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와 한국 주류언론, 언론인들
'캡틴 아메리카'와 한국 주류언론, 언론인들
망국적 혐중 정서 조장, 주류언론은 어땠나
코로나 때 '우한폐렴' 등 혐중 표현 쏟아내
극우세력 망상병에 주류언론 책임 더 클수도
'캡틴 아메리카' 위장한 주류언론인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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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수괴 윤석열을 옹호하며, 법원에 쳐들어가 기물을 부수고, 급기야 주한중국대사관에까지 난입하려던 남성이 결국 구속됐다.
그의 별명은 이른바 ‘캡틴 코리아,’ 미국 마블사의 판타지 만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를 흉내내 붙인 이름이다.
40대인 이 남성은 만화 속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미국 성조기 문양의 방패까지 챙겨 들고 돌아다니며 난동을 부렸다.
그가 이 우스꽝스런 복장을 하고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와 유튜브에 등장해 쏟아낸 것은, 부정선거 음모론과 중국혐오 발언이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들이대고,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세력들이 환호하며 윤석열 변호인단이 무려 헌법재판소 변론 중에도 언급한, 바로 그 황당한 주장들이다.
‘캡틴 코리아’는 12.3 비상계엄 직후, ‘주한미군이 선거관리연수원에서 체포한 중국인 간첩 99명을 오키나와의 주일미군기자로 압송했다’는 정보를 ‘단독’으로 제공한 주인공이다.
그의 SNS에는 자신이 미국 CIA, 이스라엘 모사드에서 일했던 특수요원이라는 주장도 나와있다.
이 모든 것은 허언임이 드러났고, 12.3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과 혐중 정서에 불을 붙인 가짜뉴스의 발원지였다.
극우 매체와 내란 지지세력이 ‘캡틴 코리아’의 황당한 주장을 계속 유포하자, 선관위와 주한미군, 미 국방부가 이런 주장들이 '거짓'임을 공식 발표했다.
일개 망상증 환자의 주장에, 국가기관과 남의 나라 군, 국방부까지 나서 해명하고 나섰으니,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지금도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오는 극우세력들이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국힘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더 한심한 일이다.
망상증 환자 ‘캡틴 코리아’와 극우 매체가 만들어낸 황당무계한 가짜뉴스에, 윤석열 지지자들은 물론, 공당이자 집권여당인 국힘당까지도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정선거 음모론에 엮인 혐중 정서는, 차마 언론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극우 인터넷 신문과 망상증에 걸린 40대 유튜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멀쩡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에서 자주 보던 주류언론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를 조장하는 기사를 보도해왔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겠지만, 사례는 널려있다.
5년 전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일부 주류 언론들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감염병을 ‘우한 폐렴’이라 부르며, 노골적으로 중국 혐오를 조장했다.
당시 방역당국과 의학계, 언론계에서는 “발병지가 중국 우한이긴 하지만, ‘우한 폐렴’은 병명이 아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병명을 ‘신종 코로나’라고 공식 명명했다”며 “지역이름을 딴 전염병 이름은 편견과 혐오를 불러올 수 있으니,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일부 주류 언론들은 끝까지 ‘우한 폐렴’을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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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조장 보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2020년 1월부터 줄곧 코로나 관련 기사의 제목에 ‘우한폐렴’이란 이름을 올렸다.
신문과 방송을 통틀어 ‘우한폐렴’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주류 언론은 몇군데 없었다.
병명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박쥐 먹는 중국 여성 영상 확산”(한국일보), “중국발 전염병 왜 많은가”(조선일보, KBS), “약국에 줄선 중국인들, 마스크 싹쓸이”(채널A), “우한탈출 500만 중 6천명 한국행”(연합뉴스), “국내 첫 우한폐렴 중국인 치료비는? 한국정부가 생활비까지 부담”(뉴스1) 등,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제목과 내용의 기사가 쉴새 없이 쏟아졌다.
혐중 기사의 절정은 헤럴드경제의 같은 해 1월29일자 보도다.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 제목의 기사는, 중국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찾아가 쓴 르포다.
세상에! 길거리에서 음식 내놓고 팔고 담배 피운 손님들이 가래침 뱉는 장면이, 전국에 차이나타운에서만 벌어졌다는 말인가?
중국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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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전국을 휩쓴 3~4년 내내, 주류언론들은 반중·혐중 보도를 그치지 않았다.
