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안보 불안을 경제 위기로 키우는 박근혜 정부

道雨 2016. 2. 19. 10:43

 

 

 

안보 불안을 경제 위기로 키우는 박근혜 정부

 

 

 

남북 긴장으로 한국 경제 전반에 ‘코리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마당에, 출구 없는 강경 대응을 고집하는 우리 정부의 행보가 안보 위기의 불씨를 경제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아직은 충격이 제한적이다. 굳이 한반도 정세 불안이 아니더라도 세계 경제의 위기 요인이 널려 있을뿐더러, 우리 경제의 체력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잠재적인 불안 요인은 분명히 도사리고 있다. 개성공단이라는 안전판을 제거해버린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서 대화와 협상을 완전히 배제하며 장기전에 나설 뜻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무역거래와 금융시장으로 전세계가 한데 얽혀 있는 요즘 세상에 ‘외부’의 눈에는 극히 불안한 정세로 비치기에 십상이다.

 

당장 우리 수출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마찰이 우려된다. 정부가 이참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계획을 공론화하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6일 “한국의 본토는 미·중 간 군사적 배치 경쟁이 펼쳐지는 매우 민감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 경기 둔화로 1월 우리나라의 대외 수출은 지난해보다 18.5%나 줄었다. 중국이 대중 수출 제동 등 은밀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부진한 수출이 설상가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금융시장 상황도 걱정스럽다. 뭉칫돈의 더듬이 역할을 하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개성공단 폐쇄가 한국 국가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건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일주일 사이에 원-달러 환율이 20원 남짓 급등한 것만 봐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짐작할 수 있다.

 

안보 위기가 경제 위기로 번지는 막다른 골목에까지 내몰린 데는, 우리 경제에 끼칠 종합적인 판단조차 없이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린 정부의 졸속도 한몫했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내려진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물론 실무조정회의에서도 경제 부처는 완전 배제됐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국민의 실생활에 줄 영향을 종합적이고 균형있게 판단할 기능을 애초부터 배제한 것이다.

 

현대 사회의 안보 위기란 단순히 정치군사적 요인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이 한데 얽힌 복합 위기의 성격을 띤다.

우리 경제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건, 무역거래와 금융시장 등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와 맺는 연결고리가 그만큼 넓고 깊어졌다는 뜻이다.

리스크 역시 더 커지기 마련이다. 한시도 방심하지 않고 바짝 긴장해야 할 만큼 대내외 경제환경이 극도로 불안한 이때, 앞뒤 제대로 가리지도 못하는 외통수 행보로 더 큰 위기를 자초하는 우리 정부의 무능한 행태를 지켜보노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 2016. 2. 19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