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군부 용산 동거 3년…다음 집무실은?
대통령·군부 용산 동거 3년…다음 집무실은?
12·3 비상계엄의 씨앗은 대통령 윤석열이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때부터 뿌려졌다고 볼 수 있다.
최고 통치자와 군 수뇌부가 한 공간에 있으면 민간 정부와 군의 분리 원칙이 흐려지고, 군의 정치 개입 가능성이나 통치자의 군 활용 유혹이 커질 수 있다.
전쟁·테러 시 적의 타깃이 한곳에 집중돼 군사·안보 측면에서도 부적합하다.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대통령(총리) 집무실과 국방부가 일정 거리 떨어져 있는 데는 이 같은 이유들도 깔려 있다.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은 약 3㎞ 떨어져 있고, 영국 총리공관, 프랑스 엘리제궁, 독일 연방총리실도 국방부와 각각 약 1.5㎞, 5㎞, 3㎞ 거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6㎞다.
윤석열은 용산 이전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합동참모본부의 거리를 허물어버렸다. 두 건물은 붙어 있다. 윤석열은 지난해 9월 충암고 1년 선배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고, 석달 만에 군을 동원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직후 합참 지하의 결심지원실에 29분간 머물렀다. 옆방처럼 붙어 있으니, 전시도 아닌데 대통령이 군사작전 시설을 방문하면서도 물리적·정서적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의 적절성에 관한 논점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민간 통제 원칙이나 안보 문제 외에, 구조 측면에서도 현 대통령실 건물은 비좁고 품격이 떨어진다.
윤석열은 탈권위주의와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들며 용산 이전을 강행했으나, 계엄 선포로 민주화 이후 가장 독재적이고 폐쇄적인 지도자에 등극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반헌법·반민주의 현장이 됐다.
차기 대통령 집무실에 관해 여야에 물어보니, ‘누가 돼도 용산은 안 갈 것’이라는 답변이 많다. 특히 조기 대선을 확신하는 야당 대선 주자들 쪽에서는, 행정부처들이 모여 있고 여유 공간도 있는 세종으로 가자는 주장이 나온다.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은 ‘수도를 옮기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기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법령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민에 개방한 청와대를 재정비해 다시 들어가자는 의견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연쇄 이동으로 지난해까지 832억1600만원이 지출됐다고 추계했다.
안보, 행정 효율성, 경제적 비용은 물론이고, 국민 정서와 지방분권 문제까지 얽힌 커다란 화두가 다시 다가오고 있다.
황준범 논설위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