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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판매량 급감…20년 공들인 현대차 ‘브릭스 전략’ 위기

道雨 2023. 5. 24. 11:10

중·러 판매량 급감…20년 공들인 현대차 ‘브릭스 전략’ 위기

 

 

 

미·중 패권 다툼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현대자동차가 20년 가까이 공들여왔던 브릭스(BRICS) 전략이 허물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2000년대 들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 지역에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한 데 힘입어, 세계 5위권 완성차 그룹으로 발돋움한 바 있다.

 

22일 <한겨레>가 현대차의 사업보고서와 기업설명회 자료 등을 토대로 현대차의 국외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 규모를 분석해보니, 브릭스 비중이 최근 10년새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2012년 국외 생산 판매량은 249만 9098대로, 이 가운데 브라질 27만167대(10.8%), 러시아 22만4598대(9.0%), 인도 64만1281대(25.7%), 중국 85만5995대(34.3%) 등 브릭스 비중은 79.7%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현대차 공장이 없다.

 

이 비중은 10년 뒤 20%포인트 넘게 줄었다. 현대차의 지난해 국외 생산 판매량은 224만 5830대였는데, 브릭스 비중은 53.4%(119만9979대)였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 비중이 각각 2%(4만4976대)와 11.2%(25만423대)로 큰 폭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브라질(9%·20만3769대)과 인도(31.2%·70만811대) 비중은 2012년과 엇비슷하거나 커졌다.

 

중국 시장 판매 실적을 보면, 2020년 46만727대, 2021년 36만8290대, 2022년 25만2714대 등 해마다 10만대씩 판매실적이 줄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전기차 시장으로 바뀌고, 중국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현대차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공장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아예 생산을 멈췄다. 러시아 공장은 2020년 21만여대를 생산해 판매하는 등 현대차의 주력 생산 기지 중 하나였다. 러시아 공장은 다른 회사로 매각설이 제기되는 등, 현대차는 이 공장 운영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한겨레>

 

 

 

 

현대차의 성공 전략 가운데 하나로는, 2000년대 들어 브릭스 등을 중심으로 한 신흥 시장 현지화가 꼽힌다. 1998년 인도, 2002년 중국, 2011년 러시아, 2012년 브라질 등에 잇따라 공장을 세우는 등, 브릭스는 현대차 ‘공장 포트폴리오’의 핵심이었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열리는 ‘세계화’에 재빨리 탑승한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은 인도와 브라질 공장 등을 직접 방문하는 등 브릭스 시장 공략을 독려했었다.

한때 러시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현대차는 신흥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 경쟁력 있는 완성차 업체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제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현대차의 전략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만드는 등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경쟁력도 높아졌지만,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제조업을 유치하려는 ‘자국 우선주의’ 산업정책을 강요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릭스 시장은 불안했지만 성장성이 높아서 가치가 있었다. 10여년 전 현대차도 활발한 현지화를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리스크’가 있는 시장이었음이 확인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베트남을 필두로 한 동남아시아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여전히 신흥시장에 대한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자동차 브랜드는 도요타(9만1115대), 현대차(8만1582대), 기아(6만729대) 순이었다. 일본차 판매량이 압도적이었던 인도네시아에서도 현대차는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인도와 아세안,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와 동유럽 시장에서는 여전히 내연기관차·소형차(B세그먼트) 판매가 많은데, 현대차가 이 차종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에 변화가 큰 터라, 기업의 탄력적인 대응 역량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