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쓰나미에 건설업계 휘청…유동성 확보 비상
부도 쓰나미에 건설업계 휘청…유동성 확보 비상
신동아건설·삼부토건 이어 안강건설도 도산
시평 100위 내 부채비율 200%넘는 기업↑
롯데건설 본사 부지 매각 등으로 현금 확보
고통 따르더라도 건설업계 구조조정 시급
신동아건설과 삼부토건에 이어, 시공능력 평가 138위인 안강건설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 하는 등, 건설사에 부도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또한 시공평가능력 100위 안에 드는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 200%가 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업황이 극도로 저조하다보니, 롯데건설은 잠원동 사옥부지 매각까지 포함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건설사들이 자구책 마련에 혈안이다.
건설업은 업황의 특성상 경기의 부침에 많은 영향을 받아 온만큼, 정부가 지원책을 남발하기보단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
신동아건설, 삼부토건에 이어 안강건설까지 부도
28일 법조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안강건설은 지난 2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날 회생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안강건설의 재산 일체에 대한 강제 집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포괄적 금지명령을 공고했다.
안강건설은 지난 2015년 설립돼 경기 김포와 용인 등에 'The 럭스나인' 오피스텔을 시공하고, 지난 2022년에는 판교대장 디오르나인과 안산 성곡동 물류센터를 건설했다. 같은 해 안강건설 골프단을 창설하는 등 사업과 기업 활동을 확장하면서,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평가 순위도 154위에서 이듬해 138위로 뛰었다.
하지만 경기 안산시 성곡독 물류센터 공사의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 채무를 떠안으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3년말 기준 매출 2333억 원, 영업이익 4억 원, 부채비율 157%를 기록했다. 공사미수금이 517억 원으로, 전년 303억 원대비 70.6% 급증했다.
안강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2023년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지난해 12월에는 전북 시공능력 4위인 제일건설이, 이보다 앞서 11월에는 부산의 시공능력 7위 신태양건설이 부도를 맞았다.
또한 올해 초 시공능력 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 1월 16일 경남 2위 대저건설, 지난 24일 시공능력 평가 71위이자 건설면허 1호인 삼부토건이 각각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업계에 줄도산 쓰나미가 강타 중인 것이다.
공사비 폭등, 경기침체에 따른 미분양 물량 폭증 등이 줄도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부채비율 200%를 넘긴 중견 건설사들이 속출 중
건설사들의 재무상태도 급격히 악화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분기보고서)와 2023년말(감사보고서) 기준 시평순위 51~100위 건설사 중 11곳이 부채비율 200%를 보였다. 부채비율은 재무건전성 지표중 하나로, 200% 이상일 경우 재정관리에 이상이 생겼음을 뜻한다.
이 가운데 이번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과 시평 91위 한양산업개발, 86위 이수건설 등 3곳은 부채비율이 800%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대방산업개발(연결기준) 513% △동원건설산업 344% △대보건설 280% △서해종합건설(연결) 275% △극동건설(연결) 240% △일성건설(연결) 225% △남광토건(연결) 210% △디에스종합건설(연결) 209% △서한(연결) 205% 등 부채비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7만 173가구로, 전년 6만 5146가구 대비 5027가구(7.7%) 늘었다. 수도권은 1만6997가구로 한달 전보다 17.3%, 지방은 5만 3176가구로 5.0% 늘었다.
무엇보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이 2만 1480가구로, 2014년 1월 2만 566가구 이후 약 11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사 부지 매각한 롯데건설…건설사들 유동성 확보에 사활
업황이 곤두박질치고 재무상태도 악화일로를 걷다보니, 건설사들이 보유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1980년부터 사용해 온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 부지 매각에 대해 컨설팅 업체 등에 분석을 의뢰했다. 롯데건설은 약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본사 부지 매각에 더해, 수도권 창고 자산이나 임대 주택 리츠 지분 매각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롯데건설만이 아니다. 사업성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1818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한 금호건설은,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2242억 원 규모 대장-홍대 광역철도 사업을 포기하기로 지난해 10월 결정했다. 회사 매출액 대비 10.9%에 이르는 대형 사업임에도, 비용이 많이 투입되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조기에 포기하고, 채산성 있는 사업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업계 5위 건설사인 DL이앤씨와 DL케미칼 등을 보유한 DL그룹은, 서울 여의도, 강남과 제주도에 있는 글래드호텔 3곳을 매물로 내놓았다.
DL은 지난해 잠정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224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연말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수익성이 좋은 호텔 부문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싱가포르 투자청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매각 대금을 65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조원 가량 영업 손실을 내며 현대건설 '어닝쇼크'의 원인을 제공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된 해외 사업 수주에 더욱 신중을 기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며, 팀별로 사업 수주시 자체 스터디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건설사 살리기가 아닌 구조조정에 더 신경써야
건설업계가 불황의 터널을 힘겹게 통과하다보니, 늘 그랬듯 정부가 건설사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최상목 권한대행이 이끄는 정부가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지방 건설경기를 짓누르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악성 미분양’ 300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디딤돌대출 때 이자를 낮춰주는 우대금리 신설 계획도 포함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혈세로 건설사의 악성미분양 물량을 받아안은 최악의 결정을 했음에도, 건설업계는 더 파격적인 지원대책을 내놓으라며 아우성이다.
건설업계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것이 익숙하다.
건설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경기의 부침에 따라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오르내린다. 지금은 단지 불황의 계곡을 통과 중인 것에 불과하다. 불황의 계곡을 지나면 업황은 저절로 좋아지는 법이다.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하는 건 좀비 건설사 살리기가 아니라 건강한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이 건강하게 이뤄지면 살아남은 건설사들은 더 빨리 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