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란 수사 가로채는 검찰의 파렴치 '점입가경'
검찰, 경찰의 영장 가로채고 수사 막아서
검찰의 경찰 사건 가로채기, 고질적 병폐
경찰-공수처 협력해 검찰의 수사방해 넘어서야
심각성 인식한 법원도 직접 교통정리 나서야
필자가 전날 의심을 제기했던 검찰의 경찰 수사 가로채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전날 필자는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김용현 압수수색을 앞두고, 그 사실을 영장신청으로 알게 된 검찰이 서둘러 김용현 신병확보에 나선 것으로 의심한 바 있다.
복수의 보도들로부터 확인된 바에 따르면, 경찰 국수본이 먼저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반려하고는, 같은 내용의 검찰 발 영장을 청구해 받아내고, 경찰의 영장 신청이 접수되자, 서둘러 김용현 긴급체포에 나서는 등, 자체 수사에는 늑장을 부리다가 경찰이 먼저 나서면 수사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내란 수사에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난맥상에 법원도 우려를 표하고 나섬에 따라, 검찰을 배제한 나머지 수사기관들, 즉 경찰과 공수처의 협력이 더욱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검찰, 경찰의 영장 가로채고 수사 막아서
9일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기자회견에서 우종수 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국수본) 특수단은 신속한 자료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수사를 집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영장에 의한 수사에만 의존하기에는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 본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국수본 특수단이 겪고 있는 ‘영장 가로채기’ 사례들에 대한 내부 불만이 배경이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찰 국수본은 이미 지난 7일 이번 내란 사태의 핵심 의혹의 대상인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로부터 ‘불청구’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이틀 후인 지난 9일 오전 검찰이 같은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다. 경찰은 자신들이 검찰로부터 반려당했던 방첩사 압색을 검찰이 가로채 실시했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또 경찰은 군 장성 4명에 대한 통신영장도 신청했는데, 법원으로부터 중복수사라는 이유로 기각당하기도 했다. 이 역시 검찰이 같은 내용의 영장을 그 직전에 신청한 것이 아닌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JTBC 보도에 따르면, 김용현에 대한 수사 역시 경찰이 김용현 집무실, 공관, 자택 세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려 하자, 검찰이 급하게 김용현을 불러서는 긴급체포를 했다. 전날 필자가 의심했던 내용이 그대로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 내란 수사 성과, 경찰이 검찰 압도…언론은 '검찰 편향'
종합하면,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수사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찰의 수사를 족족 차단하고는, 같은 사안을 가로채 수사에 먼저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검찰의 행태는 당장 경찰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임에 명백하다. 언론 보도들에 수사에 진정성과 적극성을 가진 듯 내보이는 동시에, 오히려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려는 대상을 가로챔으로써,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을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검찰은 지휘권을 가진 심우정 검찰총장과 박세현 특수본부장을 비롯해 수사 지휘부 대부분이 내란 수괴 윤석열과 깊은 인연을 가진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심 총장은 지난 9월 윤석열로부터 임명된 후로, 성공적으로 김건희 수사를 막아냄으로써, 검건희특검법을 끝없이 재상정하게 만든 주역들 중 하나이고, 박 본부장은 한동훈의 고교-대학 직속 후배로서 부친들 사이에서부터 각별한 관계이며, 나머지 지휘부들도 윤석열과 근무 인연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처럼 검찰총장과 특수본 핵심 인력부터 의심 받는 상황에서, 검찰이 경찰이 수사하려는 대상만 골라 쏙쏙 먼저 가로채는 것은, 자체적인 수사 의지를 가진 것이 아니라, 수사가 진행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의심될 여지가 매우 크다. 설사 검찰이 일부 수사성과를 내보인다고 해도, 범죄사실 상당부분을 은폐하고 가벼운 사안들로만 사건을 축소할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의 경찰 사건 가로채기, 고질적 병폐
이같은 검찰의 경찰 수사 가로채기는 사실 이번 내란 수사에서 새로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닌, 검찰의 오랜 고질적 병폐였다. 크게 불거진 사례들만 해도 부지기수였다.
비교적 최근 사건으로는 2021년 유동규 휴대폰 압수 건이 있다. 경찰이 검찰에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수원지검이 청구를 미루고는, 서울중앙지검이 같은 내용의 영장을 청구해 받아내 먼저 가로챈 사건은, 이번 사안과 매우 유사한 사례였다.
같은 달 검찰은 곽상도 의원과 아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신청은 아예 반려해버리고는 사건을 가로챘다.
2018년 울산 고래고기 사건처럼, 경찰이 진행중인 사건을 검찰이 가로챈 후 사건을 뒤집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휘하던 수사를 울산지검이 나서 수사를 막고, 심지어 검사가 압수물인 불법 고래고기를 업자에게 돌려주기까지 했던 사건인데, 당시에도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함으로써 수사를 차단했다.
이같은 검찰의 행태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었다.
