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불상 몸 속에서 800여년전 희귀불경들이 나왔다
학계가 존재 몰랐던 고려 불경 7종 등 수습
'묘법연화경'은 무신권력자 최우 발문 확인
'대방광불화엄경소' 일부는 처음 나온 유일본
충남 예산의 고찰 수덕사의 소조불상 복장(뱃속)에서 12~13세기 고려의 희귀불경들이 쏟아져나왔다. 당대 무신정권의 최고 권력자였던 최우(?~1249)가 발문을 쓰고, 나라의 큰 스님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이 간행한 보물급 불경들이다.
불교고문서 연구자인 정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지난해 수덕사 무이당의 소조여래좌상의 몸체 안에 옛 사람들이 넣은 복장유물을 거두어 조사한 결과, <묘범연화경><대방광불화엄경소><사아함모초해> 등, 학계가 존재를 몰랐던 7종의 고려시대 불경들과 발원문, 다라니문 등이 확인됐다고 31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대방광불화엄경소> 권 79, 80은 국내에 여태까지 나오지 않은 유일한 고려시대 간행본으로 드러나 역사적 가치가 지대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같은 제목 불경의 권 81, 91은 고려말-조선초에 국내에서 판본을 찍어 인쇄한 것이다. 송나라에 들여온 판본으로만 찍은 것으로 알려졌던 <대방광불화엄경소>가 고려말-조선초에 자체적으로 인쇄됐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주는 근거자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방광불화엄경소>는 대승불교 경전 <대방광불화엄경>을 중국 당과 송대의 승려가 해설한 것으로, 경판이 수입되어 고려, 조선의 불교계에 판본들이 널리 배포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인 <묘법연화경>도 시기가 크게 올라가는 고려시대 희귀 판본들이 확인된다. 불상에서 나온 것은 3종으로, 1240년 권력자 최우의 발문을 실어 간행한 권 7 완본과 1286년 승려 성민 의 기록이 있는 판본, 1392년 문인 이색이 발문을 실은 권 4~5인데, 주목되는 것은 당대 무신 권력자 최우의 발문이 실린 권 7이다.
최우의 발문이 실린 <묘법연화경> 판본들은 현재 삼성문화재단 리움 소장품 등 5건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번에 나온 수덕사 복장 수습본은 푸른 감지로 정교한 표지화를 장식하는 등 고급스런 장정이 눈길을 끈다.
소승불교 경전 ‘사아함’의 의의를 분류하고 해설한 <사아함모초해>는 책 말미에 붙은 간기를 통해 1245년 대장도감이란 관청에서 현재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는 재조대장경(팔만대장경)의 경판으로 찍은 판본이다.
재조대장경으로 고려시대 찍은 불경 인출본은 매우 드물다. <유가사지론> 등 보물로 지정된 4점 정도에 불과하며, 사아함경을 찍은 인출본은 처음 나오는 사례다.
또하나, 특기할만한 건 6세기 중국 양나라 황제 양무제의 불교 참회문인 <자비도량참법>을 푸른 감지에 금물로 일일이 써내려간 고려시대말~조선시대초의 사경본이 처음 출현했다는 점이다.
양무제가 죽어 구렁이로 변한 왕비의 참상을 보며 회개하면서 지었다는 <자비도량참법>은, 이땅의 왕족과 신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끌어, 고려시대~조선초 10여종의 목판본이 나왔지만, 사경본은 그동안 전혀 나온 적이 없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현재 1장 단간만 남아있다. 39.5×71.2cm크기의 1장을 5면으로 접어 모두 30행에 걸쳐 정갈한 해서체 글씨로 회개문의 일부를 적었다.
희귀한 고려 불경들이 몸 안에서 쏟아져 나온 수덕사 무이당 소조여래좌상(높이 90cm)은 구체적인 제작 시기를 적은 기록이 전하지 않는다. 안에서 나온 복장유물과 얼굴과 몸체의 양식적 특징으로 미뤄 조선 초중기인 15~17세기 제작됐을 것으로 보고있다.
정각 스님은 11월3일 열리는 ‘덕숭산 수덕사 본말사의 성보문화재’ 학술대회(충남 홍성 충남도서관 강당)에서 불상 복장유물로 수습된 고려불경들의 세부적인 분석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수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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