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 대통령과 참모들의 거짓말…도어스테핑은 끝났다

道雨 2022. 11. 28. 09:46

윤 대통령과 참모들의 거짓말…도어스테핑은 끝났다

 

 

 

2022년 11월20일 일요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1층 현관에서 별안간 가림벽을 세우는 공사가 시작됐다.

이틀 전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악의적인 행태” 때문에 <문화방송>(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았다고 했고, 문화방송 기자는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냐”고 따졌다.

 

그날의 ‘불상사’가 휴일에 기자들의 시야를 가리는 기습적인 공사로 이어진 것 같은데, 대통령실은 무려 18일 전(11월2일)에 발생한 “일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본) 대표단을 촬영한 일” 때문에 공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믿으라는 해명이었을까.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태원 참사 때 대통령실이 제대로 대응했는지 따져 묻는 야당 의원 질의 중,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메모장에 “웃기고 있네”라고 적었다가 딱 걸렸다. 김 수석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단연코 질의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에도 반성한다고 울먹이며 “이 필담은 운영위와 이태원 참사와 전혀 관계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것도 아니고 야당 의원을 조롱한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건가.

 

대통령실의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다. 곤궁한 상황을 모면하려 개연성과 논리도 없이 막 던지는 말들이다. ‘거짓말 퍼레이드’의 선봉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험담을 들은 이 전 대표가 불과 이틀 전, 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을 “이 ××, 저 ××”라고 지칭하며,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에게 ‘공격 지령’을 내렸다고 폭로했는데, 윤 대통령은 그런 내용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에 매진하느라.

 

윤 대통령의 잡아떼기는 미국 순방 ‘비속어 파문’에서 정점을 찍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미국 현지 브리핑에서 귀에 들리는 대로 윤 대통령의 ‘이 ××들’ 발언은 인정했지만, 윤 대통령은 사후에 이것마저 부인했다. 윤 대통령이 아니라고 하니 ‘비속어 파문’ 보도는 통째로 “사실과 다른 가짜 뉴스”가 됐다. ‘짐이 곧 법’이었다.

 

공자는 정치란 “먹을 것을 풍족하게 하고 군을 튼튼히 양성하며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자공의 질문에 공자는 우선 군을 버리고, 그다음 먹을 것을 버리라고 했다.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기 때문”(무신불립)이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의 거짓말은 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욱 실추시키고 있다. <시사인>이 지난 8월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신뢰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3.62점으로 2007년 조사 이래 최저점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가림벽을 세운 이튿날 약식회견 중단을 선언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문화방송 징계가 없는 한 재개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본인 필요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던 약식회견을 엄청난 시혜로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윤 대통령은 매일 기자들과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국정을 이끄는 소탈한 권력자의 모습을 꿈꿨을 거다.

 

그러나 윤 대통령 발언 중 기억나는 건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훌륭한 사람 봤느냐”(인사 파문 관련),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냐”(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 욕설시위 논란),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문화방송 전용기 배제) 따위의 분열과 우격다짐 메시지뿐이다.

 

신뢰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아침마다 반복되는 윤 대통령의 험한 말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이다. 이런 말은 안 하고 안 듣는 게 좋다.

 

 

 

김태규 | 정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