권을 동원해 논의 자체를 봉쇄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온·오프라인으로 총경급 189명이 참여했다. 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기 위해 속도전을 펴자, 이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이들은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이라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회의 결과 보고 일정까지 잡았다가, 회의 도중 돌연 ‘강제해산’을 명령하고, 참석자들에 대한 대대적 징계를 예고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검찰과는 사뭇 다른 대응도 논란이다. 전국 검사장·평검사 회의가 여러차례 열렸지만 불이익을 받은 이는 없다. 최근 수사-기소 분리법안 관련한 검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현장 상황을 책임지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잘못된 법이 잘못된 절차를 통해 통과됐을 때 말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말할 의무’가 검찰에만 있을 리 만무하다.

 

경찰은 ‘치안 유지’라는 목적 아래 국민에게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다. 1991년 경찰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하고,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을 통제하도록 한 이유다. 현장 치안 책임자인 총경급 간부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은, 경찰 중립성 확보가 그만큼 정당하고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이들에게 거침없이 징계 카드를 꺼내 드는 모습은 ‘경찰 길들이기’ 말고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김대기 실장은 이날 “경찰이 검수완박으로 가장 힘이 셀지도 모르는데, 견제와 균형이라든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경찰국 신설을 두둔했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 역사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궤변일 뿐이다. 총경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대대적 징계는 권력에 의한 ‘경찰 장악’의 예고편이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2022. 7. 2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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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전두환 하나회' 빗댄 이상민 장관..."적반하장 따로 없다"

 

 

 

[경찰국 설치 논란]경찰 서장회의 하나회에 빗대
불복종 혐의 형사처벌 가능성도 시사
민주당 "언어도단...적반하장" 비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3일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신설에 반발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 ‘하나회’에 빗대 비판하고 참석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뜻까지 밝혔다. 행안부와 경찰의 충돌이 정점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야당은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로 비유한 것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 이런 역할과 책임을 맡은 분들이 임의적으로 자의적으로 한 군데 모여서 회의를 진행할 경우에는 대단히 위험하다”며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런 시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와 관련해선 경찰과 국민의 오해가 있다며 “행정안전부 내 경찰 관련 조직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헌법과 법률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어 경찰은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와 더불어 완벽하게 독립된 제4의 경찰부가 되고 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말 검찰의 기소·수사권 분리 입법 때 검사들의 잇단 집단반발과 이번 경찰서장 회의는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평검사회의는 금지나 해산 명령이 없었고, 평검사들이 소속 검찰청의 의사전달 역할만을 수행했으나, 이번 총경 회의는 강제력과 물리력을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지역의 치안책임자들이 지역을 이탈해서 모인 것”이라며 “경찰 지도부가 회의 시작 전에 그리고 회의 진행 도중에 명확하게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직무 명령에 불복종을 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안에 대해 경찰청에서 그 위법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고 그 후속처리를 할 것”이라며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들을 형사처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내놨다. 그는 “(이번 경찰서장 회의는) 단순한 징계 차원을 넘어선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될 수도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국가공무원법은 1년 이하로 돼 있는데 경찰공무원법은 2년 이하로 더 가중해서 처벌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상민 장관을 겨냥해 “말을 심하게 한다”며 “경찰 중립성을 지키고자 하는 서장들을 쿠데타에 비교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 경찰서장의 절반 이상이 동의해서 움직이는 것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며 “힘으로 제압할 수 없다. 전국 서장들을 다 대기발령할 것이냐. 대응 방식도 즉흥적이고 과격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그동안 원내 티에프로 활동했던 ‘윤석열 정부 경찰장악 저지대책단’을 당 차원의 공식 기구로 격상해 확대 개편하는 안을 의결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