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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출’ 국가폭력 통제 입법이 필요한 이유

道雨 2025. 5. 1. 09:15

‘무기수출’ 국가폭력 통제 입법이 필요한 이유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의 헌법재판소 최후진술문 77쪽 중 3쪽에 걸쳐 기재된 내용이다.

 

“거대 야당은 방산물자를 수출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참관단(군대)을 보내려 하자 거대 야당이 국방 장관 탄핵까지 겁박하며 결사적으로 막았습니다.”

 

윤석열 쪽의 ‘거대 야당 패악질’ 궤변에서 사례 중 하나로 선택된 이 내용을 마주했을 때, 계엄·내란 직전에도 얼마나 ‘난리’였는지가 떠올랐다.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복원한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병력을 파병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10월 이후 윤석열 정권은 ‘개별 차원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가능하다’,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해나갈 수 있다’며 으르렁거렸다.

간접적인 형태겠지만,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그즈음 대한민국 무기류 수출입 관련 통계가 갑작스레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은 지난해 8월까지 모두 유엔 무역 통계 시스템을 통해 무기류 통계를 공개했다. 그런데 오직 대한민국만 지난해 9월부터 이 세계적인 표준에서 이탈한 거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하느냐’라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제가 아는 한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태연히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국회 동의 없는 파병 안 된다!’, ‘전쟁 중이거나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에 무기 수출 안 된다!’가 당시의 구호였다. 구호가 기댈 수 있는 헌법과 법령의 원칙적 내용은 존재했지만, 대통령이 폭주하겠다 마음먹으니 무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급하게 관련 법률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면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겠다 경고했던 이유다. 당시의 문제의식을 이어가야 한다.

 

 

확연하게 커버린 대한민국의 ‘힘’(폭력)은 영토 외부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지만, 우리의 인식은 ‘수출해서 돈 벌자’는 경제 논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파병이나 무기 수출(지원)이 야기하는 정치·외교적 효과, 인도적·인권적 문제는 엄청나다. 제국주의가 재림하고 있는 변화된 국제질서 속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국가폭력에 대한 통제 문제가 ‘영토 내부’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윤석열의 폭주를 경험한 이후에는 영토 외부로 나가는 국가폭력 역시 중요한 통제 대상이어야 한다.

 

 

먼저 파병.

집권 정당을 가리지 않고 파병에 대한 대한민국의 제도적 방향성은 통제 완화, 즉 국회 동의권을 느슨하게 하는 것이었다.

2009년 제정된 ‘유엔평화유지활동법’을 통해 병력 규모 1천명 이하, 파견 기간 1년 이내의 경우 국회 동의는 ‘사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10년 제정된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에는 “개인 단위 해외파병은 국회의 동의 없이 국방부 장관이 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특히 후자에 대해 국회와 시민사회의 위헌성 지적은 계속되었지만, 위헌적 관행만이 축적되었다. 결국 이 훈령은 윤석열이 국회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겠다는 제1의 근거가 되었다.

위헌적인 훈령 규정은 즉각 폐지하고, 법률 수준에서 국회 동의권 예외의 범위와 기준을 최소한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무기 수출(지원).

견제와 통제의 시작이자 끝은 ‘정보’이다. 법률 수준에서 무기 수출입과 대여·양도 등의 정보공개가 보장되어야 한다.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정부의 무기류 통계 비공개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도 평화운동가들이 싸우며 소송을 제기한 덕분이다. 행정청은 위 판결을 수용했고, 현재 무기류 통계는 이전 수준에서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 후퇴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했다.

무기 수출(지원)의 허가 기준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일정 범위에서는 국회 동의권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한마디에 대한민국 무기가 전쟁과 학살의 현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방위산업 4대 강국”을 공약했다. 한 언론은 ‘윤석열이 못 이룬 꿈’이라 평했다. ‘K팝에 이은 K방산’이라는 낯 뜨거운 수사도 계속이다.

폐허를 딛고 반드시 있어야 할 정보공개나 통제 방안에 대한 원칙은 보이지 않는다.

폐허를 고통스럽게 응시해야만 한다.

 

 

 

임재성 | 변호사·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