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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원=27%, 54만원=5.3%…부자 감세 ‘산수의 함정’

道雨 2022. 7. 28. 09:08

8만원=27%, 54만원=5.3%…부자 감세 ‘산수의 함정’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자감세’ 비판을 반박했다. 정부의 소득세 개편안에 따르면, 총급여 3천만원인 근로소득자의 평균 세금은 30만원에서 22만원으로 27%나 줄어드는데, 총급여 1억원인 경우는 1010만원에서 956만원으로 5.3%밖에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봉 1억원과 연봉 3천만원의 소득세 배율이 기존 33.7배(1010/30)에서 43.5배(956/22)로 오르게 된다.

 

추 부총리는 ‘재벌감세’도 같은 논리로 방어했다. 중소기업 법인세 감세율은 12% 정도 되는데, 대기업은 10%가량밖에 안 깎아줬다는 셈법이다. 추 부총리는 “세제 감면의 효과가 저소득일수록 많”고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 훨씬 유리하고 더 많은 혜택을 보도록 법인세 개편이 이뤄졌다”고 했다.

 

숫자만 보면 사실이다. 재벌 대기업이나 부자가 내는 세액은 크게 줄었지만, 감세율은 중소기업이나 덜 버는 이들보다 크지 않다. 일견 합리적인 설명으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이렇게 보면 서민과 저소득층, 중소기업을 위한 감세다. 그러나 사실이 곧 진실은 아니다. 감세율이나 배율의 증가 등은 숫자가 보여주는 사실이지만, 이면에 담긴 진실은 드러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을 위해 감세안을 내놓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비율과 배율 설명에 빠진 것은, 우선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이들이다. 세법을 아무리 혁명적으로 바꿔도, 안 내는 세금을 깎아줄 수는 없다. 2020년 기준으로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은 37.2%다. 근로소득세를 신고한 이들 중 과세표준이 0원이거나 각종 공제를 거쳐 부과된 세액이 0원인 경우다. 미미한 수준의 소득세를 내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근로소득자의 절반 이상은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정부가 세제개편 혜택을 주겠다는 ‘서민과 중산층’에서 서민은 과연 누구일지 궁금하다.

 

삼성전자는 2021년 귀속 연결기준 법인세액으로 13조4천억원을 공시했다. 추 부총리가 제시한 평균 10% 대기업 감세율을 적용하면, 정부 세제개편안 덕에 삼성전자는 1조3400억원 감세 혜택을 보게 된다. 케이프투자증권 분석보고서를 보면, 정부 세제개편안을 적용할 때, 2021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법인세는 1조5916억원 감소한다.

법인세를 3억원 내는 중소업체는, 추 부총리 말대로라면 3600만원 감세 혜택을 받아 2억6400만원 법인세를 내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추 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대기업보다 더 “대대적인 감세 혜택”을 보게 됐다고 여길 것 같지는 않다.

 

계산기 두드리느라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소득세 개편안을 유심히 살펴볼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이 분노에 치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치밀한 계산을 해야 했을 것이다. 물가·금리·환율의 3고 시대에, 팍팍한 생활에 조금이라도 세금이 줄어든다면 반기지 않을 근로소득자가 있겠는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겐 한푼의 세금일지언정 피눈물이 스며 있을 것이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정부 세수가 60조원 줄어든다. 60조원은 누군가에게 밥이 되고 일자리가 되고 건강이 되고 목숨이 되는 돈이다. 줄어든 세금으로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리고 경제성장에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퍼펙트 스톰’을 헤쳐나갈 귀한 연료로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민과 중산층’이 몇푼 줄어든 세금에 희미한 미소를 지을 때, 정부 지원으로 그나마 살아가는 취약계층에겐 혹독한 5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7%와 5.3%, 10%와 12%라는 ‘조삼모사’식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뺄셈만으로 가득한 설명은 나눗셈을 배제한다. 나눗셈으로 살아가야 할 이들을 잊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세금은 고무풍선 같다고 한다. 한쪽을 줄이면 어딘가 다른 한쪽이 불룩해진다. 누군가에게 무척 달콤한 감세가 다른 누군가에겐 더 큰 고통으로 전가될 것이다. 그 부담이 어떤 이들에겐 치열한 개별적 삶이기에, 다음달 나올 내년도 예산안에 우리는 더더욱 주목해야 한다.

 

 

 

김진철 ㅣ경제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