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당 의원까지 종편 영업맨으로 나서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의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에 종합편성채널 <티브이(TV)조선>의 한 드라마에 협찬을 하도록 사실상 압력을 넣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종편 살리기’에 공공연히 나선 사례는 있었으나, 여당 의원까지 연루된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편 출범을 계기로 권언유착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한전과 자회사 관계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권성동 의원은 지난해 종편 출범을 앞두고 한전 등의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티브이조선의 창사특집극으로 방영될 <한반도>에 협찬 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적자누적으로 예산절감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한전 1억원, 6개 발전자회사들은 4000만원씩 분담해 모두 3억4000만원의 협찬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권 의원 쪽은 협찬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또 ‘한반도 드라마가 에너지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그럴듯한 협찬 명분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전과 자회사들의 협찬은 누가 보더라도 자발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국회 상임위의 여당 의원이 피감기관의 임원들을 모아놓고 특정 상업방송의 협찬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부당한 압력이다.
이런 정황은 발전사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후환이 두려워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전한 데서 확인된다.
“상임위의 여당 의원이 칼을 휘두르고, 조선일보가 긁어버려 회사가 만신창이가 되는 상황이 두려웠다”고 말한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합작 보복이 두려웠다는 얘기다.
한반도의 시청률은 겨우 1% 남짓이다. 상식적인 판단이라면 대외 인지도 개선 효과가 거의 없는 드라마에 어느 공기업이 거액을 협찬할 수 있겠나?
외압에 따른 협찬이라지만 한전과 발전자회사 임원들의 무책임한 태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전은 2008년 이후 4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회사까지 포함한 연결손익의 누적적자가 4조원을 넘어섰다. 원료비 부담이 커졌으나 정부의 물가억제 정책에 따라 요금을 현실화시키지 못한 탓이다.
한전의 적자는 언젠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한전 경영진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없애는 등 영업수지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할 책임이 있다.
종편 협찬 외압에 협조한 임원들은 결국 배임을 한 셈이다.
소관부처인 지식경제부나 감사원이 자세한 내막을 조사해 연루된 임원들은 징계해야 한다.
[ 2012. 2. 18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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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협찬 강요 의원은 권성동"
'3조 적자' 한전도 별도로 1억 협찬, "국민돈으로 종편 제작"
<내일신문>은 17일 앞서 <전기신문>이 보도해 파문이 일은 협찬 강요 의원은 권성동 의원이라고 보도했다. 권성동 의원은 강원 강릉이 지역구로, 한전과 발전회사들을 국정감사하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이다.
권 의원은 이와 관련, <내일신문>에 "드라마가 에너지를 소재로 하고 있어, 발전회사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한번 검토해보라는 수준으로 이야기한 것이지 "액수를 정해주거나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이날 밤 인터넷판을 통해 협찬 강요 의원이 권 의원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권 의원이 한전과 발전사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반도가 에너지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인만큼 홍보에도 도움이 될테니, 지원을 한 번 검토해봐라’는 얘기를 했다”며 “우리들로선 이를 무시할 수 없어서 협찬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권 의원의 지원 발언 이후 실제 <한반도> 제작사인 래이래몽은 지난해 7월 한전과 6개 발전사에 협찬을 요청해왔다.
권 의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제작 발표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협찬 금액도 당초 알려진 2억4천만원보다 1억원 많은 3억4천만원으로 확인됐다. 6개 발전사들이 각각 4천만원씩을 부담한 것과 별도로 모기업인 한전 역시 1억원을 분담하기로 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한반도> 총제작비가 100억원으로 알려지고 있으니, 전체 제작비의 3.4%를 공기업인 한전과 한전 자회사들이 떠맡은 셈이다.
한전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에 전기값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 2조9천937억원, 당기순손실로는 3조5천141억원의 천문학적 적가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전년도보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128%·137% 폭증한 것으로, 이같은 적자 폭증에는 권성동 의원과 <TV조선>도 일조한 셈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오게 됐다.
권 의원도 4월 총선에도 출마하겠다며 공천을 신청, 새누리당 공직자추천위원회가 과연 그에게 공천을 줄지 여부가 주목된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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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공기업들에 조선종편 <한반도> 협찬 강요"
적자투성이 한전 6개 발전자회사, 2억4천만원 협찬
16일 에너지 전문매체인 <전기신문> 최신호에 따르면, 6개 한전 발전자회사가 종편채널인 <TV조선>의 월화드라마 <한반도>에 회사마다 4천만원씩, 6개사를 합치면 총 2억4천만원을 협찬했다. 이들은 3~4차례에 걸쳐 협찬금 4천만원을 각각 분납키로 결정했으며, 이미 1차분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협찬을 '정치인'이 나서 강요했다는 사실이다.
A발전사 관계자는 “지난해 어느 정치인이 발전회사 임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며 “이때 해당 정치인이 ‘새로 방영될 드라마(<한반도>)가 에너지문제를 다루는 만큼 발전회사들이 대국민 인지도 개선 차원에서 협찬을 검토해 달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협찬을 제안한) 정치인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을 하달 받은 발전회사 실무담당자들은 수차례 회의를 거쳐 회사별로 4천만원을 내기로 결정했다.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되면서 가뜩이나 예산절감 압박을 받고 있는 발전사로선 거액이 들어가는 드라마 협찬에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협찬금을 홍보예산에 별도로 편성하지 않아 난감해하는 공기업도 있다.
B발전사 관계자는 “이 드라마는 당초 SBS에서 내보낼 예정이었는데, 결국 TV조선이 창사특집극으로 방영하게 됐다”며 “제작사와 사전계약을 통해 1차분으로 800만원을 이미 지불했고, 나머지 금액을 계속 분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발전사 관계자는 “사실상 자발적으로 협찬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드라마 시청률이 높은 것도 아니라 (대국민 인지도 개선 등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전기신문>은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을 단독보도한 <전기신문> 황인국 기자는 별도의 현장취재 기사를 통해 <한반도>의 형편없는 시청률을 거론한 뒤, "이 종편드라마에 한전 6개 발전자회사가 거액을 협찬했다. 회사별로 4천만원을 분납키로 결정한 것"이라며 "문제는 이 같은 협찬결정을 발전6사가 ‘순수하게’ 자체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정치인 외압을 질타했다.
그는 “'어느 정치인이 발전사 임원들에게 협찬을 권유했다'는 증언이 취재과정에서 한결같이 나왔다"며 "발전사 임원이나 실무진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을 게다. 국정감사라는 ‘칼자루’ 를 쥐고 있는 정치인이 이렇게 제의해왔을 때, '안 됩니다'라고 거절할 수 있는 공기업 임직원이 몇이나 되겠느냐 말이다"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조선일보로 돌려 "TV조선은 또 어떤가. 조선일보라는 국내 최고의 유력매체에서 세운 종편채널 아닌가"라며 "아마도 발전사 임직원들은 '정치인이 칼을 휘두르고, 조선일보가 긁어버리면 우리 회사는 만신창이가 된다'는 위기감을 먼저 가졌을 게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베일에 싸여있는 그 정치인은 무슨 이유로 종편드라마 협찬을 권유한 걸까. 말이 좋아 권유지, 공기업 임원들에겐 사실상 통보이자 명령하달이다. 정치인이 권력을 이런 식으로 남용해도 되는 걸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유력언론사로부터 눈도장이라도 미리 받고 싶었던 걸까"라며 "‘권언(勸言)유착’ 이라는 먹구름이 발전공기업에 짙게 드리운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고 개탄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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