2019~2020년에 벌어진 중국의 홍콩 민주화운동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 탄압, 대만과의 갈등 같은 사건은, 중국에 대한 반감을 유발하기 좋은 기사거리였다.
주류언론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동포에 ‘청부살인자’ ‘범죄자’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보도해왔다.
2022년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벌어진 심판의 편파 판정 논란도, 주류 언론들이 국민들의 반중 정서 근거로 이용하기 좋은 소재였다.
특히 혐오 제조 매체 조선일보는 ‘짱깨주의’라는 표현을 제목에 달아, 중국에 대한 무시와 혐오를 조장하는가 하면(“윤평중 칼럼/중국발 ‘짱깨주의’ 넘어서야”, 2022.6.17.),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 경제가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가설을 기사로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벗어나니 세계가 보이더라” 2023.5.31.)
윤석열 내란수괴가 헌재에서 파면되고 형사법정에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치미를 떼고 있을 뿐이지, 실은 ‘캡틴 코리아’와 같은 극우 유튜버와 극우 인터넷매체보다 앞서 주류 언론들이 끔찍한 혐중 보도를 더 자주, 더 많이 쏟아냈던 것이다.
주류언론들의 이런 보도가 쌓이고 쌓여, 윤석열 12.3 내란범죄를 지지하는 극우세력의 황당하고 위험천만한 혐중 정서를 키웠다고 한다면 과장인가?
주류 언론들이 12.3 비상계엄 직후 ‘캡틴 코리아’와 극우 매체 스카이데일리의 황당하고 위험한 가짜뉴스에 별로 놀라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대부분의 주류언론들은 스카이데일리의 가짜뉴스에 대해 팩트체크조차 제대로 하지 않다가, 선관위와 주한미군의 공식적인 해명이 나오자, 이를 ‘따옴표’로 인용해 보도하는 정도에 그쳤다.
‘캡틴 코리아’가 던진 가짜뉴스를, 내란 수괴의 쟁쟁한 변호인단이 헌재 재판정에서 그대로 읊고 있는데도, 큰 문제로 지적하지 않았다.
주류 언론들은 그동안 유튜버가 가짜뉴스의 온상이라고 몰아쳐왔다. 조선일보는 윤석열의 ‘가짜뉴스 척결’(실은 비판언론 탄압) 지시를 받들어, 정권 출범 초부터 유튜브발(發) 가짜뉴스를 비난하는 특집 기사를 몇차례나 보도했다.
그런 극우 유튜버가 국가 망신, 외교 망신을 초래하고, 나라를 통째 나락으로 떨어트릴 뻔 한 혐중 가짜뉴스를 냈다면,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크게 분노해 ‘캡틴 코리아’와 극우매체 죽이기에 나설 만도 한데, 오히려 차분했다.
주류 언론 특유의 점잖떨기와 이번에도 중립인 척 위선떨기 때문인가.
그보다는 주류 언론 자신이 혐중 보도에서 선배였기 때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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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란 사태로 공론장에서 주류 언론의 역할은 한편으로는 더 중요해졌지만, 또한편으로는 커다란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내란의 밤을 생중계함으로써, 시민과 야당의 힘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다는 찬사가 있었다.
그러나 일부 주류언론들은 내란범죄자들과 이를 지지하는 극우세력에게 끊임없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빌려줌으로써, 내란진압을 방해하고, 심지어 법원폭동과 같은 2차 내란을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있다.
요즘도 24시간 뉴스채널 YTN은 24시간 내란범죄자들의 주장을 전달하는 방송이다.
포털에 뜨는 다른 여러 주류 언론들의 기사에서도, 내란 지지세력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대한민국 공론장에 주류 언론 기자증을 소지한 '캡틴 아메리카'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조만간 헌재에서 윤석열에 대한 대통령직 파면 결정이 나고, 형사재판에서도 사형이나 무기징역형 판결이 나겠지만, 그것으로 내란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캡틴 코리아’처럼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세력과 이들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빌려주는 무책임한 언론이 활개를 친다면, 민주주의는 다시 위기에 빠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틀전 구속된 40대 남성 ‘캡틴 코리아’에 대해 연민의 감정이 솟구친다. 그는 그저 뇌가 많이 아플 뿐이다.
그러나 번듯한 양복 속에 ‘캡틴 아메리카’ 내복을 숨겨 입은 언론인들은, 공론장의 엘리트로 고개를 들고 당당히 살아갈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 옷과 방패로 무장하고 있을, 조선일보의 나이 들고 배 나온 언론인 누군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우스꽝스러우면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