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을 무너뜨리려 한 윤석열
“부당한 지시를 왜 따랐나” 책임 전가
군에 불신 트라우마 준 비겁한 통수권자
비상계엄이 내려진 지난해 12월3일 밤, 국내 로펌 자문역으로 있는 전직 장성은 후배인 현역 지휘관들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만약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출동하는 게 맞나요? 출동을 거부하면 나중에 명령 불복종으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될까요?’
일선 지휘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명령에 의심을 품고 법률 자문을 구했다.
이 인사는 ‘거부하는 게 맞다’거나 ‘그래도 따라야 한다’, ‘최대한 수동적으로 명령을 수행하라’ 등의 변호사들 의견을 받아서 그대로 후배 지휘관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날 밤 초급 지휘관과 부사관들의 카톡·문자도 불이 났다. 동기나 친한 동료들까지 카톡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상의했다.
유사시 목숨 걸고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대한민국 국군은, 그날 밤 극심한 혼돈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군 통수권자의 잘못된 명령이 군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의심과 불신의 트라우마를 남긴 것이다.
최고사령관의 권위와 신뢰를 시궁창에 처박은 한심한 언행은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목격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 재판에서, 국회 본회의장의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특전사령관과 수방사령관 등에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심지어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하면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게 기본 아닌가’라며, 대통령과 통화했던 군 지휘관들을 비판했다. 국회의원들이 부처 공무원을 앞에 두고 “그러게, 그런 결정을 왜 했어요?”라고 타박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지금까지 여러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탄핵도 됐지만, 이렇게 자신의 명령을 수행한 군 지휘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며 책임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사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윤 대통령은 재임 시절 대북 선제타격을 시사하고 우크라이나 파병도 할 듯이 말하면서, 누구보다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 그가 결정적 순간에 모든 책임을 부하 군 지휘관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은 가증스럽다.
이런 최고사령관 밑에서 군은 엉망이 되고 나라는 무너진다고, 2500년 전 손자병법을 쓴 손무는 경고했다. 중국 춘추시대에 손무는 오왕 합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군주가 군을 망치는 세 가지 경우가 있으니, 첫째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전진을 명하는 것이고, 둘째 군의 형편을 모르면서 직접 다스리려 하는 것이며, 셋째 군의 경중을 모르면서 임명에 간섭하려 드는 것입니다. 이러면 군심이 어지러워져 적군의 승리를 초래할 것입니다.”

윤석열은 군을 어지럽히는 세 가지 죄를 모두 저질렀다.
군이 국회에 들어가선 안 되는 상황인데도 특전사와 수방사 장병들에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명령했다. 군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일선 사령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작전 지시를 내렸다. 군내 평판과 능력을 무시하고 오직 친분에 따라 자신의 고교 선후배를 국방부 장관과 방첩사령관 등 요직에 임명한 게 세 번째 경우다.
손무가 오왕 합려에게 말하려 했던 건, 최고사령관과 장병들 사이의 믿음이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는 군의 전통은 오직 상하 간 믿음이 존재할 때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비상시에 일선 지휘관들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의심한다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고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윤 대통령은 12월3일 밤 국회와 국민에게 총구를 돌리라고 명령함으로써 이 믿음을 깨뜨렸다.
또한 탄핵 재판에서 자신이 내린 명령을 부인하고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군 지휘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만에 하나 북한 또는 일본·중국과 뜻하지 않은 충돌이 생겨 상대 지역을 타격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누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믿고 이 명령을 주저 없이 수행하려 들겠는가.
육사 출신인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그동안 윤 대통령에게 충성했음에도 정치인 체포 지시에 불응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1980년대에 707특임단 중대장을 지냈는데, 부하 중에 광주에 갔다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얼마나 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가를 지켜봤기에, 이번 사건에 훨씬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군이 1980년 광주의 상흔을 넘어서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윤 대통령은 그때의 아픈 기억을 다시 일깨웠을 뿐 아니라, 의심과 불신의 트라우마를 한국군에 안겼다.
그런데 이런 비겁한 군 통수권자를 지키겠다고 여당 국회의원들은 나선다.
입만 열면 국가안보를 외치면서, 정작 행동은 군을 무너뜨리는 쪽으로 하고 있으니, 진정한 ‘반국가세력’은 바로 국민의힘 같은 윤석열 수호 세력이 아닌가.
박찬수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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