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설, 설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道雨 2007. 6. 28. 13:55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두 천사가 여행을 하다가 어느 부자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 집 사람들은 거만하여 저택에 있는 객실 대신 차가운 지하실의 비좁은 공간을 내주었다.

  딱딱한 마룻바닥에 누워 잠자리에 들 무렵, 늙은 천사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하고는 그 구멍을 메워 주었다.

  젊은 천사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그 다음날 밤 두 천사는 아주 가난한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농부인 그 집의 남편과 아내는 그들을 아주 따뜻이 맞아주었다. 있는 거라곤 얼마 되지도 않는 음식을 나누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침대를 내주어 편히 잠잘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았다. 그런데 농부 내외가 눈물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우유를 짜서 생계를 유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소득원인 하나밖에 없는 암소가 들판에 죽어 있는 것이었다.

  젊은 천사는 화가 나서 늙은 천사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둘 수 있느냐고, 부잣집 사람들은 모든 걸 가졌는데도 도와 주었으면서, 궁핍한 살림에도 자신들이 가진 바 모든 것을 나누려 했던 이들의 귀중한 암소를 어떻게 죽게 놔둘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늙은 천사가 대답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우리가 그 저택 지하실에서 잘 때 난 벽 속에 금덩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지. 그 집 주인은 탐욕으로 가득 차 있어서 자신의 부를 나누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벽에 난 구멍을 봉해서 그가 금을 찾지 못하게 한 것일세.

  어젯밤 우리가 농부의 침대에서 잘 때는, 죽음의 천사가 그의 아내를 데려 가려고 왔었네. 그래서 대신 암소를 데려 가라고 했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