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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1호기 블랙아웃 '사건의 재구성'

道雨 2012. 3. 15. 14:05

 

 

 

    고리 원전 1호기 블랙아웃 '사건의 재구성'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전원 공급 중단 사태는 사실상의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늑장보고와 조직적 은폐, 거짓말까지 종합 세트로 이뤄진 블랙아웃 사태를 발생 시점부터 시간 순으로 재구성해 봤다.

2월9일 오전 11시.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식경제부를 찾았다. 지난 연말부터 연이어 터진 원전 정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삼진 아웃제와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지 대책을 들고서다. 대외 소통을 강화하고 직원의 사기를 진작하는 방안도 제시했을 만큼 의욕에 가득 찼다.

그러나 같은 날 저녁 8시34분. 김 사장의 의욕에 찬 브리핑이 있고난 후 불과 반나절도 안 돼 고리 원전 1호기는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

'블랙아웃(대정전)'이다.

전원 공급 중단은 무려 12분간 지속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은 100여명 안팎. 이 사실을 김 사장은 전혀 몰랐다.

책임자인 문병위 고리 제1발전소장은 물론 고리 원전 직원들이 하나같이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조직적 은폐'를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김 사장이 지경부를 찾은 날인 데다 잇따른 원전 정지, 핵안보정상회의 등 현안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면서 문책을 받을까 두려웠다고 한다.

그로부터 10일이 훌쩍 지나 2월20일.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고리 원전 1호기 사고의 불씨는 부산시의 한 식당에서 되살아났다. 주민들끼리 오가는 대화를 부산시의회 김수근 의원이 우연히 엿듣게 된 것이다.

'원전 전원이 차단됐는데 비상 발전기가 안 돌았다. 아무 상관이 없나'하는 내용이었다. 얼핏 듣기에도 아찔한 내용에 김 의원은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기 시작했다.

다시 2주일이 흘렀다. 3월2일. 때 마침 울산에서 국제원자력대학원 입학식이 열렸다. 그 곳에서 김 의원은 문 소장의 상급자인 정영익 고리 원전 본부장을 만나 정황을 듣고자 했으나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는 회피성 답변에 의구심은 커졌다고 했다.

공교롭게 이날 한수원은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어이없게도 한수원은 고리 원전 1호기 사고와 관련한 핵심 관계자를 줄줄이 '좋은 자리'로 영전시켰다. 정 본부장은 한수원의 월성원자력본부장으로, 문 소장은 본사 위기관리실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특히 은폐를 주도했던 문 소장에게 위기관리실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은 보고 체계의 허술함과 한수원 조직의 수준을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닷새 뒤인 3월7일. 여전히 수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던 김 의원은 고리 원전에 근무하는 김기홍 대외협력처장에 연락을 했다. 다음날 점심 직후 그를 만난 김 의원은 조심스레 "전원 차단 소문이 돌고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전했지만 이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고리 원전 1호기 사고를 공론화한 것은 또 6일이 흐른 3월13일. 그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은폐했던 정보가 조금씩 새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고리 원전 측은 신임 본부장을 통해 한수원의 김 사장에게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김 사장이 정확히 대면 보고를 받은 시점은 11일 오후 4~5시경. 또 다시 김 사장이 지경부와 원자력안전위 등 정부 당국에 정식 보고한 것은 이튿날. 그렇게 시간은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한 달하고도 4일이 흘렀다.

이번 고리 원전 블랙아웃은 단순한 정비자 실수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문책에 대한 두려움에 따른 조직적 은폐와 고질적인 보고 체계의 구멍, 책임 소재 불분명 등이 겹치면서 사상 초유의 인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고리 원전 1호기의 블랙아웃이 '조직적 은폐'로 초점이 옮겨지면서 정부 당국자 사이에선 책임 공방이 치열하다. "우리는 몰랐고 책임도 없다"며 원전 관련 기관이 모두 한 발짝 물러서는 모양새가 가관이다. 이는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ㆍ규제는 대통령 소속 독립위원회인 원자력안전위가, 운영 및 정책은 지경부 산하 한수원이 담당하는 등 뿔뿔이 흩어진 탓이 크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지경부는 원자력안전위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관계자 엄중 문책을 포함한 제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김 사장은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책임질 사항이 있다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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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은폐 회의 했다...1발전소장 오늘 조사

 
[앵커멘트]

고리 1호기 사고가 한 달 동안 은폐될 수 있었던 이유가 드러났습니다.
현장에서 발전소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회의를 열어 조직적으로 사고를 덮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당시 발전소장은 오늘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진두 기자!
결국 현장에서 사고를 은폐하기로 모의한 것이었군요?

[리포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현장에 파견된 조사관들이 사고 직후 발전소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긴급회의를 가진 뒤 사고 은폐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운전 일지에도 1호기가 정상 작동 중이라고 적어 감독을 맡은 주재관과 주재원을 속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제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 사장은 지경부 기자실을 찾아 당일 사고 안 나게 잘하겠다는 발표를 한 상황에서 비상 발령 선언 시기를 놓친 현장 실무자들이 가슴앓이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결국, 경황이 없어 시기를 놓쳤을 뿐 은폐를 모의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는데요.
이 말이 하루 만에 뒤집어진 셈이 됐습니다.

[질문]

오늘 당시 고리 1발전소장을 불러 조사한다고요?

[답변]

원자력안전위는 오늘 현장 실무 책임자였던 문병위 전 고리 제1발전소장을 불러 조사합니다.

문병위 전 소장은 이달 초 문책성 인사를 당해 서울 본사에서 근무 중입니다.

원자력안전위는 발전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고를 은폐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어디까지 보고가 된 상황인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다는 계획입니다.

고리 현장에서는 은폐 의혹 진술 확보와 함께 정전 원인과 비상 발전기 미작동 부분에 대한 기술적 확인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발전소에는 감독 기관에서 파견된 인력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사고를 알 지 못한 건가요?

[답변]

고리 발전소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파견된 주재관 1명과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파견된 주재원 3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저녁 8시반쯤에 발생했는데 4명 모두 오후 6시에 퇴근을 한 상횡이었습니다.

결국 원전 사고 감독을 위한 인력들이 교대 근무가 아닌 정시 출퇴근을 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출범하기 전 원전 당 3명이던 주재관 수도 1명으로 줄였습니다.

대신 주재원 수를 늘린다고 했는데 아직 지켜진 곳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감독 기관 답게 사고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YTN 김진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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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 원전 당시 관리책임자 보직해임…'사고 은폐 있었다'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15일 고리 원자력발전 1호기 전원 중단 사고와 관련 당시 관리 책임자였던 문병위 위기관리실장을 보직해임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문 실장이 사고 당시 모든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문 실장의 보직을 해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수원은 조사를 통해 문 실장과 함께 사고를 은폐한 직원들 및 관련자들에게 추가 문책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고 직후 발전소장 이하 간부들이 회의를 거쳐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 고리 원전 전원이 복귀된 후 소장과 실장 등 현장 간부들이 긴급 회의를 거쳐 한수원 및 안전위원회에 보고를 하지 않키로 결정했다.

더욱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파견된 현지 안전 감독관인 주재관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운영 일지에는 정상 운행으로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고리 1호기 사고 현장에서 원전의 안전성 여부 등을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정확한 내용이 나오면 원자력 관계법령에 따라 제반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ios10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