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1박2일' 속 맑은 물, '녹조간장' 만든 영주댐

道雨 2017. 8. 25. 16:03





'1박2일' 속 맑은 물, '녹조간장' 만든 영주댐
내성천 망친 영주댐은 1조1천억 원짜리 대국민 테러극

 



                

▲ 이렇게 그림같이 아름다웠는데, 내성천이 신음하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 신병문




모두 사라졌다. 내성천을 아름답게 수놓던 모래가 사라졌다. 철새들도 떠나갔다. 반짝이던 금빛 모래 사라지고, 습지로 변해가고 있다. 아이들이 뛰놀던 맑은 물 대신 시커먼 녹조간장물만 가득한 죽음의 호수가 되었다.

▲ 모래와 물이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리던 아름다운 하천이었는데, 지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덕에 사라졌다. ⓒ 신병문

모래와 찰랑이는 얕은 물이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려가는 대한민국 유일한 모래하천인 내성천. 지리학자들은 내성천을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해야 할 만큼 아름다운 모래하천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아름다움을 잃고 썩은 물만 가득하다.

▲ 그토록 아름다운 내성천은 사라지고, 왜 시커멓게 썩은 물만 가득한 호수가 되었을까? ⓒ 신병문

내성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내성천에 사업비 1조1천억 원을 들여 영주댐을 건설했다. 댐은 심각한 자연 파괴와 이주민 발생 등의 아픔을 초래한다. 그러나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기 위해 이런 고통을 감내하고 댐을 건설한다. 

그런데 영주댐은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댐이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주댐 하류 지역에 100년에 한 번 정도 오는 큰 홍수가 날 경우, 홍수 피해액이 83억 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1조1천억 원을 들여 100년에 한 번 발생할 83억 원의 홍수를 막겠다니, 영주댐이 홍수예방용이 아님은 분명한 것이다.

영주댐에 가득 채운 물은 가뭄에 쓰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영주댐 물의 92%는 하천유지용수다. 아름다운 하천을 파괴하여 하천유지용수를 모아둔다니 이게 무슨 뜻일까?

영주댐의 목적은 딱 하나다. 낙동강 녹조 방지용이다. 영주댐의 물을 낙동강으로 흘려보냄으로써 낙동강의 녹조를 조금이나마 희석시켜 보겠다는 뜻이다.

낙동강 녹조라떼 보다 더 찐한 영주댐 녹조간장

그런데 영주댐에 가득 채운 물은 낙동강 녹조보다 더 썩은 물이 되었다. 초록빛 녹조라떼 단계를 지나 지금은 시커먼 녹조간장이 되었다.

▲ 아름답던 내성천에 댐을 건설하여 물을 채웠다. 그러나 영주댐에 가득한 물은 녹조라떼를 넘어 녹조간장이 되었다. ⓒ 신병문

낙동강으로 흘려보내 녹조라떼를 희석시키려던 영주댐 건설 목표가 물거품이 되었다.  쓸모없는 일에 댐 건설비용 1조1천억 원만 날린 것이다.

내성천은 수량이 많지 않지만, 모래가 많고 유속이 빠른 하천이었다. 내성천이 언제나 맑은 물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모래와 빠르게 흐르는 물살 덕분이었다.

▲ 영주댐 건설 이전의 내성천. 이렇게 예쁜 하천이었는데 영주댐 건설로 인해 아름다움을 잃어버렸다. ⓒ 신병문

그러나 모래를 다 파내고, 댐을 건설하자마자 시커먼 간장 물로 변했다. 그동안 빠른 유속 덕에 썩지 않았지만, 댐에 갇혀 흐름을 잃어버리자 썩은 물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썩은 물을 흘려보내 낙동강 녹조라떼를 개선하겠다고?

