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법정 공방 중인데 교과서에 박는다고?” |
[인터뷰] 이종인·신상철 등 “폭발 없는데 폭침 단정… 일방적 주장, 학생들에게 주입하겠단 선언” |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고시 확정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건을 ‘폭침’으로 규정하고 이를 반드시 역사교과서에 실어야 한다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장에 대해,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던 인사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황교안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건을 들어 “일부에선 북한의 이런 만행을 미국의 소행으로 왜곡하거나, 암초에 부딪혀 좌초된 우발적 사고인 양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왜곡된 주장을 인정이라도 하듯 다수 아이들이 배우는 어떤 교과서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사실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관계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역사교과서에, 북한의 군사도발과 그에 따른 우리 국민들의 희생은 최소 한도로만 서술함으로써, 북한의 침략야욕을 은폐‧희석시키고 있다”고 결론을 냈다.
이를 두고 황 총리가 거론한 좌초론을 가장 먼저 제기한 구조인양전문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 사건이 조작 발표됐다고 믿고 있는데다, 법정에서도 시비를 가리고 있는 사건에 대해,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라며, “법을 한다는 사람이 지난 정권은커녕 현 정권에서까지도 결론내지 못한 사건을, 교과서에 허위라 싣고, 그것이 폭침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북한어뢰이건, 수중폭발이건, 버블제트건 뭐가 됐던 건에, 길이 88m 폭 10m 높이 6m 의 철구조물을, 톱도 아니고 폭발로 잘랐다는데, 폭발로 다친 사람도 없다”며, “폭발의 현상이 전혀 남지 않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황 총리와 정부 인사들을 들어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과학상식이 전혀없던지, 아니면 있었어도 정치적으로 힘 있는 편에서 목숨이나 부지하자고 애를 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 ||
이 대표는 “과학의 기초에도 거리가 먼 합조단 주장을 역사교과서에까지 실으면서 왜곡하겠다면, 과학교과서는 아예 가르치지도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좌초설 뿐 아니라 각종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5년 넘게 법정에서 소송중인 신상철 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서프라이즈 대표)는,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참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천안함 침몰 사건은 아직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혹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미완의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신 대표는 “또한 한 국가가 정부의 모든 조직과 기관을 이용하여 철저히 정보를 통제한 가운데, 획일적으로 결론을 만들어 낸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려면 앞으로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 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며, “적법한 정부 합동조사위원에 소송이 제기돼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려면 최소 수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베트남 전쟁의 원인이 된 ‘통킹만 사건’을 들었다.
그는 “통킹만 사건의 진실은 오랫 동안 미국측이 베트남전 개입을 위해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던 중, 수십년 만에 베트남전 당시 미국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의 고백과 이후 미국의 비밀해제 정책에 의해 미국 정부 스스로 조작한 사건임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 ||
역사교과서에까지 천안함 사건을 정부발표 대로 실으려 하려는 시도에 대해, 신상철 대표는 “아직 그 원인이 최종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교과서에까지 정부 주장을 싣겠다는 것은, 정치세력인 정부의 일방적 주장을 학생들에게 강제로 주입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전제국가 혹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대로 “천안함 논쟁이 박사급 과학자들의 연구논문에서 중고생 역사교과서 수준으로 내려가게 하려는 것”이라며, “오히려 고무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학생들 수준에서 눈과 판단으로도 천안함 사건이 얼마나 왜곡 조작됐는지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집권세력이 바라는 목적과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국정 역사교과서 수록 대상에까지 천안함 폭침을 넣으려는 이유에 대해 “그들이 지목한 사고원인의 당사자인 북한이 여전히 부인하고 있으며, 천안함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는 현상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 조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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