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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진해만 정어리 떼죽음 원인은 '산소부족 질식사'

道雨 2022. 10. 14. 09:57

끝나지 않는 진해만 ‘정어리 떼죽음’…출현도 원인도 미스터리

 

 

 

 

* 폐사한 정어리 떼. 창원시=연합뉴스

 

 

“어제 깨끗이 건져내고 갔는데, 오늘 아침 와보니까 또 죽은 기 바다에 가득 찼다 아인교. 오늘 오전에만 300㎏짜리 포대 9개를 가뜩 채워 건져 올렸어예. 내사 마 50년째 고기 잡으면서 사는데 이런 험한 꼴은 첨이라예.”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에서 죽은 정어리 수거 작업을 하던 연안통발어선 봉진호 선장 류아무개씨는 “일주일째 정어리 수거 작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이러다 남해바다 정어리 씨가 다 마르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어리 떼죽음이 처음 관찰된 것은 지난달 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양드라마세트장 앞바다다. 정어리 떼는 이후 인근 도만항과 다구항, 마산인공섬, 3·15해양누리공원 등 진동만과 마산만 연안 전역으로 퍼지면서 13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창원·고성·거제에 둘러싸인 진해만의 가장 안쪽 해역에서 14일째 정어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가 죽은 정어리로 가득 찼다. 이곳에선 지난 2일부터 죽은 정어리 수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시 제공

 

 

이날까지 해안에서 수거한 정어리는 176t이 넘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죽은 정어리를 ‘몸통 길이 14~16㎝에 무게 20g 정도의 성어’로 판정했다. 죽은 정어리 수를 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수거량으로 미뤄 880만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물고기 집단폐사 가운데 비교 사례가 없을 만큼 큰 규모다. 군부대와 시민단체 도움까지 받아서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튿날 아침이면 죽은 정어리가 바다를 하얗게 뒤덮는다.

 

창원시는 ‘정어리 떼죽음’ 발생 초기엔 죽은 정어리를 건져서 비료공장에 보냈다. 하지만 썩는 냄새로 인한 민원이 이어지면서 소각장에 보내 폐기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창원해양경찰서는 정어리 떼죽음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10월24일이 지나야 나올 예정이다.

 

* 진해만에서 떼죽음당한 정어리. 국립수산과학원은 죽은 정어리를 ‘몸통 길이 14~16㎝에 무게 20g 정도로, 부화해서 1년 정도 자란 성어’로 판정했다. 최상원 기자

 

 

‘정어리 떼죽음 사태’가 보름 가까이 이어지자, 원인을 두고 온갖 추론이 난무한다.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괴담까지 퍼지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된 가설은 ‘수질 오염설’이었다. 그러나 창원시 조사 결과 수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정어리 떼죽음 사태’ 발생 닷새 전인 지난달 25일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에서는 수영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해수욕장 기준을 충족시킬 만큼 수질이 좋다는 뜻이다.

 

어민들이 죽은 정어리를 버렸을 것이란 추측도 있었다. 수산자원관리법은 몸통 길이가 20㎝ 이하인 청어를 잡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데, 정어리를 청어로 오인한 어민이 잡은 정어리를 통째로 바다에 버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새끼 청어와 정어리는 구분하기가 어려워, 창원시도 ‘정어리 떼죽음 사태’ 초기에 죽은 물고기를 청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어민이 버렸다고 보기에는 죽은 정어리 양이 너무 많은데다, 사건 발생 보름이 다 되도록 어민이 정어리를 바다에 유기하는 모습은 한번도 목격되지도 않은 터라 ‘어민 정어리 투기설’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용존산소량이 적은 물 덩어리를 가리키는 ‘빈산소수괴’ 원인설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어리 떼죽음 사태’ 발생 직후 인근 해역에서 빈산소수괴가 발견된 바 있다. 하지만 빈산소수괴 때문이라면 발생 해역의 어패류 등 다양한 수중생물이 죽어야 하는데, 정어리만 죽은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 진해구)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경남에선 빈산소수괴에 따른 피해 규모는 151억9천만원에 이르는데, 피해 어종은 굴·홍합·멍게·미더덕 등 부착성 어패류뿐이었다. 빈산소수괴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물고기에게는 위협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 1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가 죽은 정어리로 가득 찼다. 이곳에선 지난 2일부터 죽은 정어리 수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시 제공

 

 

대규모 정어리 떼 때문에 용존산소 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1년 3월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레돈도 해변에서 정어리 250만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어리가 좁은 바다에 몰리면서 바닷물의 용존산소가 부족해져 떼죽음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정어리 떼죽음 사태’는 당시 상황과 흡사하다. 하지만 이 가설은 대규모 정어리 떼가 좁은 진해만으로 왜 몰려들었느냐는 새로운 의문을 낳는다.

