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양두구육’ 정권 : 도이치 주가조작과 취임식 VIP

道雨 2022. 8. 1. 15:27

‘양두구육’ 정권 : 도이치 주가조작과 취임식 VIP

 

 

* 권오수 전 회장의 아들인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동그라미)가 지난 5월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권 대표가 당시 앉았던 자리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친인척 등이 앉은 주요인사석이다. 권 대표 앞쪽으로 윤 대통령의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맨 앞줄 제일 오른쪽 모자 쓴 이)가 앉아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회장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브이아이피(VIP)로 참석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왠지 속이 메슥거려오는 것을 느꼈다. 강한 모욕감 같은 것이었다. 이유를 곱씹어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5월17일 취임하자마자 ‘1호 지시’로, 문재인 정부 때 없앴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켰다. 검찰 직접수사를 축소해온 전 정부 시책을 뒤집는 첫 조처로 ‘증권 범죄’를 선택한 것이다. 한 장관은 취임사에서 “서민을 울리는 경제 범죄 실태에 대해 시급히 점검하고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며 “저는 오늘 즉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다시 출범시키는 것으로 그 첫발을 떼겠다”고 말했다. “서민 다중에게 피해를 주는 범법자들은 지은 죄에 맞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럴 듯한 법무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었다.

 

그런데 그 며칠 전 열렸던 대통령 취임식에는 권오수 전 회장 아들인 현 도이치모터스 대표 권혁민씨가 앞쪽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었다. 선량한 투자자들을 울리는 주가조작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의 아들이자, 그로부터 회사 경영을 물려받은 사람을 취임식에 초청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 한동훈 장관의 취임사가 그 이유를 말해준다.

 

한 장관은 이런 말도 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는) 서민 다중이 피해자인 금융증권 범죄에 대해 연성으로 대처하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준 조치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그런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 서민 다중이 피해를 보는 (금융·증권) 범죄는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 이럴 때는 확실하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5월20일 국회 답변)

 

그렇다면 권씨의 취임식 참석이야말로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최악의 메시지를 주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게 아닌가.게다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이 주가조작에 ‘전주’로 가담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국민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권씨의 취임식 참석이 이뤄졌을까. 대통령직의 무게와 국가의 법 집행 책임, 대통령 부인의 의혹을 지켜보는 국민에 대한 도리를 모두 팽개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권력을 잡았으니 무슨 일을 하든 대수겠느냐는 오만함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다.

 

권씨의 취임식 참석은 김 여사 수사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의도를 모른 채 속아서 계좌를 빌려줬던 것이라면, 이후 검찰 수사로 권오수 전 회장 등 일당이 구속기소된 뒤에도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 김 여사의 뒤통수를 친 사람의 아들이 취임식에 브이아이피로 참석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선 김 여사 쪽도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 같다. 검찰의 태도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공범 5명이 모두 구속기소된 뒤에도 김 여사는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후에도 미동조차 없는 검찰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이마에 쓰고 다니던 검찰 아닌가.

그 사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최측근이자 김 여사와도 수백회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한동훈 장관은 검찰총장 공백 속에 검찰 인사를 강행했고,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 지휘라인은 모두 교체됐다.

 

한 장관은 취임사에서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 수사를 할 수 있는 공정한 검찰을 만들겠다”며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일갈했다. 아들을 대통령 취임식장에 보낸 권오수 전 회장은 검찰을 두려워할까. 이제 ‘사회적 최강자’가 된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까. 그러리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한 장관이 틈만 나면 ‘증권범죄 엄단’을 강조하는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를 일이다. 한달 전 미국 출장 때는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를 관할하며 주가조작 등 금융·증권 범죄 수사로 유명한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지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난 26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고 “부정부패와 서민 다중 피해 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28일에는 주식 공매도 관련 불법행위 엄단을 지시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주식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권씨의 취임식 참석에 대해 일말의 성찰이라도 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지 의문스럽다.

 

바로 이런 게 양두구육이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용했던 이 사자성어의 유래를 찾아보면 이렇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이 여성들의 남장을 좋아했는데 이게 궁 밖에도 알려져 유행하게 됐다. 그러자 이를 금지시켰지만 백성들은 듣지 않았다. 영공이 당대의 사상가 안자에게 그 이유를 묻자 안자는 “궁궐 안에서는 허용하면서 밖에서는 금지하니 이는 문에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영공이 깨닫고 궁궐 안에서도 남장을 금하자 백성이 이를 따랐다. 안자의 비유에서 소머리가 양머리로, 말고기가 개고기로 변천해 ‘양두구육’이 됐다고 한다.

 

양두구육 일화는 권력자가 자신(주변)과 국민들에게 각기 다른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는 정치 윤리의 근본을 말해준다. 수천년 전 왕조국가에서도 사리분별하는 통치자는 이와 같았는데, 21세기 어느 민주공화국에서는 국민을 무시하는 양두구육의 풍경이 거리낌없고 노골적이다.

도이치모터스 대표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은 그 하나일 뿐, 잠시만 생각해보면 숱한 사례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니 주권자로서 모욕감을 느낄밖에.

 

 

 

박용현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