경찰이 영장을 받으려면 검찰을 거쳐야 하는 영장청구권 독점의 문제, 그리고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 동일 사안 수사에 검찰이 경찰과 경쟁에 나서는 문제다.
두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2020년 검경수사권조정과 2022년 ‘검수완박’ 입법으로, 적어도 제도상으로는 해소됐다.
그런데 2022년 윤석열 집권 이후 법무장관으로 올라선 한동훈이 괴이한 논리의 시행령을 도입, 개정된 상위법을 무력화함으로써, 검찰이 지금까지도 경찰의 수사를 가로채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공수처 협력해 검찰의 수사방해 넘어서야
현행법상 경찰이 주도하는 것이 마땅한 내란죄 수사를 검찰이 가로채고 있는 것은, 검찰의 괴이한 수사 범위 주장 때문이다.
2022년 검찰청법 개정에 따라 현재 검찰의 수사범위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은 직권남용죄가 검찰의 수사범위에 속한다면서, 이와 관련된 사건은 다 수사 가능하다는 ‘낚시질 논리’로, 내란죄도 자신들의 관할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검찰의 주장은 당연히 개정 검찰청법의 취지를 한참 벗어난 엉터리 같은 것이다. 당시 검찰청법 개정을 ‘검수완박’이라고 부르며 격렬히 반발했던 것이 바로 검찰이었다. 개정 내용에 따라 기존에 수사하던 수사범위가 대폭 축소된다고 스스로 주장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직권남용죄를 고리로 해서 수사범위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억지에 대응하고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악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국수본 특수단은 검찰 외에 영장청구권을 가진 수사기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공수처 역시 뒤늦게 내란죄 수사에 의지를 보이면서, 검찰과 경찰에 사건을 넘기라는 이첩요구권을 행사했는데, 국수본은 공수처의 요구를 거부했고, 검찰은 거꾸로 공수처더러 사건을 넘겨달라는 적반하장 행태까지 보였다.
한편 앞서 검찰도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에 합동수사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이렇게 세 수사기관의 협조요청과 이첩요구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기사꺼리가 넘쳐난 언론들만 신이 나는 상황이 됐는데, 검찰의 수사 의도를 믿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세 수사기관이 얽혀 서로 피의자와 압수물을 분점하면, 내란 사태라는 극도로 엄중한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채로 넘어갈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검찰 자신과 윤석열, 한동훈이 대표하는 국민의힘을 제외하면, 이 내란 수사에서 검찰을 배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명시적으로 내란죄 수사의 권한이 있는 것은 경찰 뿐이라는 것이 확실하므로, 추후 재판 단계에서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경찰 국수본이 수사를 주도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악용해 수사를 가로채고 방해하고 있는 이상, 아무리 법적 정당성을 독점하고 있고 또 최대 인력을 동원한 국수본이라고 하더라도 단독으로 밀고 나가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검찰 외에 유일하게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는 공수처와의 협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9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검찰은 손을 떼고 국수본이 수사를 주도하며, 공수처는 국수본의 수사에 조력하라고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심각성 인식한 법원도 직접 교통정리 나서야
이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법원의 역할도 크다. 9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내놓은 발언에서 “경찰이 (이 사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선언하고, 반면 검찰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천 처장은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라고까지 했다.
검찰이 나서는 것이 향후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법원도 이에 대해 명확한 공식적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검찰의 수사권에는 ‘많은 논란’이 있는 만큼, 법원이 검찰의 영장 청구 등에 응하지 않고 반려하고, 공수처를 통한 경찰의 영장청구에만 응해야 한다. 대법원의 지침으로 가능하다면 지침으로, 그게 어렵다면 법원장 회의나 판사 회의 등에서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사실상의 강제력으로 수사의 경로를 단일화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을 가진 것이 바로 법원이다.
검찰은 어떤 수단을 써서든 내란죄 수사를 내려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검찰은 과거 2020년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사이의 대립에서, 전 조직이 확실하게 윤석열 편에 섰던 전력이 있고, 이후 윤석열정권이 들어서자 극소수의 양심 검사들을 제외하면 철저히 충성을 바치는 행태로 일관해왔다.
물론 현재 추진 중인 상설특검, 그리고 일반 특검이 현실화되면 이런 문제는 모두 정리될 수 있겠지만, 특검이 착수되고 기존 수사기관들로부터 사건 자료들을 모두 넘겨받는 데까지는 물리적으로 상당 시일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내란의 주범, 공범, 방조범들 대부분이 내란 당시의 직위에 있거나 직위해제 후에도 조작이 가능한 상황인 만큼, 특검이 수사를 주도할 준비가 될 때까지의 사이에도 수사는 잠시의 쉼도 없이 태풍처럼 몰아쳐야 한다.
결국 돌파구는 경찰과 공수처의 협력, 그리고 법원의 강제적인 교통정리 뿐이다.
경찰과 공수처는 즉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법원은 과감한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박지훈 IT 전문가jeehoon.imp.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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