 

임현정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장은 “정어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도 특이하지만, 대규모 정어리 떼가 진해만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현재 질병·수질·수온·오염·빈산소수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문 창원시 수산과장도 “이 정도 대규모 집단폐사는 국내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고 정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어리는 청어·멸치와 함께 청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11~20.7도의 수온에서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겨울을 제주도 해역에서 난 뒤 봄이 되면 북상했다가 가을이 되면 남하한다. 몸통 길이 25㎝까지 자라는데, 부화해서 1년 뒤 15㎝ 크기로 자라면 2~4월 남해안에서 산란한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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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진해만 정어리 떼죽음 원인은 '산소부족 질식사'

국립수산과학원 조사분석 결과 발표... 17일까지 202톤 폐사, 병원체 검출 안돼

 
 

 

                      창원마산 3.15해양누리공원 쪽 해안에 죽은 정어리떼가 밀려와 수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경남 마산‧진해만에서 발생했던 202톤가량의 정어리 떼죽음 원인은 '산소 부족으로 의한 질식사'로 결론 났다.

정어리 집단폐사의 원인을 조사‧분석해온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원장 우동식)은 정어리 집단폐사 현상을 다각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9월 30일 창원마산 3‧15해양누리공원 해안가에서 정어리 집단폐사 첫 신고가 접수돼 창원시가 국립수산과학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소장 임현정)가 해수와 폐사체를 바탕으로 조사와 분석을 해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집단폐사 원인 규명을 위해 10월 2일부터 7일까지 현장조사, 생물 분석, 해양환경, 해양물리, 적조와 수산자원 변동 등 여러 항목을 살펴봤다.

현장조사에서 폐사체는 전장 14∼16cm의 정어리가 대부분이었고, 멸치, 돔류 등 다른 종이 극히 일부 혼재돼 있었으며, 입을 벌리고 폐사된 개체가 다수 발견됐다. 멸치, 돔류 등 다른 어종은 비율이 0.1% 미만이었다.

대량 폐사가 발생한 마산합포구 해양누리공원(마산만), 진동만 북부해역에서는 현장조사 당시 용존산소 농도 3㎎/L 이하의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수심 4m층부터 바닥층까지 관측됐다.

산소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3㎎/L 이하인 물덩어리로 어‧패류의 호흡 활동을 방해한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남동해연구소는 "이같은 현상은 여름철 수온이 높아지면 밀도 차이에 의해 바닷물 상층부와 저층부 사이에 밀도 약층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바닷물이 섞이지 못해 상층부로부터 산소공급이 차단되면서 저층의 용존산소가 고갈되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생물분석에서 정어리의 대량폐사를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폐사체에서 자연어에 보통 검출되는 병원체가 발견됐으나, 이로 인한 대량폐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폐사한 정어리에서 근육 중 중금속 농도 역시 식품의 허용기준치 이하로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분석결과 납 0.065mg/kg, 카드뮴 0.117mg/kg, 수은 0.006mg/kg으로, 수산물(어류) 식품 기준(납 0.5mg/kg, 카드뮴 0.2mg/kg, 총수은 0.5mg/kg) 이하였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양환경 조사 결과, 유해적조 생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해수 중 미량금속 농도 등도 양호하였으며, 해저퇴적물 내 유기물이나 황화물 등 오염도는 비교적 높았으나 어류의 집단폐사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해수유동 예측시스템을 활용한 부유폐사체의 이동을 역추적한 결과, 폐사체는 만 안쪽에서 발생했고, 만 바깥쪽에서 유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발생하고 ▲산소부족으로 폐사할 때 특이증상인 입을 벌린 폐사체가 다수 발견됐으며 ▲집단 폐사를 일으킬만한 전염병원체나 유해적조생물 및 유해물질 등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종합해 '산소부족에 의한 폐사'로 결론지은 것.

'산소부족에 의한 폐사'에 대해 대학교수와 연구원으로 구성된 민간자문단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국립수산과학원은 밝혔다.

정어리는 다른 어종에 비해 산소요구량이 높은 어종으로, 과거 미국(2011년), 인도네시아(2016년), 칠레(2022년) 등에서도 용존산소 부족으로 정어리가 대량 폐사한 사례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번 우리나라에서 정어리가 대량 발생한 이유는 남해 동부 연안, 제주 동부 해역에서 산란된 개체의 유입 증가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우동식 원장은 "수산생물의 대량폐사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어장환경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실시간 빈산소수괴 관측시스템의 수온 및 용존산소 수직 분포(진동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