영주댐으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모래와 물이 건너뛰기 놀이라도 하듯, 하늘이 시간을 통해 빚은 아름다운 내성천. 그러나 쓸모없는 영주댐 건설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모래하천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 모래와 얕은 물이 서로 번갈아 가며 그림을 그려 놓은듯 했던 내성천. 백로, 댕기물떼새, 꼬마물떼새, 갑짝도요 등 철새들의 낙원이었다. 그러나 영주댐으로 인해 모두 사라졌다. ⓒ 최병성

영주댐 상류의 내성천은 썩은 녹조간장물 속에 잠겼다. 맑은 내성천이 휘감고 품어 안던 금강마을은 아름다운 풍광은 물론, 수많은 문화유적과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덕에 금강마을은 영주댐 썩은 물속에 수장되었다.

▲ 내성천이 휘감고 흐르던 금강마을. 그러나 영주댐(사진 속 우측) 건설로 인해 이토록 아름다운 마을을 물 속에 수장하고 말았다. ⓒ 신병문

▲ 영주댐으로 아름답던 금강마을을 수장시키고 얻은 것은 녹조간장뿐이다. ⓒ 신병문

국가 명승지 회룡포도 아프다

육지 안에 있는 아름다운 섬마을로 유명한 회룡포(回龍浦). 내성천 물줄기가 태극무늬 모양으로 휘감으며 드넓은 모래사장을 만들고 그 안에 마을이 그림처럼 안겨 있다.

▲ 육지 안의 섬 회룡포. 모양은 아직 남아 있지만 이곳도 영주댐 건설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펴보자. ⓒ 신병문

그러나 이 아름다운 회룡포도 영주댐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회룡포는 영주댐 하류에 위치하고 있다. 영주댐 아래에 있어 수몰되지 않으니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영주댐에 막혀 회룡포로 모래가 내려오지 않고, 회룡포 5km 아래 위치한 낙동강으로 모래가 유실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준설 덕에 모래에 굶주린 낙동강은 내성천의 모래를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다. 그 덕에 모래를 잃어버리고 습지로 변해가는 회룡포의 아름다운 백사장을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 영주댐 건설 전(2009년, 아래쪽) 후(2016년, 위쪽)의 회룡포 모습. 모래 백사장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백사장에 풀이 자라며 습지로 변하고 있다. ⓒ 최병성

4대강 사업 전 후의 회룡포의 변화를 보면 습지화의 진행을 쉽게 알 수 있다. 영주댐 건설 이전의 회룡포 백사장엔 반짝이는 모래가 전부였다. 그러나 영주댐 건설로 상류에서의 모래 공급이 끊기자 백사장 면적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습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회룡포 백사장으로 내려가 보자.

신음하는 내성천의 아픔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영주댐 건설 이전의 회룡포는 고운 모래가 전부였다. 물길이 얕고 잔잔한 내성천은 아이들이 뛰놀기 딱 좋은 하천이었다. 영주댐 건설 이전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던 백사장이었지만, 지금은 모래가 유실되며 위험한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모래 대신 돌덩이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 영주댐 건설 전(위쪽)과 후(아래쪽)의 회룡포 백사장의 변화된 모습이다. 산봉우리 전망대가 있는 곳인데, 영주댐 건설 전엔 고운 모래 백사장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래 유실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 최병성

영주댐으로 인한 회룡포와 내성천의 습지화도 심각하다. 4대강 사업 이전엔 반짝이는 금모래가 전부였지만, 4대강 사업으로 영주댐이 건설되자 회룡포를 비롯하여 내성천의 모래는 사라졌다. 그리고 습지화가 진행 중이다.

▲ 내성천 습지화의 현장. 회룡포 입구의 내성천이다. 영주댐 건설 이전엔 모래만 반짝이던 곳(사진 위쪽)이었는데, 영주댐이 건설되자 모래가 유실되고 습지화가 진행되고 있다(사진 아래쪽). ⓒ 최병성

KBS 1박2일도 찾아 온 무섬마을이었지만...

