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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

道雨 2012. 4. 21. 10:31

 

 

미국의 의료보험 체제를 비판한 영화 <식코>의 한 장면. 의사 김종명씨는 책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에서 영리적인 민간 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위태로운 균형이 깨지기 전에 건강보험을 확대·강화할 것을 주장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김종명 지음/이아소·1만3000원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김종명 지음/이아소·1만3000원

의사가 자료 뒤져 꼼수 폭로
지급률·갱신시 인상폭 따져
“가입자 꾀어 떼돈” 실태 밝혀

이 책은 민간 의료보험의 꼼수를 폭로하는 고발장이다. 동시에 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현실에 대한 경고다. 지은이는 경기도립의료원 포천병원에 근무하는 현직 의사로,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운영위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이는 민간 의료보험에 드느니 차라리 저축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민간 의료보험은 소비자를 꼬드기고 때로는 위협하여 보험료를 받아내 앉아서 떼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2010년 현재 한국인 56%가 암보험에 가입해 있다. 꼼수는 지급률, 즉 보험회사가 가입자한테서 거둬들인 돈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돈의 비율을 보면 드러난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한 생명보험사의 보장형 암보험 상품. 40살 남성 기준 10년 동안 월 1만6200원을 부으면 가입기간 중 암에 걸릴 경우 400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국립암센터의 암등록 자료로써 이 상품의 지급률을 계산해보자. 통계자료는, 40대 1000명 중 10년내 발병자는 19.1명이다. 보험료 수입은 ‘1만6200원×12개월×10년×1000명’이므로 19억4400만원. 그런데 지급 보험금은 ‘4000만원×19.1명’으로 7억6000만원이다. 19억여원을 거둬들여 7억여원을 지급하므로 지급률은 39.3%에 불과하다. 나머지 60.7%는 보험회사들 몫이다.

보장형은 원금이 소멸되니 보험료가 아까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노려 내놓은 상품이 만기환급형이다. 만기가 되면 낸 보험료를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더 나은 상품이라고 여길 법하지만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물가상승률과 정기예금에 들었을 때의 수익률을 고려하면 보험지급률은 순수보장형과 비슷한 40% 수준이다. 보험료가 보장의 2배 이상이니 보험사한테는 돈놀이용으로 꽃놀이패다. 참고로 미국은 오바마 정부 들어 지급률 하한선을 80~85%로 규정해놓았다.

꼼수는 때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암보험 광고를 보면 ‘갱신 시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습니다’라는 덧말이 붙는 게 많다. 갱신보험이라는 뜻이다. ‘10년 만기 10년납 갱신형’이라면 10년 보장받은 뒤 계속하려면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보험료는 인상될 수도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인상된다. 남자의 경우 인상률은 거의 100%다. 이는 나이에 따른 암 발병률의 급등에 따른 것이다. 40대 초반의 발병률을 1로 치면 50대 초반은 3배, 60대 초반은 7.2배, 70대 초반은 13.6배다. 보험사는 이 상품을 발병률이 낮은 30~40대한테 집중적으로 팔고 정작 보험이 필요한 50~60대에게는 안 판다. 팔아도 가입할 수 없다. 월 20만~3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실손보험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본격 출시 5년도 안 돼 가입자가 2600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3년마다 갱신하도록 돼 있는데, 그때마다 44%가 오른다. 40대 남성이 가입 때 8194원을 내지만 은퇴시점인 61살에는 7만3000원, 70살에는 21만8000원, 82살에는 90만원이 넘는다. 건강한 노후를 보장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문제는 민간보험 가입 규모가 33조원으로 건강보험 30조원을 초과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들은 1인당 국민건강보험료로 월평균 2만7000원, 민간 의료보험으로 5만5000원을 내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은 총 의료비 가운데 60%만을 보장하는데 40%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60%를 보장해주는 건강보험료의 2배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지은이는 민간 의료보험과 건강보험의 공존이 위태로운 지경이라고 말한다. 민간 보험사들이 시장을 확대하려고 건강보험 영역을 넘보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건강보험 확대보다는 미흡한 부분을 민간보험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왔다는 것이다.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도입 등 의료민영화 정책이 그것인데, 이는 민간 의료보험이 활개칠 수 있는 멍석이 된다.

지은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의료보험 시장 역시 미국처럼 바뀔 것을 우려한다. 미국은 전국민 대상의 건강보험이 없다. 65살 이상을 위한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저소득층 대상의 의료급여인 메디케이드가 있을 뿐이다. 대부분은 민간 의료보험을 이용한다. 여기에 2009년 기준 연간 1가구 1만3375달러(1500만원), 1인 4824달러(550만원)가 든다. 그런 탓에 국민 15%가 무보험자다.

미국의 의료비는 우리와 견줘 10배 정도 비싸다. 맹장수술은 보험이 없으면 1만~3만5000달러 정도 든다. 미국인이 파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비다. 2007년 개인파산 신청자 중 62%에 달한다. 의료비 파산자 가운데 78%는 의료보험을 갖고 있었고, 60%는 민간 의료보험에 들어 있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