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할 검사
국회는 검사 탄핵으로 삼권분립 지켜야
어제(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참고인 출석 요구서’를 받았습니다. 강백신 엄희준 두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조사 청문회에 참석하라는 요구서입니다. 두 검사 중에서도 저에게 해당되는 것은 엄희준 검사입니다. 요구서에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한명숙 사건 재판을 직접 참관하고 관련 책을 집필(한 사람)”이라고 저의 출석 요구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엄희준은 한명숙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잡아넣어 2년형을 살게 한 검사 중 하나입니다. 저는 그 재판에서 1심 23차례 공판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 참관했으며, 2심에서도 세 차례 공판 중 한 번만 빼고 두 번 참관했습니다. 말하자면 개근을 한 셈입니다. 공판 때마다 기록했고, 그 기록들을 기사화해서 여기저기 언론에 실었고, 한 전 총리가 끝내 감옥에 간 후 그 모든 기록과 기사들을 묶어 ‘무죄’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마약사범 등 불러 한명숙 총리 모해 위증 연습시켜
이번에 엄희준이 탄핵소추 대상이 된 이유는 스물 몇 차례에 이르는 재판 중에서도 1심의 제7차 공판(2011년 2월 21일) 관련 혐의인 듯싶습니다. 지난 7월 발의된 탄핵소추안을 보면, 그의 혐의에 대해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증인 한만호가 한 총리에게 돈을 주었다는 증언을 번복하자, 그 바뀐 증언을 거짓으로 몰고 그 신빙성을 탄핵하여 한 전 총리를 모해할 목적으로, 한만호와 같이 수감되어 있던 재소자 한모 씨를 21차례, 재소자 최모 씨를 18차례, 출소해 있던 수감자 김모 씨를 10차례 이상 자신의 검사실로 불러 ‘한만호의 법정 진술 번복은 거짓이다’라는 취지로 허위의 증언을 연습시켰고…”라고 적혀 있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 중 한 사람은 상습 사기사범이었고 또 한 사람은 마약사범이었습니다. 이들이 “감옥에 같이 있던 한만호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이고, 검찰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화가 나서 증언을 번복한 것”이라고 당시 법정에서 진술한 것입니다.
제가 이중 김모 씨가 법정에 나와 증언한 7차 공판의 기록을 보니 ‘재소자 출신 C급 증인들의 향연장’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법정 광경을 묘사하고 있군요. “한만호 사장이 검사를 향해 ’내가 검찰에 협조하기로 했으면서도 하지 않은 말들을, 감옥에서 처음 보는 후배에게 할 리 있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지나치다‘고 항변하자 검사는 ’검찰에서 하는 얘기와 밀폐된 공간에서 재소자끼리 하는 얘기가 다를 수 있지 않는가‘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지금 검찰은 온갖 거짓과 허풍과 은폐가 판을 치는, 그런 밀폐된 공간에서 재소자들끼리 나눈 대화를 들고나와 검찰보다 더 신성한 법정에서의 발언(양심선언)을 뒤집으려 한단 말인가.”
한 총리 사건 자체가 검찰의 조작, 위증교사는 빙산의 일각일 뿐
저는 솔직히 이들의 증언이 재판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초조함을 노출한 하나의 에피소드였을 뿐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고작 이런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탄핵심판대에까지 오른 엄희준 검사로서는 자못 억울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 모해위증교사 혐의는 엄 검사가 받고 있는, 또는 받아야 마땅한 불법(범죄)행위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짜 증거와 증인들을 동원해 엮은 불법 조작사건 중에서 그나마 <뉴스타파>와 임은정 검사가 딱 하나 밝혀낸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그 조작사건을 만든 검찰팀의 맹렬한 일꾼이었던 엄희준은 전혀 억울할 이유가 없습니다.
먼저 핵심 증인 한만호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혐의입니다. 그는 2차 공판에서 “나는 한 총리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 한 총리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 양심선언한 이래 6차 공판에서 “이 사건은 윗선에서 계획적으로 만든 사건”이라고 폭로했습니다. 남 아무개라는 법조 브로커가 자신을 회유할 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방 교도소에서 서울로 불려온 이래 70여 차례 검찰에 불려나가 초밥까지 얻어먹으면서 검찰과 시나리오를 짰고, 그 시나리오를 열심히 외웠다고 폭로했습니다. 당시의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즉시 한 총리 재판을 멈추고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어야 합니다.
비자금을 기록한 원본 장부는 행방불명됐고, 그 장부를 베껴 작성한 채권회수목록에는 손으로 쓴 숫자와 메모들이 있었는데 그중 어떤 것은 검사가 쓴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만호 사장 회사 경리부장의 증언은 오락가락했으며, 한 사장이 실제 돈을 줬다는 교회 장로와 건설 브로커의 진술도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돈이 한 총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갔을 수도 있다는 증언이 나왔음에도 이들에 대한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 대신 이들에 대한 검찰의 회유나 압박이 있었을 거라고 의심한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요?
찌르고 비틀 뿐 아니라 다른 칼로 또 찌르는 검찰의 잔인성
검찰은 무모하고 집요할 뿐 아니라 잔인하기도 했습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한 사장의 모친을 병원에서 끌고 와 증언대에 세웠습니다. 아들을 압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한 총리 재판이 모두 마무리된 후 검찰은 한만호를 위증죄로 다시 기소해 2년형을 더 살게 했습니다. 그의 집안은 완전히 풍비박산이 됐고, 한만호는 출소 후 결국 화병으로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때 검사들은 불필요하게 무모하고 잔인합니다. 어떤 검찰총장이 후배들에게 “검사는 칼로 찌르되 비틀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엄희준 검사 등은 찌르고 비틀었을 뿐 아니라 다른 칼을 가져와 다시 찌르고 끝내 죽게 만들었던 셈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뿐 아니라 조국 전 장관에게도 그랬고,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도 그렇게 합니다. 검찰이 이렇게 된 것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이란 창과 칼뿐 아니라 “우리는 무슨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방패까지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킬레스는 타고난 힘과 용기뿐 아니라 결코 죽지 않는다는 신탁 덕분에 용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검찰공화국이 된 지금은 더더욱 검사를 손댈 수 없게 됐습니다. 검찰의 방패는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한 덩어리가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런 검사들이 엄희준 등에 대한 탄핵 절차를 두고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탄핵 남용’ ‘삼권분립이란 헌법정신을 몰각한 것’이라면서 집단 반발하는 광경을 보며 섬뜩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반대입니다. 위헌적이고 위법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하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검찰이며, 대통령과 그 부인의 수하를 자처하며 삼권분립을 몰각하고 있는 것도 바로 검찰입니다. 국회가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탄핵이란 권한으로 이들 검사들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때야말로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제가 12월 11일 국회에서 그에 대한 탄핵의 필요성을 설파할 엄희준은 15년 전 쯤 한 전 총리를 옭아 넣을 때의 검찰팀에서는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막내에 불과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배움 덕분에 지금은 어엿이 정치검찰의 첫 손가락 꼽는 행동대장 격으로 성장했습니다. 그에 대한 탄핵은 과거의 죄를 묻는 것뿐 아니라 “검사들, 정신 차리라”는 본보기로도 아주 훌륭합니다.
강기석 에디터kks54223@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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