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내란범 집단 탈옥 사태
‘합법적’ 내란범 집단 탈옥 사태
검찰의 수사 의지는 구속영장과 압수수색 영장 횟수에 비례하고, 법원의 재판 의지는 재판 횟수와 속도에 비례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등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재판 때만 해도 검찰과 법원의 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만료 기한인 6개월 동안 첫 재판이 끝나지 않자,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첫 구속영장에는 없었지만, 기소 단계에서 추가된 롯데와 에스케이(SK)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검찰의 수사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난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들이다. 이 대통령 본인에게 두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압수수색 횟수는 수백차례에 이른다. 검찰이 ‘대북 송금’으로 이 대통령과 엮으려 했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모두 세차례 구속됐다. ‘대장동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1년 만에 풀려났지만, 협조를 거부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세번이나 구속됐다.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법원의 보석 결정에 반발하며 버티고 있다. 26일이면 구속기한 만료로 아무 조건 없이 나갈 수 있는데, 왜 거추장스러운 조건을 달아 보석을 강요하느냐는 주장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한 나머지 주요 내란 공범들도 7월 초면 자유의 몸이 된다.
검찰은 추가 구속영장 청구도, 기소도 하지 않았고, 법원은 재판 일정을 느긋하게 잡으며 세월을 낚고 있다.
구속기간 만료 제도는 헌법이 선언하고 형사소송법이 명시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뒷받침하는 안전장치로서, 인권 보호라는 대의에 복무한다. 하지만 평소엔 잘 지켜지지 않던 소중한 원칙이, 하필이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국사범들에게 특혜처럼 적용되는 부조리극이 펼쳐지고 있다.
탄핵과 대통령 선거로 에너지를 다 쏟고 나서, 정신 차려 보니 손도 쓸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몰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법 집행자들이 거의 고의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 상식적인 국민을 괴롭게 한다.
윤석열의 합법적 ‘탈옥’이 ‘제2의 내란’이었다면, 내란 공범들의 석방은 합법을 가장한 ‘제3의 내란’이다.
검찰과 법원은 국헌 문란의 공범이다.
검찰청 해체와 사법 개혁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화국 체제 존속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임을 절감하게 된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