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입을 봉하려는 한국의 괴벨스들
유시민의 입을 봉하려는 한국의 괴벨스들
[이봉수 현장 칼럼] '엘리트 카르텔'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②
주요 정치인 관료 판검사 등 우리나라 엘리트 카르텔은 내란을 주동하고 선동하고도 반성은커녕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란 상황이 장기간 진압되지 않고 지속되는 과정에서 국가 위기의 주범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 지배 엘리트, 특히 서울대 출신 고위 공직자들의 '언행'을 살펴본 데 이어, 엘리트 카르텔의 파렴치한 '만행'이 어떻게 '관행'으로 굳어져 민주주의 복원을 방해하는지 분석하고, 그 '관성'에 제동을 거는 방안들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언론 자유' 이름 아래 자행되는 '마녀사냥'
'자유민의 성' 또는 '자유 도시'를 뜻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서 유독 많은 마녀사냥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한국 기성언론 절대다수는 21세기에도 '언론 자유'라는 이름 아래 끝없이 마녀사냥을 자행하고 있다. 마녀사냥꾼들은 노무현, 노회찬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김대중, 윤미향, 조국, 이재명에게 끊임없이 독화살을 퍼부어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영국 <가디언>은 2020년초 '최진실에서 차인하에 이르기까지 30명의 연예인 등이 악성 기사와 댓글로 자살했다'며 '비난 게임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The blame game never changes)이라고 보도했다.'
송요훈·이도경·전지윤이 지은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추천사를 써줬더니 토요일 오후 책이 도착했다. 위 글은 내가 쓴 추천사의 한 대목이다. 초고를 줄 그어가며 하룻밤에 독파한 건 처음인데, 그만큼 분노가 치밀면서도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윤미향 사례를 중심으로 마녀사냥들이 동력을 얻는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통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인 언론과 검찰의 '마녀사냥 카르텔'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지 방법을 제시한다.

'마녀사냥' 세력이 선거와 민주주의 망친다
마녀사냥의 독화살이 이제 논객 유시민을 향하고 있다. 물론 유시민도 비판받을 수 있다. 근거 있는 비판은 황폐한 우리나라 공론장의 회복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그가 대선후보 부인에게 "제정신이 아니다" 등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한 데 관해서는 스스로도 반성했다.
그러나 상당수 언론과 유튜버의 보도 태도, 그리고 김문수 대선후보 진영의 유세 장면을 보면 말꼬투리를 잡아 선전선동의 최대 호재로 삼은 나치 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가 쓴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에 등장하는 미화, 전이(transfer), 단순화, 과장, 선택적 정보 제시, 딱지 붙이기, 감정이입 등 거의 모든 수법이 동원된다.
대다수 종편, 유튜브, 지상파방송이 현장중계 또는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반복 송출한 김문수의 지난 30일 춘천 유세 장면을 보자. KNN(부산경남방송)이 <김문수, 아내 이야기하다 '울컥'…"무능한 남편 맞아 많이 고생">이란 제목으로 내보낸 뉴스를 보면, 김문수는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연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유시민 가족과 잘 아는 사이인데 정치가 아주 비정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아내를 가지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과연 맞느냐? 저는 대학을 안 나온 사람이 대학 나온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 안 나온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든지 대학 안 나오면 영부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상고 나왔습니다. 권양숙 여사는 여상 졸업도 안 했는데 잘 했잖아요. 학력을 가지고 제 아내를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상당히 가슴 아프고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어떻게 정치냐?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정입니다."

기성 언론이 눈감아 준 '김문수의 실체'
위 발언은 마치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장인의 좌익경력을 문제 삼는 이인제 후보를 역공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먹힌다고 판단한 듯, 1일 경기도 구리 유세에서는 "제 아내가 고졸이라 영부인 자격이 없다면 제 아내를 갈아치워야 합니까"라며 청중의 환호를 유도했다.
유시민보다 먼저 비정하게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을 공격한 이는 김문수의 부인 설난영이었다. 유시민은 "대학 안 나온 사람이 대학 나온 사람보다 못하다거나 영부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 괴벨스가 구사한 '전이' '딱지 붙이기' '감정이입'에 해당한다.
주류 언론은 이런 말의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한 데가 거의 없었다. 대다수 언론이 '침묵의 카르텔'이란 심연에 빠져 있을 때 헤엄쳐 나온 매체는 <뉴스하다>였다. 이 매체가 김문수-설난영 부부와 노동운동을 함께한 이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행동과 말이 얼마나 사실과 다른지 밝혀낸 것이다.
<뉴스하다>는 '뉴스타파'가 독립언론 100개를 양성하려고 설립한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 출신 2명이 만든 독립매체로, 이 스쿨 학생들은 내가 운영하는 제주 한미리스쿨에 입소해 9시간 연속으로 강연을 듣고 워크숍에 참여한 적도 있다.
설난영이 "학출과 결혼하는 걸 말리겠다"고 한 이유
<뉴스하다> 인터뷰에서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은 박영진 열사 1주기인가 서울로 돌아오는 관광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설난영 씨가 털어놓은 하소연을 회상했다.
"자기는 앞으로 현장노동자들이 학출(대학출신)하고 결혼하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 왜 이유가 뭐냐 그러니까 김문수라는 그 사람이 자기를 아주 인격적으로 너무너무 모욕한다는 거지. 니가 인물이 잘났냐, 학벌이 있냐, 키가 크냐, 니 집안이 좋으냐~"