지난 7월 30일 KBS 프로그램 1박2일이 외나무다리로 유명한 영주의 무섬마을을 찾아 강물 속에 발을 담갔다. 

▲ KBS 1박2일이 영주댐 바로 아래의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를 찾았다. 그러나... ⓒ KBS 1박2일

무섬마을은 영주댐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영주댐 건설 이전엔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로 흐르는 물은 맑았다.

▲ 영주댐 건설 이전의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밑으로 맑은 물이 흘렀다. 그러나 지금은 영주댐에 갇혀 만들어진 썩은 녹조간장물이 흘러 내려온다. ⓒ 신병문

그러나 지금은 영주댐에 갇혀 썩어가다 흘러내려온 녹조간장물 뿐이다. 무섬마을도 회룡포처럼 모래가 쓸려가고, 모래밭에 돌덩이들이 쌓여가고, 모래밭엔 잡풀이 자라고 있다. 무섬마을을 찾은 KBS 1박2일의 연예인들이 자신이 발을 담근 물이 영주댐의 녹조간장이었음을 알고 있었을까?

▲ 영주댐에서 하류의 내성천으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사진 좌측). 그런데 영주댐 방류구에서 나오는 물은 시커먼 녹조간장이다.(사진 우측) ⓒ 내성천 보존회

4대강 사업은 국가 권력에 의한 테러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낙동강 녹조를 희석하기 위한 꼼수로 영주댐을 건설했다. 그러나 영주댐은 낙동강보다 더 썩은 물이 되었다. 영주댐 녹조간장 썩은 물로 낙동강 녹조라떼를 희석시켜봐야 더 썩은 물이 될 뿐이다.

영주댐 건설로 아름다운 내성천만 잃은 것이 아니다. 아무런 타당성도 없는 댐 건설로 인해 정든 고향에서 쫓겨나야 했던 사람들의 피맺힌 절규가 있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 주민의견서에 주민들의 안타까운 외침이 잘 실려 있다.

'이곳은 아름다운 산과 들, 그리고 300~400년을 살아오던 청정지역입니다. 내 자식들도 늙은이들 살러 오는 것을 거절하는 세상에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정말로 눈앞이 캄캄합니다'

▲ 영주댐 녹조간장 속에는 파괴된 내성천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삶터에서 좇겨난 수몰민들의 눈물과 절규도 담겨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최병성

1993년 대안 노벨상(Alternative Novel Prize)을 수상한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물 전쟁 Water Wars]라는 저서에서 총칼만 들어야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이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도 테러라고 강조했다.

'테러리스트는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만 숨어 있는 것이 아니다. 댐 건설로 인해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긴 수몰민 역시 파괴적인 개발이라는 테러의 희생자다.'

영주댐 건설은 아름다운 국토를 파괴하고 1조1천억원의 국고를 거덜 낸 범죄요, 많은 사람들을 삶터에서 쫓아낸 테러였던 것이다.

내성천을 흐르게 하라

아무 쓸모없음이 밝혀진 영주댐. 지금이라도 헐어내는 것만이 정답이다. 이미 투입된 1조1천억 원이 아깝다고? 1조1천 원이 아까워 댐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낙동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경상남북도 시민들은 영주댐에서 오래도록 숙성된 녹조간장을 먹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국가 명승지 회룡포와 무섬마을이 더 망가지는 것을 막으려면, 영주댐을 헐어 흐르는 강이 되게 해야 한다. 영주댐을 헐어 회룡포와 무섬마을을 지켜내고, 내성천을 다시 살려내고, 국민들이 건강한 물을 먹을 수 있다면 댐 건설에 소요된 1조1천억 원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강을 흐르게 하라!

▲ 쓸모없는 영주댐을 헐고 강을 다시 흐르게 하자! 우리에겐 녹조간장용 댐이 아니라 흐르는 내성천이 필요하다. ⓒ 신병문


글:최병성쪽지보내기  |편집:장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