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강 살리기, 물 살리기 원칙 

道雨 2017. 6. 27. 10:40




강 살리기, 물 살리기 원칙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를 한다면서 4대강을 죽여 놓았다.

지금 4대강은 녹조에서 나오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이 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기준을 수백 배나 초과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런 물을 먹고 가축들과 물새들이 떼죽음을 했다는 기록이 많이 있고, 사람도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물은 하늘이 선한 자나 악한 자나 차별 없이 또 값없이 만민에게 내렸고, 또한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만물이 이 물로 인하여 생명을 유지하도록 베푼 은혜이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국가라면 국민들이 안전하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생명들도 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고 인간의 도리이다.


이 강을 생명의 강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 강은 하늘이 유역의 주민들에게 준 것이므로,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

유역의 주민들이 강의 미래상을 세우고,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갖추어야 한다.

행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지,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은 대통령이 강의 주인 행세를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둘째, 강은 유역 단위로 물이 모이고 흐르기 때문에 유역 단위로 다스려져야 한다.

또 강은 물이 흐르는 길만 강이 아니라, 유역 전체가 다 연계되어 유량과 수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유역 차원에서 관리가 되어야 한다. 강은 상류의 도랑에서부터 하구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횡 방향으로도 단절됨이 없이 생태적으로 이어져, 물이 깨끗하고 모든 생명들이 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윗물부터 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아랫물에다 무지막지한 토목공사를 벌여, 강의 연결을 끊고 인공수로로 만들어 실패한 것이다.


셋째, 강은 통합관리가 되어야 한다.

강은 수질, 수량, 홍수관리, 토지이용, 법과 제도 등이 따로따로 관리되면 그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 수량은 국토교통부, 수질은 환경부,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자치부 등 여러 부처가 다 물관리에 손을 대고 있는데다, 물관리에 역행하는 정책을 다른 부처에서 시행하더라도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특히 국토부가 거의 전권을 휘두르다시피 하면서 강에 온갖 토목공사를 벌였는데,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도 오히려 강을 죽게 만들었다.


예전에 물이 풍부하고 수질오염 문제가 없었을 때에는, 물을 이용하고 홍수를 막는 것이 주 업무였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토목공사를 맡는 부서가 물관리를 맡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하지 않고는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러, 환경부가 물관리를 주관하는 방향으로 통합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시작되었던 이 움직임이 확산되어,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23개국이 이렇게 일원화되었다. 일원화가 되지 않은 나라들도 대개 환경부의 물 정책이 다른 어떤 정책보다 우선순위가 앞선다.


최근에 미국에서 상수원의 오염 문제로 수돗물 음용 금지령이 내려진 도시도 있고 비상사태가 선포된 곳도 있는데, 생명을 중하게 여기는 나라들은 물 문제를 나라의 안보 문제로 다룬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의 수문을 열고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함으로 강을 살릴 물꼬를 텄는데, 저항이 있겠지만 중단 없이 추진되어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0326.html?_fr=mt0#csidx2a6d68392369688b999482d0da9937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