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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침해의 위험이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제외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미국 정부의 자문기구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제외하기 위한 미국과의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한나라당도 국회 비준안 강행처리에만 매달리지 말고 미국과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한 절충점을 찾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어제 번역문으로 공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주정부 및 지방정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는 미 의회의 공식 문서다. 미 무역대표부(USTR) 자문기구가 협정 이행법안에 덧붙여 제출한 보고서다. 미 의회에서 협정 이행법안을 통과시킬 때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내용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협정문의 투자 관련 조항에 대한 설명이다.
보고서는 협정의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미국 정부의 정책 자율성이나 사법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실제로 협정문 서문과 미국의 이행법안에는,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미국 내 한국 투자자가 미국 투자자보다 유리한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반면에 미국 투자자에게는 협정을 통해 중요한 보호책을 확보했다는 게 보고서의 평가다. 투자자 보호제도가 한-미 간에 불균형하게 적용됨을 미 정부 자문기구가 인정한 셈이다.
보고서는 특히 일부 자문위원들이 “한국이 발전된 사법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 관련 분쟁은 미국-오스트레일리아 자유무역협정처럼 (한국의) 법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주는 쪽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자가 협정에 따른 권리를 보호받으려면 국제중재재판보다 한국의 사법체계를 통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협정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 관련 조항을 제외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부정적 의견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마당에 정부·여당은 관련 조항을 제외하기 위한 미국과의 재재협상은 현실성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협상 타결 뒤에도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두차례나 받아줬다. 그런데 국가 주권이 걸린 위험한 조항에 대해서는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묻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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