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北 자작극'인줄 알았는데…'평양 침투 무인기'도 계엄 포석?

道雨 2024. 12. 11. 13:18

'北 자작극'인줄 알았는데…'평양 침투 무인기'도 계엄 포석?

 

"김용현 지시 있었다" 제보 지속…북한 도발 유도해 '계엄 분위기' 조성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국방성 대변인은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담화를 싣고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한국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됐던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지난 10월 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사건이 북한의 자작극이 아닌 우리 군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인기 침투가 비상계엄을 유발하거나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계엄 분위기'를 조성할 목적이었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은 상당 기간 '계엄 작전'을 준비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10일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대식·유용원·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주·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평양에서 포착된 무인기를 띄운 주체가 우리 군인지에 대해 수차례 질의했으나, 답변자로 나선 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님) 입장을 유지했다.

 

이경민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사령관 직무대행)은 "무인기 관련은 방첩사 업무가 아니고 저는 전혀 모르겠다"라며 무인기 사건의 '방첩사 기획설'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누구한테서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받았냐"라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답했다. 김 사령관은 '북한은 한국에서 보냈다고 얘기했다, 우리가 보낸 게 맞느냐'라는 이어진 질문에도 "확인해 줄 수 없다"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했다.

우리 군 장성들이 '부정'을 하지 않은 건 무인기의 배후에 우리 군이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에서 제기한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 부양 원점 타격 지시 의혹에 우리 군이 즉각 '부인'한 것과 대조되기도 한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10월 11일 중대성명을 내고 "한국은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전단)을 살포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국정감사 중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그런 적 없다"라고 말했다가, 1시간 뒤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우리 군의 공식적인 입장은 "확인해 줄 수 없다"로 유지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남한 무인기'의 비행 기록.[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는 무인기가 우리군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공개된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과 동일한 기종이라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침투 경로까지 공개했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군사적 수단의 침범 행위가 또다시 발견·확정되면 즉시적인 보복 공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후 무인기 사건과 우리 군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북한의 자작극이라는 공식 평가는 내리지 않았으나 북한의 반발에 대해 "취약한 체제 내부를 결집하고 주민 통제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우리 군이 굳이 무인기까지 동원해 북한을 자극하고 정전협정 위반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그러나 이달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 병력이 국회의사당에 출동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군이 여야 정치인 등을 체포해 군 지하 벙커에 구금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군이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남북 국지전을 유도한 뒤 이를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야권은 평양 무인기 침투를 김 전 장관이 지시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8일 드론사 예하부대 내 컨테이너에서 원인 미상 화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우리 군은 "당시 컨테이너 안에 드론 기체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가 실제로 김 전 장관의 '계엄 구상'이었다면 윤 대통령-김 전 장관을 핵심으로 한 일부 인원들은 계엄을 상당 기간 준비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무인기 사건이 지난 10월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계엄 준비 기간이 최소 2달 이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비상계엄을 선포 직후 알게 됐다는 당시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대다수 군 고위 장성들의 증언과 대비된다.

우리 군은 앞으로도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지금의 NCND 입장을 견지할 전망이지만,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회 각 상임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어 결국 진실이 규명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야권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비상계엄을 준비하며 논의·계획한 다른 군 작전들도 드러날 수 있다.

 

북한은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8일 만인 이날 관련 첫 보도를 내놨다. 북한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이 국회를 봉쇄한 일을 소개했으나, 무인기 사건과 오물·쓰레기 풍선 부양 원점 타격 지시 의혹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남한의 국내 정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 입장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