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금투세 유예, ‘자본시장 선진화 역행’에 ‘조세정의 후퇴’다

道雨 2022. 11. 16. 10:07

금투세 유예, ‘자본시장 선진화 역행’에 ‘조세정의 후퇴’다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소득세법을 고쳐 내년 1월부터 도입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7월21일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에 금투세 도입을 2년 더 미루는 안을 담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이어지는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4일 ‘도입 신중론’을 제기했다. 법에 따른 시행이 불과 한달 보름밖에 남지 않았는데, 시행 여부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금투세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오랜 협의를 거쳐 도입한 것이다. 2년의 유예기간을 둬서 시장에 별 혼란이나 충격이 없을 것이다. 예정대로 시행해야 마땅하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으로부터 실현된 소득에 과세하는 새로운 세금이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이나 공모형 펀드 투자에서는 실현된 손익을 모두 합해 수익이 5천만원을 넘는 경우 초과액의 20~25%(지방세 포함 22~27.5%)를 세금으로 매긴다.

자산 소득 격차가 갈수록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을 일부 고소득자에 한해 우선 적용하는 것이다.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는 낮춘다. 코스피 종목(0.08%)은 없애고, 코스닥은 0.23%에서 0.15%로 낮춘다. 금융투자 소득이 5천만원 미만인 사람은 금투세를 내지도 않고, 거래세 부담도 줄어든다.

 

정부안은 금투세 도입을 2년 미루고, 증권거래세 인하도 내년에는 조금만 하자는 것이다. 5천만원 이상 수익이 있는 금투세 과세 대상자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국내상장주식 양도소득세도 과세 대상에서 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로 돼 있는 지분율 기준을 폐지하고, 보유금액 기준은 10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올려 ‘고액 주주’에게만 과세하자고 한다. 정부안에 담긴 ‘부자 감세’ 성격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주식 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금을 줄이면 자금이 더 많이 유입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견이다. 감세는 반짝효과밖에 없다. 또 그런 논리로만 시장을 봐서는, 조세 정의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금융상품 거래 차익도 소득인 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원칙을 세우고, 과세 기반을 확충해가야 한다.

 

과세는 한번 시행을 미루면, 두번 세번 미루는 길로 빠져들기 쉽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한단계 촉진하는 기회를 허투루 날려버려선 안 된다.

 

 

[ 2022. 11. 16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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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도 그러더니…‘금투세’ 갈짓자 걷는 민주, 어찌할까

 

 

지도부 안에서도 유예 찬반 팽팽

 

 

 

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예정대로 시행”에서 “2년 유예 검토”로 입장을 선회한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금투세로 시장이 침체될 거란 여당의 프레임에 말려 뒤늦게 신중론을 편 것인데, 당내에선 ‘게도 구럭도 놓치는 꼴’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에 대해 ‘신중 검토’를 당부한 이후, 정책위원회와 국회 기획재정위, 정무위 간사가 중심이 돼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당의 방침을 정하기로 했지만, 지도부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1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유예하자는 의견과 원칙대로 시행하자는 의견이 팽팽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불과 2주 전만 하더라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론을 앞세우며, 금투세를 유예하자는 정부·여당을 비판해왔다. 여야 합의로 제도가 시행되는 데다, 예정대로 금투세를 도입하고 증권거래세를 낮춰야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금투세가 도입돼도 적용 대상은 수익 상위 1%그룹 정도다.

 

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들이 떠나 시장이 위축되고 개미투자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여당의 여론전이 ‘개미’들에 먹혀들면서 민주당의 전선도 손쉽게 무너졌다.

개미들이 동요하자, 그간 원칙론을 강조해온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수정론’이 나온 것이다.

 

일종의 ‘종부세 트라우마’다. 실제 과세 대상이 아니어도 민심이 아래로부터 흔들릴 수 있단 ‘학습효과’가 일부 지도부를 중심으로 제기됐고, 뒤이어 이재명 대표로부터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지시가 나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지나치게 안일하게 생각했다. 여당의 공세에 방어선을 빨리 쳤어야 하는데, 내년 1월에 당연히 시행될 거라고만 생각했다”며 “금투세가 개미들을 위한 세법이라고 대응 논리를 적극적으로 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여당이 내세운 프레임에 갇혔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장기적 전략 없이, 그때 그때 즉흥적인 반응에만 반응하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갈지자 행보를 지속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은 주식 부자들을 겁낼 것이 아니라, 서민의 삶에는 관심 없고 부자 증세와 주식투자에만 관심 있다는 국민들의 비판을 더 두려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금투세 과세 유예가 중산층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의 금투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며 “금투세 유예를 위한 법안은 민주당 협조 없이는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데, 민주당발 금투세 논란으로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책에 정략적 목적이 있으니 바꿀 수도 없고 아집을 피우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