"머리에 든 게 없어 변절한다"면서 자기가 변절
김문수는 부인을 존중하지 않고 막 대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도 무시했다. <뉴스하다> 인터뷰에서 이석행 전 민주노총위원장은 김문수의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현장 출신 노동자들은 공부를 안 하고 이 (머리에) 든 게 없기 때문에 잘 이렇게 자주 변절한다. 저한테 뭐라고 그러냐면 공부해라 공부해라. 그럼 이제 무슨 공부를 해야 됩니까? 그랬더니 자본론도 읽고 뭐 뭐."
그러나 정착 변절한 이는 현장노동자들이 아니라 '머리에 든 게 많다'고 자부하던 본인이 아닌가? 이 보도에 앞서 23일 <뉴스하다>는 '내가 민주노총·전교조 만들었다'는 김문수 후보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보도 나흘 뒤 김문수와 노동운동을 함께했던 노동운동가들이 <뉴스하다>와 인터뷰했고 곧 이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김문수의 실체가 꽤 폭로됐다.
독립매체 <뉴스하다> <미디어몽구> 활약
그러나 후보 꽁무니를 쫓는 데 주력하던 기성언론은 그날 보도한 곳이 거의 없었고, 1인미디어 <미디어몽구>가 영상을 내보낸 게 고작이었다. 이창호 <뉴스하다> 발행인에게 취재해보니 "보다 못한 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다음 날 보도자료를 냈지만 그때도 일부 매체가 보도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뉴스 취재와 취사선택에서 기성언론이 상당히 편향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극우보수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지배 카르텔을 연장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정계와 언론계의 '노동 홀대', 아니 '노동 탄압'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유럽과 달리 미국에는 아예 노동당이 없고, 우리나라에도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은 거의 힘을 못 쓰고 있다. 이는 미국과 한국에 노동 관련 보도를 제대로 하는 매체의 힘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노조 이름을 노조(Union)가 아니라 동업조합(Guild)으로 쓴다. 기자는 일반 노동자와 다르다는 '구별짓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언론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대신 헌법에는 나오지도 않는 경영권 보호에 힘쓴다. 노조의 단체행위는 툭하면 '교통불편' '생산차질' 프레임으로 비판받는다. 그런 수구정당과 수구언론이 유시민의 발언을 '노동 비하' 프레임으로 비난하는 것은 블랙 코미디다.

대선 후보 김문수의 실상과 변절의 역사가 덮인 데는 한덕수를 견제하려던 민주당과 일부 진보 참칭 논객들의 판단 잘못도 빌미가 됐다. 김문수가 한덕수에게 양보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사항은 그가 고문도 잘 견딘 강골이어서 한덕수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과 '응원'으로 이어졌고, 김문수가 결단력·청렴·결백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번 형성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과 변절의 동기인 일관된 권력의지를 간과한 탓이다.
선거전에 손을 놓다시피 하던 국민의힘은 유시민 발언을 최대한 침소봉대해 막판 호재로 악용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좌파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비뚤어진 계급주의적 사고관과 봉건적 여성관을 여과 없이 드러낸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살아온 이력과 발언 전체를 살펴보고 비판하라
김정재 의원은 "이른바 강남좌파, 입진보들이 그동안 꽁꽁 숨겨온 그들만의 특권의식이 유시민의 세치 혀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배우지 못한' 현장 노동자들의 절규가 커질수록 본인들 '운동권 대학생'의 우월감은 높아져갔고 마치 아량을 베풀 듯 노동운동을 빙자한 특권을 쌓아온 것에 다름없다"고 맹폭했다. 김정재는 "이재명이 쏠 총알 한 발도 아깝다"며 파시스트나 할 만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이게 바로 나치가 대량학살에 가스실을 이용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선거 직전인 2일 전국 곳곳에는 ‘여고 나오신 우리 어머니를 모욕하지 마세요, 분노하면 투표장으로’ 또는 ‘여성 노동자 학력 비하 투표로 심판해주세요’ 같은 구호가 적힌 현수막들이 대거 등장했다. 출처도 밝히지 않은 이 현수막은 민주당원도 아닌 사람의 말꼬투리를 잡아 흑색선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시민의 살아온 이력과 수많은 발언들, 그리고 유시춘 EBS이사장과 유시주 시민사회운동가 등 형제들이 민주화에 얼마나 크게 기여하고 희생했는지를 안다면, 도저히 갖다 붙일 수 없는 '딱지'를 붙였다.
그의 저서, 그의 방송에서 '계급주의적 사고관'과 '봉건적 여성관'이 드러난 것이 있으면 알려 달라.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과 논객들은 상대방을 비난하기 전에 사실 확인부터 하라.
그의 책을 거의 다 읽고 그의 방송을 즐겨본 내가 문해력이 형편없는 건가?
합리적 비판이 아닌 과도한 비난은 흑색선전이다. 그런 짓을 일삼는 정치인과 논객은 퇴출돼야 마땅하다.
이봉수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원장hibongso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